제5회 제주4.3평화상 개렛 에반스-특별상 강요배 수상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5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래드 컨벤션홀에서 ‘제5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개렛 에반스(사진 가운데 왼쪽)와 특별상 수상자 강요배(사진 가운데 오른쪽) 화백.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5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래드 컨벤션홀에서 ‘제5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개렛 에반스(사진 가운데 왼쪽)와 특별상 수상자 강요배(사진 가운데 오른쪽) 화백. ⓒ제주의소리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통해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을 추구하는 4.3운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5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래드 컨벤션홀에서 ‘제5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수상자는 개렛 에반스(Gareth Evans) 오스트레일리아 전 외교부장관이며 강요배 화백이 특별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제3회 수상자인 현기영 소설가와 4.3평화상위원회 및 실무위원 등 4.3관련 단체와 오영훈 도지사, 김경학 도의장, 김광수 도교육감 등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여했다.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어느 때보다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기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위해 헌신해온 분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4.3평화상 시상식을 열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두 분의 수상이 4.3운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제주4.3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넘어 세계의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과,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신장하기 위한 세계인의 연대와 협력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지난 70여년의 세월을 지내오며 제주의 민중은 조상과 선배들의 희생을 기리며 그 의미와 가치를 묻고 삭혀왔다”며 “그 고통과 희생은 우리 겨레와 나라, 혼과 역사에 소중한 열매를 맺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이어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국가나 어떤 정치적 권위보다도 훨씬 더 존엄하고 숭고한 존재임을 역으로 깨닫게 됐다”며 “4.3 희생자들은 우리에게 이러한 진리의 깨달음을 준 희생제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이 시대에 이런 진리를 공유하고 말과 행동으로 증언하는 선각자들에게 감사화 치하를 드리기 위해 제주4.3평화상을 제정, 상을 드린다”고 말했다.

제5회 제주4.3평화상을 수상한 개렛 에반스 교수는 변호사, 국제 활동가, 오스트레일리아 전 외교부장관 등 활동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구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캄보디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캄보디아 유엔 평화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등 캄보디아의 평화를 정착시킨 파리 평화조약 체결에도 기여했다. 또 핵무기 확산 방지와 화학무기 금지 등 평화를 위한 활동도 펼쳤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핵 확산 방지 및 핵무기 폐기를 위한 아시아 태평양 지도자 네트워크(APLN)’를 창설하고 의장을 역임했다.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다양한 활동과 함께 학문적 노력도 병행, 수많은 저서와 학술논문, 보고서도 출판했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이 같은 개렛 에반스의 노력이 제주4.3이 추구해온 평화, 인권, 민주 등 가치와 연관된다고 판단, 그의 수상은 세계를 향한 의미있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악수하고 있는 개렛 에반스. ⓒ제주의소리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악수하고 있는 개렛 에반스. ⓒ제주의소리
강우일 제주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상패를 받고 있는 강요배 화백. 상패는 제주4.3평화기념관 초입에 누워 있는 4.3백비를 10대1 비율로 제작됐다. 디자인은 박경훈 화가가 담당했다. ⓒ제주의소리
강우일 제주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상패를 받고 있는 강요배 화백. 상패는 제주4.3평화기념관 초입에 누워 있는 4.3백비를 10대1 비율로 제작됐다. 디자인은 박경훈 화가가 담당했다. ⓒ제주의소리

특별상 수상자 강요배 화백은 제주 삼양리 출생으로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을 시작, 역사적인 시각을 작품에 투영했다. 작품을 통해 제주도의 아픈 역사와 현실을 구현하면서 줄곧 시대정신과 미학적 실천을 추구한 민중미술에 참여해 시대와 역사를 작품에 녹여냈다.

강 화백은 소설가 현기영의 연재소설 ‘바람타는 섬’에 삽화를 그리고 난 뒤인 1989년, 4.3을 주제로 연작을 시작했다. 3년여의 작업 끝에 1992년 서울에서는 ‘제주민중항쟁사’ 전시를 개최했다. 

‘항쟁의 뿌리’, ‘해방’, ‘탄압’, ‘항쟁’, ‘학살’ 등 5개 주제로 전시된 50점의 4․3 연작은 4․3을 전혀 몰랐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1998년 ‘동백꽃 지다’ 전시회를 통해 도민의 저항과 처참한 비극을 드러내면서 특별법 제정 운동에 힘을 실었다. 또 이때부터 동백꽃이 제주4.3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전국적으로 4.3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미술을 매개로 생생한 4․3의 실체를 알린 강 화백은 4․3 연작 전시 이후 26년 동안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도 4.3의 진실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축사에 나선 오영훈 지사는 “두 분이 걸어온 삶은 그 자체로 희망의 증거다. 그 삶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자라나 민들레 꽃씨처럼 널리 퍼지길 바란다”며 “제주도정도 세계평화와 인권 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학 의장은 “우리 사회가 자유와 존엄, 인권의 가치를 높이면서 평화의 여정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해 온 분들의 수고 덕분”이라며 “수상자들의 업적을 기억하며 4.3의 가치를 확산하고 평화를 단단하게 다져나가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4.3을 지속성 있게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것과 세계화를 통해 4.3을 인류보편의 가치로 승화시키는 것은 교육의 문제”라며 “4.3이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대명사가 될 수 있도록 4.3평화-인권교육에 많은 관심과 성원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5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래드 컨벤션홀에서 ‘제5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5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래드 컨벤션홀에서 ‘제5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오영훈 제주도지사, 개렛 에반스 전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장관, 강요배 화백, 강우일 제주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5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래드 컨벤션홀에서 ‘제5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오영훈 제주도지사, 개렛 에반스 전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장관, 강요배 화백, 강우일 제주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의소리

특별상 수상자인 강요배 화백은 “저는 광풍의 끝자락인 1952년 태어났다. 참극의 후유증이 진하게 남은 마을, 소년 시절 어둑한 생활 풍정은 알게 모르게 마음과 몸에 배어들었다”며 “3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4.3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이는 심신의 절망 상태에서 자신을 추스르고자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역사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감옥에서 벗어나기는 지극히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역사의 시각화, 감성화 과정에는 다소간의 과잉과 왜곡 위험이 항상 따르기 마련이라 저 역시 역사의 엄정함 앞에서 이 점이 늘 걱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4.3은 바다와 같이 헤아릴 길 없는 넓이와 깊이의 심연을 가진 역사다. 4.3의 역사가 삶의 교훈이 되고 지혜가 되어 우리를 든든히 하고 또 우람하게 피어나게 할 거룩할 힘이 됨을 믿는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어 역대 다섯 번째 4.3평화상 수상자가 된 개렛 에반스(Gareth Evans) 오스트레일리아 전 외교부장관은 “아름다운 섬에서 당시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3만여 명에게 감행된 대학살은 마땅히 세계에 알려져야 함에도 여전히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그러나 이곳 제주에서는 이 사건을 결고 잊지 않았다. 제주4.3평화상을 비롯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모든 노력들은 4.3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그 메시지를 훨씬 더 널리 전달하고 알리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발생한 대량학살이 국가와 세계의 의식에 뚜렷이 각인되지 않는다면, 이런 공포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며 “결국 재앙의 조기 경고를 인식하지 못한 채 국제사회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방책 및 전략을 세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렛 에반스는 “세상을 좋게 바꾸려면 좌절과 난관이 닥쳐도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어야 한다. 그것은 정부가 진실을 부정하고 탄압하던 긴 세월 제주인을 지탱, 마침내 민주주의와 정의를 승리로 이끈 정신”이라며 “진리와 화해, 국제적 연대 모델인 제주를 보편화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바로 제주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4년 6월, 4.3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정의롭게 해결해가는 제주도민의 평화정신을 전 세계인과 함께 계승해 나가기 위해 제주4.3평화상 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구성, ‘제주4.3평화상’을 제정했다.

4.3평화상 위원회는 실무위원회가 추천한 수상후보자 공적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상은 4.3해결에 공헌하거나 세계 평화와 인권 신장에 기여한 국내외 인사나 단체에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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