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가족들이 주도한 합의가 결국 백지장이 됐다.

22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진재경 부장)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장애인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71)에 대한 결심공판을 가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0월 제주시내 한 창고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동성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한 혐의다. 

지난달 첫 공판에서 A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법정에 직접 나온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A씨가 처벌 받기를 원하는데, 합의하지 않으면 제가 처벌받는다고 했다”며 주변에서 합의를 강요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피해자는 합의금을 가족들이 가져갔다고도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피해자를 대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가족까지 그렇게 하면 피해자는 어디에 기대야 하느냐”고 일갈하면서 A씨 측에 피해자로부터 진정 용서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한달만에 열린 2차 공판에도 피해자는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배려해 천천히 합의 의사를 물었고, 피해자는 ‘네’, ‘아니오’라며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합의하고 싶지 않다. 처벌을 원한다”며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밝혔다. 

피해자의 변호인도 합의서 작성에 따라 받은 합의금도 A씨 측에 반환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징역 6년형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A씨)이 수차례 피해자의 가족들을 만나 용서를 구해 합의가 이뤄졌고,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은 알지 못했다고 변호했다. 

A씨는 “제가 한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 속죄하면서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장애를 앓고 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다, 법정에 이르러 자백했다. 

재판부는 관련 기록을 검토한 뒤 오는 8월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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