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공갈등 관리] ③ 갈등관리 프로세스 체계화-전문인력 양성 과제

갈수록 고도화되고 입체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갈등관리'는 어느 때보다 중대하게 다뤄지는 요소다. 이해당사자에 따른 갈등이 필연적인 공공 영역에 있어서는 보다 전문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주요 갈등현안의 해결 과정을 살펴보고, 갈등관리 프로세스의 활용방안과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주


입체화된 현대사회에서의 갈등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역설적이게도 갈등은 민주성이 충실히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의견은 갈리기 마련이고, 이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갈등 조정은 치밀한 전문성을 요한다. 절차적 민주성, 정당성,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사업은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었다. 정보의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사회는 주민 수용성을 무엇보다 우선시 하고 있다.

'자주 만나고, 자주 소통하는' 방식의 갈등해소는 그 의도나 취지와는 달리 결과를 담보하지는 못했다. 

앞서 되돌아본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에 따른 지역 해녀들의 반발이나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폐쇄에 따른 대규모 실직 사태 역시 만남 자체가 적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담당 부서에만 일처리를 맡겼다면 '~해 불가하다', '~이유로 곤란하다'는 답변만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누구의 잘잘못도 아닌, 본연의 기능이 그럴 뿐이다. 

최근의 갈등 해소 사례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프로세스가 뒤따랐다. 갈등의 강도나 시기, 이해관계자와의 역학관계 등을 고려한 대응이 주효했다.

갈등관리는 일반적으로 예상 갈등에 대한 대비하는 '갈등예방 활동', 갈등의 심화를 방지하는 '갈등해소 활동',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는 '갈등해결 활동' 등 세 단계로 구성된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갈등이 전개되기 전인 '잠재기'에 해결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제주도가 중점 관리하고 있는 공공갈등 사업은 36개에 달한다. 도민사회에 익히 알려져있는 제2공항을 비롯해 강정 해군기지,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물론, 아직 갈등이 표출됐다고 판단하기엔 모호한 사업들도 우선 이름을 올려놓았다.

제주도는 민원이 접수되면 그 정도에 따라 선제적 갈등예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갈등의 여지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부서 협업을 강화해 사전에 해결하는 것을 주된 원칙으로 한다.

이 단계를 지나 공공갈등의 정책 또는 사업계획이 공표되고, 이에 대한 이해당사자가 반발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표출기→심화기→교착기'로 확산된다. 당사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는 스트레스 유발 정도가 커지고, 사회적 비용 역시 늘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구체적인 이해득실, 인식의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쟁점이 형성되고, 갈등관리 노력이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장기간 교착에까지 이른다. 단순 조정자로서의 역할보다 많은 책임이 주어지면서 전문가 자문을 얻으며 갈등 등급에 따라 전문가의 코칭이나 컨설팅을 필요로 하게 된다.

공공갈등은 유형이나 시기, 사안에 따라 입체적이고 다양하게 진행된다. 기본원칙은 유지하되 갈등의 특성에 맞게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체계화된 프로세스와 전문화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제주도 역시 소통청렴담당관실을 중심으로 한 갈등관리 매뉴얼을 가동하고 있다. 참여적 의사결정에 따른 해법으로 시나리오 워크숍, 시민 배심원, 합의 회의, 공론조사 등의 틀을 제시했고, 사회협약위원회, 갈등조정협의회 등의 조정자 기구를 명문화 했다.

또 올해 초 국무조정실 지정 갈등관리 연구기관인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공공갈등 해결을 위한 자문 및 컨설팅 △갈등 대응 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원 △국내·외 갈등관리 이론·사례·자료 공유 △갈등관리 세미나·워크숍 개최 시 조사연구 및 협력 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마을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갈등은 지역주민이 직접 조정·중재할 수 있도록 '마을 갈등조정가 양성 프로그램'을 신규 사업으로 수립했다.

제주도는 이에 앞서 2019년에는 한국행정연구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제주형 갈등관리 조례 방향 제시 △갈등관리 이행 방안 △사회협약위원회 갈등관리 활성화 방안 자문 등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갈등관리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결과다.

다만, 추후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화된 인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특정 부서 소수 공무원에 기대어 갈등 업무를 맡기기에는 지속성·연속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진희종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 위원장은 "행정 차원에서 갈등 문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 벌어졌던 갈등사안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상황에 따라 전문적으로 해법까지 제시할 수 있는 조사관을 채용해 일상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 위원장은 또 "타 지역에 비해 제주는 특수한 갈등유형이 많은만큼 '갈등유형 아카이브'와 같은 시스템을 마련해 시사점을 얻어서 예방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조언을 건넸다.

중재자 내지 조정자 역할을 하는 사회협약위원회 기능의 확대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사회협약위는 현재 각계 전문가 29명으로 꾸려졌는데, 업무를 보다 세분화하고 내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창윤 제주도 소통청렴담당관은 "공공갈등은 그 성격상 민관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행정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만, 보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의회, 학회, 언론계, 시민사회, 경제계 등 각 계층의 협업이 필수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갈등조정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제주 공공갈등 관리’ 기획 취재는 제주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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