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77) 유족청구재심 황계봉 등 7명 전원 무죄

제주4.3 때 누명을 써 수형 생활을 하다 1950년 6.25한국전쟁 발발 이후 행방불명된 막내 동생을 그리워하며 생사를 달리한 할머니를 위해 30대 청년은 오랜 기록을 찾기 시작했다.

수년에 걸쳐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70여년이 지난 신문자료 등을 스크랩했고, 그가 모은 자료는 재심의 주요 증거가 됐다. 

29일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2부(강건 부장)는 유족들이 청구한 4.3재심 사건 7개를 병합해 재심 대상자 고(故) 황계봉 등 7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러개의 사건이 병합되면서 법정에 출석한 변호사만 3명이며, 이들은 각자 맡은 재심 사건을 변호했다. 

재심 대상자들은 4.3 광풍에 휘말려 국방경비법 위반이나 내란 등 혐의를 받은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고문 등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방어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하지도 않은 범죄 혐의를 뒤집어썼다. 

구좌읍 송당리에 살던 황계봉은 1948년경 ‘성명불상자’를 살해하고, ‘성명불상지’에 불을 지르고, 정당한 치안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아 1948년 12월 단기 3년, 장기 5년형을 받은 4.3 희생자다. 

장·단기형은 소년범에게 선고되며, 미성년자인 황계봉은 소년범 수형소인 인천형무소에 끌려가 한국전쟁 발발 이후 행방불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마저도 명확한 기록이 없어 ‘육지형무소’로만 알려져 있으며, 판결문조차 아직 찾지 못했다. 

황계봉처럼 공소사실과 끌려간 형무소, 생사조차 불명확한 4.3 희생자가 상당하다. 

유족 청구재심 특성상 황계봉에 대한 재심도 유족들의 노력이 컸다. 황계봉의 외조카 손자인 30대 청년 송모씨는 할머니를 위해 수년에 걸쳐 각종 기록을 재심의 증거로 모았다. 

아직도 생사를 모르는 막내동생(황계봉)을 그리워하다 올해 1월 생사를 달리한 할머니를 위해, 또 가족의 명예를 위해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수년간 관련 수형 자료를 모았다. 

이날 황계봉 재심 사건을 위해 제출된 자료에는 1945년 광주민보(光州民報)라는 이름으로 창간된 광주 지역 일간지 ‘동광신문(東光新聞)’의 기사도 포함됐다. 1950년 폐간된 동광신문은 황계봉이 광주에서 제주 4.3 관련으로 재판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으며, 제주4.3 유족이 재심을 위해 70여년전 신문기사까지 찾아낸 상황이다. 

황계봉의 유족들은 2022년 4월 법무법인에 직접 찾은 자료를 제출했지만, 올해 6월에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이 청구됐다. 

황계봉의 외조카 송씨는 이날 재심 공판에서 “어머니가 올해 돌아가셨다. 외삼촌의 판결문을 갖고 어머니 산소를 찾아가고 싶다”며 무죄 판결을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아드님이 신문기사 등을 다 찾아내 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자 송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부는 “그나마 자료를 찾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며 황계봉을 비롯한 재심 청구인 7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은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유족 청구재심 명예회복 명단. 

2022년 3월29일
김정유, 고태명, 이경천, 정양추, 오성창, 홍만선, 강석주, 강병주, 강익수, 김경욱, 양치선, 김경종, 현태집, 김재은, 문성보, 문성언, 박남섭, 양계운, 양운종, 장진봉, 한신화, 양규석, 강상호, 강병식, 강동구, 고명옥, 고윤섭, 변병출, 박원길, 박갑돈, 이재인, 장임생, 한순재

2022년 5월31일
강승하, 김두창, 한창석, 이경원

2022년 6월14일
고창옥

2022년 6월21일
현봉집, 홍숙, 문재옥, 박경생, 양서학, 강상문, 이남구, 양석구, 김천종, 고우삼, 고한수, 강상휴, 김영문

2022년 6월21일 
현상순

2022년 8월30일
박원길(2022년 3월29일 명예회복 박원길과 동일인)

2022년 9월6일
김병두, 강일범

2022년 9월13일
오창운, 양부연, 김희중

2022년 9월13일
안의길, 배두봉(호적상 배창아), 김정윤 

2022년 10월4일
이보연, 양완택, 양완후, 문종수, 현춘화, 문성환, 오군정, 오동정, 오자신, 현기방, 현기운, 박중화, 김승종, 장문빈, 오임길, 양성준, 김윤일, 김계진, 오두길, 현달평, 현영수, 오인호, 오한생, 김영수, 김봉현, 한형용, 오병규, 오인표, 오문옥, 오두찬, 오두진, 송두림, 문석도, 문옥주, 강병선, 강창온, 현태화, 현창제, 임세봉, 임원전, 이대성, 오자춘, 김익현, 김경두, 고문택, 문종우, 강용수, 강창협, 고종민, 김민학, 김상효, 김영주, 김영창, 김찬배, 김덕문, 박세림, 박필휴, 부성찬, 이양도, 이창효, 현우방, 강도원, 이맹복, 부을생, 송종수, 한탁섭

2023년 1월31일
김희두, 양치수, 양경칠, 고을선, 부한영, 임효봉, 임방혁, 김근일, 이근효

2023년 4월4일
윤인관, 김일현, 박정생, 강기옥

2023년 5월30일 
부오경, 임태혁, 오문정, 김태언, 강윤화, 김두옥, 김규훈, 김신훈, 문성주, 이유환, 김용택

2023년 8월29일
김한홍, 황계봉, 고행문, 양종호, 강태진, 김정화, 한충남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