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마라톤] 시각장애 딛고 5km 너끈히 달린 송창용 러너

‘제15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을 빛낸 제주사랑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소속 송창용씨(사진 오른쪽)와 러닝메이트로 함께 달린 뛰가네 크루 소속 김보선씨. 송창용씨의 오른손과 김보선씨의 왼손에는 아름다운 노란 끈이 연결돼 있다. ⓒ제주의소리
‘제15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을 빛낸 제주사랑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소속 송창용씨(사진 오른쪽)와 러닝메이트로 함께 달린 뛰가네 크루 소속 김보선씨. 송창용씨의 오른손과 김보선씨의 왼손에는 아름다운 노란 끈이 연결돼 있다. ⓒ제주의소리

“시원한 바람 맞으며 오랜만에 뛰니까 너무 좋습니다. 오늘 달리기 위해 복지관하고 집에서 러닝머신도 뛰고 계단걷기 운동도 했어요. 함께 뛰어준 러닝메이트가 너무 잘 해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두 눈이 보이지 않아도 기부와 나눔을 향한 마음은 같았다. 손목과 손목을 이은 노란 끈에 의지해 해안도로 바람을 맞으며 빛나는 땀을 흘렸다. “시원하고 좋다”는 소감에서 묻어난 상쾌함은 잔잔한 감동마저 전했다.

22일 제주시 구좌읍 구좌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기부와 나눔의 축제 ‘제15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을 빛낸 제주사랑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소속 송창용(67) 씨 이야기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송창용 씨는 2018년부터 꾸준히 마라톤에 참여하는 등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힘들 테니 앉아서 대화를 나누자는 취재 기자의 제안에도 “나는 일어서서 해도 괜찮다”며 여유로운 모습도 보인 그다. 

이날 아름다운마라톤에서 송씨는 힘차게 5km를 달려 기부에 동참했다. 당초 10km를 달리고자 했으나, 컨디션 관리를 위해 5km 반환점을 돌아 도착지점으로 들어왔다. 

해안도로를 뛰는 아름다운마라톤에 참여한 소감을 물으니 “바닷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좋다. 오랜만에 뛰니까 좋아”라면서 “코로나19 전에는 일본 대회에서도 뛰었는데 그동안 뛰지를 못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것은 시각장애를 갖게 된 이후부터”라며 “그전까지는 사이클을 주로 탔다. 2018년부터 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마라톤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냐고 물으니 “집에서 혼자 러닝머신도 뛰고 방에서 제자리 뛰기도 했다. 또 마당에서도 계속 연습했다”며 “계단걷기를 할 수 있는 운동기구를 활용해 체력도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송씨와 함께 달린 ‘러닝메이트’는 뛰가네 크루 소속 김보선(42) 씨다. 알고보니 김씨는 지난해 아름다운마라톤에서 모두에게 행복을 선물한 ‘백설공주’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제14회 아름다운마라톤에서 백설공주 의상을 입고 모두에게 행복을 선물한 김보선 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제14회 아름다운마라톤에서 백설공주 의상을 입고 모두에게 행복을 선물한 김보선 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씨는 지난 제14회 아름다운마라톤에서 동화 속 주인공, 백설공주 옷을 입고 마라톤에 참여했었다. 기부와 나눔에 행복을 더한 그는 자리를 비운 수상자 대신 상을 받으로 무대에 올라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물하기도 했다.

어떻게 메이트로 참여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에서 메이트로 뛰는 분과 인연이 있어 이번에는 백설공주 대신 자원해서 메이트로 참여하게 됐다”며 “송창용님이 너무 잘 뛰셔서 함께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둘의 호흡이 어땠는지 물으니 두 사람 모두 한목소리로 “너무 좋았다”, “아주 화기애애했다”고 말하며 서로의 공을 추켜세웠다.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송씨는 “오늘 함께 뛰어준 메이트가 너무 잘 뛰어서 기분이 넣무 좋았다”는 소감을, 김씨는 “내년 대회에는 시각장애인 등 장애를 가진 분들이 머물 부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와 제주도육상연맹이 주최·주관한 제15회 아름다운마라톤은 올해 참가자가 4200명에 육박한 가운데 22일 오전 8시30분 제주시 구좌읍 구좌종합운동장에서 막을 올렸다. 

제15회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기부자들의 힘으로 [제주의소리]는 사랑의열매 나눔선도기업 7호로 선정됐다. 15회 대회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달림이들의 참가비가 세계 곳곳에 기부되면서 누적 기부금 3억원을 돌파,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수천명의 참가자들이 운집한 22일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수천명의 참가자들이 운집한 22일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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