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형 정책개발 청구를 통해 사라진 ‘불놓기’ 들불축제를 부활시키는 조례 주민청구가 추진되면서 제주시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23일 제주시에 따르면 애월읍 일부 주민들이 최근 들불축제 존치 의사를 밝히고 가칭 ‘제주특별자치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2조에 근거해 18세 이상 주민은 청구권자 총수의 550분의 1 이상의 연대 서명을 받아 지방의회에 조례를 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 제3조에 따른 올해 제주지역 최소 서명인 수는 1035명 이상이다. 해당 주민들은 4월까지 서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청구인 명부가 제출되면 제주도의회 의장이 3개월 이내 수리 또는 각하를 결정해야 한다. 수리시 30일 이내 의장 명의로 조례안이 발의된다.

주민 청구 소식에 제주시는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올해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전면적인 개편을 위해 시민기획단까지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제주시민 96명으로 구성된 시민기획단은 3월 2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오름 불 놓기를 대체할 콘텐츠와 프로그램, 주민참여 확대 방안을 발굴하고 있다.

앞선 2022년 4월 제주녹색당은 들불축제 폐지를 위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에 나섰다. 이에 ‘제주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그해 9월 들불축제 변화를 최종 권고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이를 수용해 “2024년 들불축제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어 기후변화와 시대 흐름에 맞춰 2025년 새로운 축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들불축제는 1997년 시작돼 25년간 이어져 온 제주 최대 관광문화 축제다. 2000년부터는 새별오름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됐다. 이후 ‘오름 불놓기’가 축제의 가장 큰 행사로 떠올랐다.

반면 세월이 흐르면서 전국적인 산불 예방과 기후변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주민 청구가 현실화되면 또다시 찬반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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