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흙집에 첫눈 내리던 날 풍경

   
흙집 지붕에 다시 눈이 덮혔다

“눈이다..만세”

아이들은 잠에서 깨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엄마, 장갑”

부랴부랴 옷을 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이들은 가을이 들어서면서부터 눈이 내리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백밤을 자야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거라고 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눈이 가득 쌓여있는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눈은 최고의 장난감이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릴 줄 알았으면 어제 장작을 좀 더 준비해둘걸 아쉽다. 나이가 들었다고 첫눈에 무감각한건 아니다. 하지만 어쩌랴. 첫눈에 즐거워하면서도 길이 미끄러워지지않을까, 마른장작이 모자라지않을까 재빨리 계산해야하는게 현실이다. 표고버섯을 다시 수확해야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며칠전 조금이라도 따 놓은게 다행이다. 첫 번째 올라온 녀석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 그냥 버려야했다. 농부의 마음이야 똑 같겠지만 세상에! 표고버섯처럼 수확의 기쁨을 넉넉하게 주는 작물을 이전에 미처 만나보지 못했다. 따고 돌아서면 다시 올라오고 돌아서면 또다시 올라왔다. 봄에 한차례, 늦가을에 한차례. 숲에서 비바람을 맞고 자란 녀석들이라 향이 놀랍도록 진하다. 가족들이 실컷 먹고 운좋게 수확때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인심 쓸 수도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봄부터 모아놓은 꿀을 가을에 수확한다. 자연에서 1년을 보낸 꿀이다

지난 겨울 벌을 키워볼려고 지리산에서 토종벌을 구해왔다. 토종벌에 대해 아는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산간에 살며 그에 맞는 무언가를 해야했다. 경험부족으로 결국 한무리의 벌들만 살아남았다. 며칠전 두근거리며 꿀을 수확했다. 양은 얼마되지않지만 처음으로 얻어보는 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연이 내린 가장 달콤한 선물. 아이들에게 설탕을 대신할 수 있는 꿀의 달콤함은 비교할 수없는 자연의 선물이다.

   
산촌의 새벽은 늘 싱그럽다. 하기사 싱그럽지않은 새벽이 어디에 있을까

경기가 어렵고 힘들다. 살림살이는 점점 팍팍해지고있다. 첫눈에 들뜬 맘을 감추고 싶지않지만 당장의 삶을 걱정해야하는 우리네 처지가 첫눈으로 오히려 서글퍼지는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언제쯤이면 어른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첫눈에 마냥 즐겁게 환호성지를 수 있는 날이 올까? <제주의소리>

   
아이들이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형은 불을 살피고 아우는 나뭇가지들을 부지런히 나른다

<오영덕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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