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후보 톺아보기] 제1공약 협치는 ‘개점휴업’, 개발정책은 ‘우향우’

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의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풀뿌리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제주도지사든, 제주도교육감이든 현역을 ‘심판’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심판의 척도는 현역 단체장이 지난 4년간 얼마나 잘 했느냐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잘 했다고 평가하면 임기가 4년 연장될 것이고, 잘못했다고 하면 집무실을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한다.

따라서 4년 전 선거당시 내걸었던 공약이 얼마나 잘 이행됐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민선 6기 도정을 이끌었고, 재도전에 나선 무소속 원희룡 후보의 지난 4년 성적표는 어떨까. 표면적으로만 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장 중 단연 ‘톱’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매년 발표하는 전국 시도지사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원 후보는 4년 연속 최고등급(SA)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법률소비자연맹이 실시한 민선6기 전국 시․도지사 공약이행률 평가에서 전국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표만 놓고 본다면 원 후보는 당연히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외부평가처럼 도민들의 삶이 더 나아졌을까? 

각종 부동산 개발과 인구 유입 등으로 외형적인 성장은 있었을지는 몰라도 안으로는 농가와 가계부채가 늘어 ‘빚 갚기’에 허덕이고 있고, 쓰레기와 하수 처리를 비롯해 교통체증 등 삶의 질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마디로 겉만 번지르르해졌지만 속은 볼품 없은 ‘외화내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제1공약 ‘협치’를 아시나요? 협치정책실 논란, NGO출신 시장 낙마 거치며 ‘개점휴업’

4년 전 상황을 복기해보자. 당시 원 후보의 대표공약은 ‘협치’였다. 제왕적 도지사라는 비판 속에 수직적 ‘통치’ 행위가 아닌 수평적 권력을 내세운 ‘협치’는 신선했다. 그해 7월1일 취임식에서도 ‘협치 도지사’를 선언하며 도민사회에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취임 이후에도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협치’는 원희룡 도정을 상징하는 ‘검색어 1위’ 단어였다. 읍면동 사무소를 비롯한 행정관서, 심지어 마을회관에까지 도정방침 제1순위 ‘협치’를 명문화한 액자가 내걸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취임 초반부터 ‘협치’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논란 속에 ‘협치’정책실은 태동조차 못했고, ‘협치위원회 조례’ 무산, ‘협치예산’ 논란 등으로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뒷받침되지 않았다.

선거에서 경쟁했던 신구범 전 지사를 인수위원장(새도정준비위원회)으로 영입하고, 시민사회단체 대표 출신을 제주시장에 임명하는 등 ‘협치’적 흐름이 있었지만, 공론화 없는 ‘깜짝쇼’로 비쳐지면서 오히려 도민사회와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각종 인사에서 이른바 ‘제주판 3김’에게 부역했던 정치 공무원들이 중용되면서 새로운 협치가 아니라 적폐세력과의 ‘협치’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임기 4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협치’는 개점휴업 상태로, 도정방침(협치, 새로운 성장, 더 큰 제주)에나 명시된 ‘허명’(虛名)일 뿐이다.

◇ 난개발 막은 도지사? 드림타워, 랜딩카지노, 금수산장 개발 “개발정책 우향우”

경제분야 대표적인 공약이었던 ‘GRDP(지역내총생산) 25조원 달성’도 마찬가지다. 당시 원 후보는 “12조원대인 제주의 경제규모를 5년 안에 2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민선 6기 도정이 출범한 후 새롭게 정리한 14개분야 105개 공약사업에는 정작 ‘GRDP 25조원 확대’ 공약은 빠져버렸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환심만 사고 폐기 처분해버린 셈이다.

원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면서 내세운 ‘난개발을 막은 도지사’라는 구호는 사실일까.

원희룡 도정은 출범 초기, 난개발과 중국자본의 잠식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의지를 보였다. 그렇지만 도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예봉이 무뎌지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투자진흥지구와 부동산투자이민제(영주권)에 대해 근본적 해결에 접근하기보다 땜질식 미봉책으로 그 어떤 개선책도 내놓지 못했다. ‘전면 재검토’를 공언한 드림타워도 건축물 높이만 낮췄을 뿐 연면적은 거의 똑같이 허가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한 셈.

카지노와 관련해서도 초기 대규모 카지노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에서 ‘카지노관리감독기구’를 전제로 허용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2월20일 제주신화역사공원에 신화․역사 대신 카지노를 내준 ‘랜딩카지노 영업장 소재지 및 면적변경’ 허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제주도는 당시 “현행법상 요건을 갖춰 신청한 것으로, 관련법령이 미비하다고 (변경허가를) 반려하면 쟁송시 대응할 수 없다”며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이는 최근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틀렸음이 드러났다. 법제처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카지노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변경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제주도에 내려보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의원발의로 ‘카지노업 관리․감독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자 ‘재의 요구→재의결→정부(법체저) 유권해석 의뢰’ 등을 통해 랜딩카지노 변경허가를 내주기 위해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구멍 난 댐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랜딩카지노 변경허가로 나머지 7개 카지노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대형화를 추진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자승자박인 셈이다. 이래저래 원희룡 도정은 ‘신규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도 ‘변경허가’라는 우회로를 열어줌으로써 카지노 대형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평가대상 공약 105개 중 신규 44개뿐, 나머지는 계속사업…빛바랜 ‘공약이행 1등’

원 후보가 6.13지방선거전에 본격 뛰어든 후 내놓은 1호 공약은 ‘공공분야 청년일자리 1만개 창출’이다. 2호 공약은 ‘제주 더 큰 내일센터’ 설립․운영, 3호 공약은 ‘청년수당 월 50만원 지급’으로, 1~3호 공약이 전부 2030청년세대 공략에 집중됐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공약이 나오게 됐을까. 응당 전임 도정에서 관련 정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하는게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제주도가 자체 관리하고, 이를 토대한 한 외부평가(법률소비자연맹)에서는 원희룡 도정 4년간 진행된 ‘일자리 창출’ 정책에 ‘우수한’ 성적을 매겼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제주향토 강소기업 육성 △수도권 성장․유망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청년일자리 만들기 사업 확대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사업 △소상공인 경영안정화 지원 △일자리 정보 통합관리 및 고용지원센터 역할 강화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조성 등 7개 정책이 추진됐는데, 전부 ‘완료’를 넘어 ‘이행 후 계속추진’ 단계로 평가했다.

원희룡 지사의 공약은 총 105개. 공약이행 현황을 보면 △완료 3건 △이행 후 계속추진 87건 등 85.7%(90건)가 완료․이행으로 분류됐다. 폐기 또는 보류된 공약은 없고, 정상추진 13건, 일부추진 2건으로 분류했다.

제주도 홈페이지에 공개된 원 지사의 105개 공약 중 신규사업은 44개뿐. 나머지는 전임 도정에서 추진됐던 계속사업이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게다가 평가대상에는 ‘GRDP 25조 확대’와 같이 애초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은 빠졌다. ‘공약이행률 1위’라는 성적표가 뻘쭘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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