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하순으로 접어든다. 장마가 걷혀가면서 어느덧 매미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며칠 눅눅한 방에 갇혀 지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밀린 빨래에 마음이 안달 난 여느 주부들처럼 밀린 일감에, 처리해야 할 문서들에 머리는 한사코 쉬질 않으니 말이다. 자꾸만 시계에 눈이 가고, 쌓아둔 책에 눈길이 치인다. 쉬면서도 쉬질 못하니 이게 일중독이 아니고 무엇인가
버찌가 떨어질 때 1진나라의 거문고 달인 유백아는 자신의 연주를 들으며 마음까지 읽었던 고향친구 종자기가 죽었을 때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 이 세상에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서. 여기서 유래된 지음(知音)은 마음까지 통하는 아주 가까운 관계를 뜻한다. 뭐, 지음(知音)까지는 못되지만 나를 믿고 자신의 시(
28 자청비 여신 원형 ⑧자청비 여신 원형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는 여신 원형이다. 겨우 문도령을 만난 자청비는 문도령의 방에서 만단정화를 나누면서 부모님에게 들킬까 병풍 뒤에 숨어 지낸다. 며칠이 지나자, 자청비는 묘안을 소상히 알려주며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도록 문도령을 채근했다. 문도령이 자청비에게 받은 묘안
15 도교 최고의 신을 모신 사찰, 그리고 이슬람식당에서의 저녁식사너무 편하게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단숨에 올라와서 그런지 감흥이 덜한 느낌이고 나는 오히려 감기와의 악전고투로 감동을 느낄 새도 없었다. 가이드는 일행들에게 간단히 설명을 하고 나서 근처의 한 사찰로 이동하였다.‘福壽觀’이라는 도교 사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주변을...
17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국지성 소나기로 지열이 잠시 누그러진 거리를 타박타박 걷다 공원 벤치 위에 털썩 앉아본다. 이런 여유가 얼마만인가.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없이 신발을 벗은 채 벤치 위로 다리를 세우고 앉아 본격적인 방관자의 자세를 취해본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의 발걸음은 보폭을 가늠하기엔 너무 빠르고,
그 고양이의 물고기 여름이 절정에 이르렀다. 보름 가까이 장마가 쓸고 간 바톤을 무더위가 바로 이어 받아 나름 열심히 본분을 다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지친 사람들 얼굴에서 바람결을 느끼기 어려운 요즈음이다. 아침부터 찐득거리는 날씨 탓에 나 역시 반쯤 닫힌 눈으로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때 드르
아들, 딸에게 건네는 당부아이들이 어린 시절, 열심히 책을 읽어주었던 이유는 물론 유아기 정서함양과 창의성 계발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대의명분의 이면에는 훗날 학습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속셈이 있었음을 고백하겠다.어쨌든 나는 틈만 나면 책을 읽어주려 했고 또 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러면 아이들도 이
19 보름 넘게 장마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질기행을 나서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두 주째 기사를 쓰지 못해 민망도 해서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길을 나섰다. 지난 기사에 거문오름을 다뤘기 때문에, 이번 주는 거문오름이 만든 최고의 걸작, 만장굴을 둘러보기로 했다. 만장굴 입구에는 최근에 개장된 용암동굴 홍보관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수많은 관광객들
27 자청비 여신 원형 7 자청비.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여성 원형자청비 원형은 자신의 정직한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여성 원형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부딪혀오는 잘못된 상황에 대하여 당당하게 대처한다. 그래서 지적이고 그와 상반되게 가끔은 폭력적이기도 하다. 신화에 나타나는 문도령은 사회적 가치와 도덕, 관습
14 티벳으로 여행떠난 청년과의 조우 그리고 천산인파 속을 걸어가 번화가 고층건물들 뒤편의 뽀얀 연기가 자욱히 피어오르고 시끌벅적한 시장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골목 안은 양꼬치 굽는 매캐한 연기 속에 노점상들과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잘게 잘라서 파는 수박 한 조각을 사서 먹고, 화덕에 구운 빵도 하나 샀는데, 빵
[걸으멍 보멍 들으멍] 해녀, 해녀 아들, 그리고 나 / 정신지 고기잡이배에 시동이 걸린다. 내가 사는 웃 뜨르(‘윗들’이라는 말로 제주에선 중산간 지역을 말한다) 마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새벽을 여는 커다란 소리에 놀라, 여섯 시가 채 되기 전에 잠에서 깨었다. 평소 같으면 실컷 자고 있을 이른 아침, 조금 전 시동을 건 그 배가 지
16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의 「아미엘의 일기」 장맛비가 잠시 그치고 폭염이 밀려온다. 숲 자락을 씻고 지나가는 비구름이 저 산을 넘을 때쯤 텃밭 고추는 푸른 독기를 품은 채 맵싸하게 익어갈 것이다. 자꾸만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일으키며 산 아래 가부좌를 한 바위처럼 허리를 세워본다. 지금 내 생의 시계추는 어디쯤 가리키고 있
아름다운 사람들나이가 들어갈수록 저절로 알게 되는 비밀이 하나 있다. 아름다움이란 삶의 진정성과 같은 말이라는 것을. 껍데기뿐인 아름다움의 유효 기간이 덧없이 짧다는 것을 아는 것은 덤이다.낭중지추(囊中之錐). 사전적 의미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
26 자청비 여신 원형 ⑥자청비. 개방적, 도전적이며 자기기획적인 여성 원형자청비 원형은 개방적이고 도전적이며 자기기획적인 여성 원형이다. 그녀가 자기애를 가지고, 이 자기애를 구체적으로 추구할 의도로 이루어진 외출에서 남성을 만난다는 것, 사랑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그녀는 손을 곱게 하고 싶어서 못에 빨래
13 흉노의 땅 서역(西域) 우르무치에서새벽 한 시. 기차에 오르자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감기 몸살이 심해지는지 밤새 잠을 자는지 마는지도 모르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어제 목이 따갑게 아프더니 이제는 코가 막히는 것이 감기 증세가 완연했다.뿌옇게 흐린 창밖을 보니 유전지대인지 황량한 벌판에
베토벤 교향곡 No.9, 합창. 4악장 '환희에 부쳐' Beethoven Symphony No.9 D Minor Op.125 Choral mov.4 "An Die Freude"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9번은, 9개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작품으로, 그중 제 4악장은 교향곡 최초로 합창을 도입했
지도를 들여다보고, 걷거나 탈것을 이용하면서 우리는 어느 한 장소를 알아가기 위해...
15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접힌 물살에 깃들어 흐르다가 물살이 양날을 펴는 순간, 깃털은 몸에서 떨어져 나와 이정표를 잃고 말았다. 삶과 몸이 동떨어져 있는 순간 포착된 현재는 그림자를 깊게 드리우고 있다. 그림자 안에서는 깃털의 갈라진 틈새가 확연히 드러난다. 제 마음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이렇듯 선명히 보일 때가 있다.
12 상처투성이 삼륜 자동차와 류위엔 기차역시장 너머로 이슬람 사원의 돔이 보여 발걸음을 그리로 옮겨 갔다. 이슬람 사원인‘둔황칭전스’는 시장 뒤쪽의 주택가 좁은 길을 들어간 곳에 있었다. 이슬람사원의 중국식 표현이다. 사원 주변에는 이슬람 식당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슬람사원을 지나 한적한 큰길 교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