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일기념관 보수단체 시국강연 두고 논란 확산...“당국, 내용도 확인않고 무작정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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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탐라인연합회와 하모니십연구소가 6일 진행 예정인 시국강연 안내 팜플릿. ⓒ 제주의소리

제주인의 독립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제주항일기념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탄핵반대 사상교육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극우성향의 시국강연이 열리는 장소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과 함께 기념관 측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허가를 내줬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애국탐라인연합회와 하모니십연구소는 오는 6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조천읍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자유·법치 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극우성향으로 익히 알려진 서경석 목사가 탄핵 반대 등 현 시국에 대한 강연에 나설 계획이다. 서 목사는 4.3을 ‘좌익폭동’으로 규정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으며 4.3평화공원 앞에서 추념일 반대 집회를 이끌기도 했다.

주최측이 미리 배포한 유인물에는 자유와 법치를 강조하며 ‘촛불·친북 세력은 질서를 파괴말라’는 등의 공격적인 문장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성격의 강연이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고 제주인의 독립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조성된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리기에는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최측은 지난 달 20일 대관 신청 시 강연 내용으로 ‘스마트폰 및 정신교육’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스마트폰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정신교육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게 지역사회의 반응이다.

제주지역 문화예술인 이모씨는 “당국이 강연 취지와 내용을 알고도 제주항일 성지의 대관을 허가해줬다면 큰 문제”라며 “표현의 자유가 허용된 우리사회에서는 탄핵반대 집회도 가능하다. 그러나 항일운동 성지에서 그 정신을 훼손할 수 있는 왜곡된 정치강연은 막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순희 제주문화예술공동체 간드락 대표는 “서경석 목사가 노인분들에게 어떤 정신교육을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설립 취지에 위배되는 강연을 제대로 들어다보지 않고 허용해준 당국은 근무태만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 관계자 등이 항의하기 위해 제주항일기념관을 찾았지만 이재부 관장 등 간부급 직원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주의소리>는 이 관장 등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제주항일기념관 소속 모 주무관은 “제가 뭐라고 책임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며 “계장, 관장님 모두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며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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