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jpg
▲ 지난 2월6일 조천읍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반대 시국강연회'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보건복지안전위, “항일기념관, 제주4.3 왜곡 인사의 강연 방치” 책임론 제기
“책임자 엄중 처벌” 촉구…제주도, 뒤늦게 기관경고 ‘솜방망이’(?) 처분

제주도의회가 제주 항일운동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제주4.3을 좌익폭도들에 의한 무장반란 사건으로 왜곡한 인사의 시국강연을 허용한 것과 관련해 관련자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김용범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3일 제주도 보훈청에 대한 2017년도 주요업무 보고에 앞서 황승임 보훈청장을 상대로 지난 2월6일 항일기념관에서 열린 ‘자유·법치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 개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애국탐라인연합회와 하모니십연구소는 지난 6일 조천읍 만세동산 소재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스마트폰 활용법 및 자유·법치 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를 강행했다.

강연회에는 약 100여명이 참석했고, 이들 중 30여명은 육지부에서 내려온,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로 알려졌다.

강사인 서경석 목사는 대표적 극우보수 인사로 제주와는 악연 아닌 악연을 이어왔다. 대표적인 갈등 사안인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독려하는가 하면, 유족과 도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제주4.3을 왜곡하는 활동에 앞장서며 도민사회의 공분을 샀던 인물이다.

신구범 전 제주지사도 당시 강연회에서 “5.16은 혁명”,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전두환, 전두환은 배짱 좋은 사람”, “국정농단 사태는 공무원들 책임”, “최순실 사태의 원인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등의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내 도민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1.jpg
▲ 보건복지안전위원회 김용범, 강익자, 고태순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김용범 위원장은 이재부 항일기념관장을 불러 세운 뒤 “지난 6일 시국강연회는 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황승임 보훈청장이 “대관 조건에 맞는 것인지, 조건에 맞지 않은 내용으로 강연회를 진행하는 경우 불허할 수 있다는 공문을 주최 측에 시행했다”고 답변하자, 김 위원장은 “현장에 배포된 유인물만 봐도 정치 강연회라는 것은 뻔히 아는 것인데, 왜 수수방관 했느냐”고 몰아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공문을 발송했고,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공문 발송으로 책임을 다한 것이냐”고 추궁을 이어갔다.

황 청장이 “경고 조치를 했다. 앞으로는 항일기념관 취지에 맞는 행사를 하도록…”이라고 답변을 이어가려 하자, 김 위원장은 “다시 빌려주겠다는 소리냐”고 답변을 끊은 뒤 “그런 단체에 대해서는 앞으로 대관을 불허한다거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강사로 나선 서경석 목사가 누구인지 모르나. 제주4.3을 좌익폭도들에 의한 무장반란 사건이라며 4.3을 근본적으로 왜곡해온 극우 인사다. 이런 인사가 강사로 나선 행사를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은 큰 문제”라고 당시 행정의 자세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관람료 무료시행을 골자로 하는 항일기념관 설치운영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이다. 심사 때는 행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은 개인·기관에 대해서는 대관불허 등 강력한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넣도록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조례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부 관장을 상대로는 “공문까지 시행하고도 강연회를 강행한 데 대해 이를 묵인했다. 외부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라고 추궁했고, 이 관장이 “그런 건 없었다”라고 답변하자, “그렇다면 무슨 빽(배경)을 믿고 강행하나. 행정까지 무시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장은 “모든 것은 저의 불찰”이라며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당시 전화통화가 안된 이유에 대해서는 “잠시 전화가 분실됐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전임 청장 때는 조설대 문제로 후손들과 갈등을 빚더니, 이번에는…. 보훈청이 말썽이 많다. 연말연시 언론에 대서특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익자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공문으로 불허했으면 몸으로라도 막고 문을 열어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난해 4월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관 신청이 불허된 바 있다. 뭐가 다른 것이냐. 뻔히 예상되는 문제를 방지하지 못한 것은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라고 질타했다.

고태순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항일기념관 대관으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로 항일기념관의 정신이 훼손된 데 대해 보훈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묻고 싶다”면서 “청장과 관장이 행사 당일 강의 내용에 동의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었다.

이에 황 청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더는 물의를 빚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는 대관신청 시 사전에 내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관의 범위를 엄격히 정해서 항일기념관 취지에 맞게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청렴감찰관)는 2월10일자로 보훈청에 제주항일기념관(영상관) 사용허가가 부적정했다면 기관(부서)경고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