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의원 대표발의…4.3유족회-70주년사업위, 19일 4.3특별법 개정촉구 기자회견

정명(正名)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제주4.3의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하고, 희생자․유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보상 및 4.3당시 행해진 불법적 군사재판의 무효화 내용을 담은 ‘4.3특별법’(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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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오영훈 의원(제주시을)과 강창일(제주시 갑)․위성곤(서귀포시) 의원, 양윤경 회장을 비롯한 4.3유족회 관계자, 손유원 제주도의회 4.3특위 위원장 등은 19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3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 처리에 당리당략, 보수-진보라는 사상과 이념을 뛰어넘어 적극 도와 달라”고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제주의소리

◇ “당리당략 또는 보수-진부 얽매여선 안돼!” 법안 처리 초당적 협력 호소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오영훈 의원(제주시을)과 제주출신 강창일(제주시 갑)․위성곤(서귀포시) 의원은 19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 처리에 당리당략, 보수-진보라는 사상과 이념을 뛰어넘어 적극 도와 달라”고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제주도의회 손유원 4.3특위 위원장, 양윤경 회장을 비롯한 제주4.3희생자유족회 관계자,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 및 제주4.3 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범국민위에는 전국 사회각계 원로인사와 200개가 넘는 담체가 참여하고 있고, 제주기념사업위는 제주지역 100여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제주4.3에 대해서 국가는 공식적으로 진상보고서를 통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임을 확인했으며,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직접 사과까지 했다”며 “이에 대해 국가폭력의 당사자인 국가는 당연하게 피해자인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함이 마땅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는 개인의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으면서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 인정과 그에 수반되는 배상 절차에 대해서는 이토록 인색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더 이상 개별배상을 미룰 이유가 없고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정치권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자 시절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4.3의 현안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다른 후보자들 또한 배상 등의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을 분명히 약속한 바 있다”며 이번 4.3특별법 개정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4.3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상과 이념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당리당략 또는 보수와 진보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국가의 부당한 폭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리려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초당적인 협력을 호소했다.

오영훈 의원 등은 기자회견에 앞서 미리 국회 의사과에 4.3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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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에 앞서 국회 의사과에 4.3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는 오영훈 의원. ⓒ제주의소리

◇ 4.3당시 불법적 군사재판 무효, 희생자․유족에 대한 배․보상 근거 마련

 

이번에 발의된 전부개정 법률안은 법안 명칭부터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바뀌었다. 명칭 자체에 ‘보상’이란 단어를 추가했다.

‘4.3사건’의 정의도 바꿨다. 현행 4.3특별법에는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됐다.

개정안은 이를 ‘미군정기인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과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수정했다. 가해자 등 책임소재와 당시 상황, 그리고 엄청난 피해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은 희생자와 유족의 권리도 명시했다.

특히 1948년 12월29일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호’ 등에 기재된 사람에 대한 각 군사재판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문구도 넣었다. 당시 군사재판이 불법이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희생자 및 그 유족으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한편 희생자 및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공동체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4.3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 및 피해구제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전망이다.

◇ 보수정당 서명 외면…대선 땐 여․야 후보 5명 모두 배․보상 등 4.3문제 해결 공약

개정안 발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47명을 비롯해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의원 7명, 이정미 대표를 포함한 정의당 의원 6명 등 총 60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 의원들 중에서는 단 한 명도 서명하지 않아 국회 법안심사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후보들은 한결같이 ‘4.3민심 잡기’에 공을 들인 바 있다.

5명의 후보 중 문재인(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후보가 4.3 배·보상을 비롯한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5대 핵심공약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4.3 배·보상 및 희생자·유족신고 상설화를 위한 특별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수정당들이 대선 당시 제주도민에게 약속했던 ‘4.3해결’ 공약을 걷어차고 우익 본능으로 회귀할지, 아니면 최소한의 공약 지키기 차원에서 4.3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초당적으로 협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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