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흘2리마을회-선인분교 학생들, 동물테마파크 중단 촉구

선흘2리마을회와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부모·학생들이 27일 오전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제주의소리
선흘2리마을회와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부모·학생들이 27일 오전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제주의소리

'꼼수' 환경영향평가 면제 논란 속에 재추진 중인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직선거리로 5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초등학교 분교장 어린이들이 직접 피켓과 손편지를 들고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마을회와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부모·학생들은 27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마을을 파괴하는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일대 58만㎡ 부지에 사자·호랑이·코끼리 등의 맹수 관람시설과 4층 규모의 호텔 120실(9413㎡), 동물병원, 사육사 등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추진중인 사업이다.

2007년 개발 사업 승인을 얻은 이후 재정난 등으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해 2011년 공사가 중단됐다가 2017년부터 재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중단 이후 7년이 경과하면 환경영향평가를 새롭게 받아야한다는 규정을 피해 6년 11개월만에 공사를 재개하는 등 꼼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주민들은 제주도정이 해당 사업 인허가 과정을 비밀에 부쳤다는 점, 주민들과 아무런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 등을 언급하며 사업 추진을 반대했다.

선흘2리마을회가 27일 오전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제주의소리
선흘2리마을회가 27일 오전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제주의소리

선흘2리 주민들은 "대명이 시행하는 동물테마파크사업은 시작부터 언론과 도의회의 질타를 받아왔다.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대명 측의 꼼수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투자유치라는 이름으로 사기업의 돈벌이를 지원하고 있다"며 "제주도에 여러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승인 절차를 중단할 것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답변조차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제주도는 동물테마파크 사업 승인을 신청한 시점에서도 당사자인 선흘2리 주민들에게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상황을 인지한 마을은 뒤늦게 인허가 과정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제주도는 이를 무시하거나 수박 겉핥기 식의 보나마나한 자료만을 던져줬다"고 꼬집었다.

선흘2리 주민들은 "원희룡 지사는 무엇이 두려운가. 제주도와 원 지사는 사업자의 사업계획서를 포함해 환경영향평가 변경심의 및 인허가 과정 전반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철저히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주민, 전문가, 언론 앞에서 공개적인 공청회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부모·학생들이 27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제주의소리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부모·어린들이 27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제주의소리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생이 27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편지를 읽고 있다.ⓒ제주의소리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어린이들이 27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편지를 읽고 있다.ⓒ제주의소리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장 학부모들과 어린이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자신들을 '대명 제주동물테마파크를 반대하는 선인분교 학부모 및 어린이 일동'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동물테마파크사업이 동물을 학대함과 더불어 어린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에서야 대기업인 대명이 동물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제주 최초로 맹수를 들여와 사파리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주도 또한 '투자 유치'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주민들의 안녕보다는 사기업의 돈벌이를 적극 옹호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제주도는 유네스코 3관왕을 자랑하며 관광객을 유치하고서는 그곳에 반생태적 동물원을 허용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즉각 멈춰야 한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열대지방의 동물들이 잡혀와 고통 당하고 있는 살풍경이 아니라, 제주만이 지니고 있는 제주다운 자연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발 300m 이상의 중산간에 위치한 선흘2리는 해마다 겨울이면 폭설로 고립되고, 우리나라 평균 2배에 이르는 2600mm의 강수량과 잦은 안개로 운전조차 힘든 곳"이라며 "반면 사자, 호랑이, 코끼리, 기린, 코뿔소 등은 일년 내내 덥고, 건기가 긴 열대 사바나 기후에서 자라는 동물들이다. 이런 동물들을 살던 곳에서 잡아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동물권을 보호하는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들도 '학교 옆에 동물원이 생기면 동물 울음소리가 들리고, 배설물 냄새로 인해 도무지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동물들은 추운 이 곳이 아닌 더운 초원에서 살아야 한다', '끌려오는 동물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보낼 손편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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