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30) ‘제주동물테마파크’ 나비 날갯짓 시작? '지하수 오염, 전염병' 우려
최근 20년 신종 전염병 70%가 인수공통..."자연 원형 지키는 선흘 주민을 보라"

프랑스의 ‘벵센 동물원’이 개장 80년 만에 문을 닫았다. ‘동물들이 사육공간이 현대적 기준에 비추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이유로 한화 1700억원을 투자해 대대적으로 단장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14년에 4월 ‘파리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연다. 

콘크리트, 쇠창살을 없애고 갈대숲과 무성한 밀림으로 최대한 동물의 서식지와 비슷하게 환경을 조성했다. 입장료는 비싸졌고, 거기다 보고 싶은 동물은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우두커니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어도 바람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그들은 ‘좋아하는 동물을 보고 싶으면 종일이이라도 괜찮다’며 웃는다. 동물을 볼 수 없는 날이면 동물원 옆에 마련된 부스에서 시청각 자료를 보고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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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동물원에서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 출처=동물복지문제연구소 AWARE. ⓒ제주의소리

동물원이 생태계 보호에 앞장?

180종 1000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는 파리동물원에는 가장 인기 있는 코끼리와 곰을 볼 수 없다. 재개장 당시 동물원과 어울리지 않는 코끼리와 곰 전시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당시 동물원 관리자는 “우리는 동물원이 오락의 목적으로 동물들을 사육장 가장자리로 내모는 구시대적인 방식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20세기형 동물쇼와 전시장 동물원은 가고, 21세기형 공존식 동물원을 자랑하고 있지만, 프랑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원을 없애려 하지 않고, 동물원이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는 역할을 하는 척하는 것 자체가 사기”라며 많은 세금을 들여 고친 정부를 비판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새로운 동물원의 ‘동’자도 꺼낼 수 없는 게 프랑스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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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규모와 서식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동물을 쉽게 볼 수가 없다. 그런 날을 사육장 옆 시청각 자료를 보고 발길을 돌린다. 출처=동물복지문제연구소 AWARE.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아직도 20세기형 동물 쇼와 동물 체험, 동물 전시가 대부분이다. 중소규모의 이동식 동물원 등을 포함해 이미 20개 이상이 운영 중이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동물원이 많은 지역이다. 제주의 동물원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람사르습지지역위와 사전협의 않고 '거짓 제출'...제주도 '몰라'  

동물 복지는 말할 것도 없고,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동물은 여전히 ‘고작’ 동물일 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형 동물원으로 설립 허가를 추진 중인 ‘제주동물테마파크’는 해당 지역인 선흘리 뿐만 아니라 제주 전 지역을 가로지르는 나비효과를 우려하게 된다.

지난 3월 사업자측은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보완사항인 ▲중수도 구체적 사용 계획 ▲오수 발생량, 처리량, 중수 사용량 계측 장비 설치 계획 검토 ▲사업 시설 내 용수 이용량 산정 재검토 ▲동물 이동 유지 생태 통로 계획 ▲사업 부지내 악취 저감 위한 수목 추가 식재 계획 ▲교래 곶자왈-민오름 생태축 확보 보전 방안 검토 ▲동물별 분뇨 발생량 및 처리 계획 제시 ▲주민 상생 방안 구체적 제시 등을 제주도에 제출한 상태다. 

현재 도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대규모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의 행정사무조사 대상사업에 포함되고 있긴 하나 사실상 제주도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조천읍 람사르습지도시 지역위원회와의 협의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거짓으로 조치 계획을 제출했고, 제주도는 행정절차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또한 사업장에서 나오는 오수를 오수관에 연결하지 않고 자체적인 중수 시설에서 처리한 뒤 지하에 침투시키는 방식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지하수 오염은 피할 수 없다.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는 바로 메르스, 에볼라,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등 신종 전염병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창궐할 때 모든 동물원에서 낙타를 격리했다. 최근 20년간 새로 발생한 전염병의 70% 이상이 인수 공통 전염병으로 야생 동물과 사람, 야생 동물과 농장 동물 간의 접촉으로 신형 변종 전염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시용인 야생 동물을 수입할 때는 눈으로만 진찰하는 임상검사 외에 별다른 검역을 하지 않는다. 양서류, 파충류 등은 그마저도 하지 않아 동물 방역 체계는 놀랄 정도로 허술하다.  

세계환경수도 '제주' 조성계획 핵심 '생태계 복원'…동물원 '역행'

동물원의 동물은 턱없이 좁은 공간에 갇혀있고, 사람들에 장시간 노출되어 대부분 ‘아무 의미 없이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정형 행동을 보인다. 동물 쇼를 위한 심한 구타와 학대로 장시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면역력이 저하된 동물들은 수시로 항생제 처방을 받는다. 이러한 동물들의 처우는 강력한 변종 전염병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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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물원의 현실을 보여주는 전주동물원의 1990년생 코돌이. 지난 1월에 세상을 떠났다. 유난히 트럭을 무서워해 트럭 소리만 들어도 몸을 숨겼다. 앞발바닥 염증 때문에 두 차례 쓰러졌지만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아는지 눕지 않는 코끼리로 알려져 있다. 출처=동물을 위한 행동. ⓒ제주의소리

제주도의 입장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라는 뜨거운 감자를 차갑게 식혀줄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제주도가 2014년에 발표한 ‘2020 제주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에 그 답이 있다. 

제주도는 이미 진행된 개발 사업으로 인해 우수한 자연경관 및 생태계가 훼손된 것을 우려하며 생태계 복원을 천명했다. 생태 복원 사업은 세계환경수도의 우수한 사례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미 마무리된 사업도 복원하는 마당에 개발되지 않는 사업은 복원에 사용되는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이다. 

또한 유네스코 3관왕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통합관리체계 구축과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시도가 필요한 곳이 ‘제주동물테마파크’가 들어오려 는 선흘2리와 조천읍 일대다.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위치하는 지역이며, 2018년 조천읍 전체는 세계 최초로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된 생태지역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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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리의 아름다운 모습. 출처=동백동산습지센터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되어 만 12년을 넘겼다. 그동안 투자진흥지구 지정 취소, 공사 중단, 사업자 변경, 40%에 해당하는 공유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등 10년을 훌쩍 넘기는 기간은 법적 효력이 미치기에도,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너무도 긴 시간이다. 

그러나 생각에 따라, 그 긴 시간은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개발이 몰아치던 지난 몇 년 동안 어떠한 구실이 되었든 아직까지 개발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그곳을 묵묵히 지켜온 지역주민의 간절한 바람과 습지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생물의 소리 없는 목소리의 결과인지 모른다. 대부분의 제주도민과 제주를 소중하게 여기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시간이 헛되지 않길 기대하고 있다. 여러 고충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제주도의 큰 용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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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를 더욱 아름답게 단장하는 선흘리 사람들. 출처=동백동산습지센터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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