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7.여)이 범행 37일 만에 기소되면서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현실화 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고씨를 1일 구속기소했다.

고씨는 5월25일 오후 8시부터 9시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7)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고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인정했지만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치료 중인 오른손 등 신체 부위에 대해 증거보전을 신청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고씨가 범행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과 고씨의 동선 등을 토대로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고씨가 범행 자체는 시인하는 만큼 살인죄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직접 증거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과 검찰은 피의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고씨가 제주~완도간 항로 등 다른 지역 3곳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사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인천과 김포 등지에서 뼈로 추정되는 물체를 잇따라 발견해 감정을 의뢰했지만 모두 동물 뼈로 확인됐다. 제주 동복리 쓰레기매립장에서도 발견된 뼈는 감정이 진행 중이다.

완전 범죄를 꿈꾸며 사체를 모두 처리했다면 고씨가 법정에서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재판과정에서도 직접증거인 사체 발견은 어려운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제주에서도 토막살인 사건이 있었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2005년 9월 제주경찰은 2년간 같이 살던 후배 A(당시 42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B(당시 52세)씨를 붙잡았다.

당시 피해자의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양씨의 주거지를 조사해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확인했지만 온전한 시신은 확인하지 못했다.

피의자는 경찰조사에서 시신을 토막 내 일부를 자신의 주거지와 화장실, 정방폭포, 외돌개, 서귀포항 인근 해안가 등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양씨는 결국 구속기소 돼 2006년 3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당시 법원은 범행이 지극히 잔인하고 엽기적이라며 이 사회와 영원히 격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2007년 4월 대전시 유성구에서는 이혼 문제로 다투던 아내를 살해해 사체를 훼손한 C(당시 61세)씨가 징역 18년을 선고 받은 사례가 있다.

C씨의 집 욕실에서 혈흔 등 살해 흔적이 발견됐지만 사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CCTV에는 범행 당일 A씨가 쓰레기 종량제 봉투 6개를 들고 집으로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검찰은 시신이 없어도 CCTV 영상 분석과 A씨의 동선 등 범행 입증한 여러 간접증거를 내세워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이끌어 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극단적 인명경시 상태에서 저지른 계획적 범죄로 보인다”며 “범행의 구체적 방법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살인에 대한 공사사실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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