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여순항쟁 71주년] ① 강정구 교수, “제주4·3과 여순사건은 민족해방 위한 투쟁, 처절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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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순천대학교 7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주4·3, 여순항쟁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학술토론회'에서 강정구 전 동국대학교 교수가 강의를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국전쟁의 100만 민간인 학살 원인이 정당성이 없는 정부의 패도정치입니다. 폭력의 의한 진압, 외세에 의한 민족 과제의 억압으로 폭발한 게, 바로 제주4·3과 여순사건입니다."

제주4·3도민연대와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제주4·3, 여순항쟁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학술토론회'가 17일 오후 순천대학교 70주년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강정구 전 동국대학교 교수가 이날 '제주·여순항쟁의 민족사적 재조명과 국가폭력의 재인식'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강 교수는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을 내재적 민족사의 행로와 민족사적 핵심과제 구현을 위한 민족항쟁으로 규정하며 두 항쟁의 역사성을 현재적 맥락에서 재평가했다.

강 교수는 "미국, 소련 외세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1948년 8월 이후 조선은 어떤 역사로, 어떤 민족 과제를 실현했을 것인가, 그것이 바로 내재적 민족사적 행로"라고 설명했다.

△친일파 청산 △일본 식민 잔재 청산 △분단 해소 및 통일 국가 수립 △토지개혁 △근복적 사회구조 개혁까지 해방이 되면 한반도에서 이루기로 맘 먹었던 민족사적 핵심과제들은 미 군의 점령에 따라 요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제주4•3, 여순항쟁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학술토론회ⓒ제주의소리
17일 순천대학교 7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주4·3, 여순항쟁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학술토론회'에서 강정구 전 동국대학교 교수가 강의를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강 교수는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의 성격은 분명히 민족항쟁"이라며 "외세에 의해 민족사적 핵심 과제가 무너지는 시점에서 이걸 다시 일으켜세워야겠다는 몸부림과 투쟁이 4·3사건, 여순사건으로 나타났다. 민족의 자주적인 역사행로를 되찾기 위한 투쟁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두 항쟁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역사의 주체로서, 역사를 바로잡으려면 이 두 항쟁을 처절한 몸부림이었고, 투쟁이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봐야한다"며 개회사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역사 인식에 공감했다.

5·10 남한 단독 선거와 이승만 정권 수립의 역사적,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조사 연구 결과를 통해 분석 비판했다. 민족분단을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5·10 선거는 분단을 원치 않는 국민들이 투표 자체를 거절했으며, 전체 유권자의 자발적 실제 투표율은 6.8%에 그쳤다(국사편찬위원회, [자료대한민국사]). 

강 교수는 "미국과 유엔의 5·10선거 정당화는 경험적인 자료에 의해 검증 받지 않은 한낱 허구적 선언이다. 4·3항쟁은 미리 예견된 이들 허구성에 의연히 맞서, 이를 전면적으로 분쇄하고, 내재적 역사행로를 구현하고, 자주통일정부를 수립해 완전한 민족해방을 쟁취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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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순천대학교 7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주4•3, 여순항쟁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학술토론회'에서 강정구 전 동국대학교 교수가 강의를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는 "정통성이 없는 이승만 정권 하에서 국가는 국민의 자발적 동의에 의한 왕도정치가 불가했으므로 전적으로 폭력에 의한 패도정치의 극단을 보였다. 이 결과 4·3항쟁과 여순항쟁에서의 집단 학살이라는 국가폭력이 난무하게 된 것이고, 한국전쟁 중에 약 1백만에 가까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4·3항쟁과 여순항쟁이 추구했던 민족사의 정도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어느 정도로 굴절되고 강압되었는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민족사의 나아갈 역사행로를 창조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 4·3과 여순항쟁의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길임을 제언했다.

한편 여순사건은 여수 제14연대 소속 군인 2000여명이 1948년 10월 육군본부의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한 게 발단이 된 사건이다. 이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인근 지역 민간인들이 대거 희생됐다. / 순천=최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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