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숨은 영웅들] (5) 배종면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장

코로나19 상황판을 보며 설명하는 배 단장.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상황판을 보며 설명하고 있는 배종면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장. ⓒ제주의소리

“감염병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불신입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불신이죠. 내 친척, 내 동료, 내 가족, 내 이웃이 나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회 불신. 한 사회가 안정되려면 상호 신뢰와 함께 상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단단해지면서 발전합니다. 허나 감염이라는 위기가 오면 그것이 근본부터 흔들립니다.”

제주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체’나 다름없는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의 책임자 배종면(59) 단장은 기자에게 던지고 답한 즉문즉답이다. 메르스도 그렇고 코로나19도 그렇고 가장 두려운 공공의 적은 바로 불신이란 설명이다. 

지난 1월 20일,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 한 달 하고 보름을 향한다. 비교적 차분하게 유지되던 확진 흐름은 대구·경북지역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 뒤로 감염병 위기 경보는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에서 유지 중이다.

방역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공직자들, 마스크 구입 대란을 비롯해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이 큰 시민들까지.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전체의 동력이 둔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는 다행히 사망자 없이 5일 현재 네 번째 확진자까지 나온 상태다. 세종시 1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은 확진자 수다. 하지만 확진자 모두 대구를 방문한 내국인 간 전염이기에 도민 사회의 긴장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4일 오후 회의를 막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배 단장은 “하루 하루가 예측할 수 없이 긴장된 나날이다. 그래서인지 잠을 설친다. 지원단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가져다 놨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2015년 국내에서만 38명이 사망한 메르스 사태 당시 배 단장은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였다. 제주 의료진 가운데 유일하다시피 ‘역학(疫學)’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제주도 역학조사 민간자문단장을 맡았고, 2016년 7월 ‘제주감염병관리본부’(현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의 초대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직을 이끌고 있다.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은 감염정보 홍보, 능동신고 운영, 방역조치 수행, 자원공조 지원이라는 제주도 맞춤 감염병 방역체계를 운영하는 사실상 최상위 조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배 단장을 포함 7명이며 ▲감염병 동향분석팀 ▲역학조사팀 ▲대외협력팀으로 구성돼 있다.

배 단장은 이른바 ‘코로나 19 쇼크’와 관련, “공포심, 위기감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불필요하다. 어려움을 극복해낸 지난 경험과 지혜를 통해 두려움을 자제하고, 과학에 근거한 효과적인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감염병 확산에 있어 올바른 결과를 낼 수 있는 현명한 대처 방법”이라는 조언을 도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했다.

더불어 “힘든 상황을 지나고 있지만 시간을 우리 편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 대책을 마련하는 게 감염을 일선에서 막아내는 책임자들의 역할”이라며 코로나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과거 ‘메르스의 교훈’을 되새길 것을 당부했다. 그것 중 하나가 감염병 대응 전담 조직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가짜뉴스’의 남발에 대해서도 그는 “도민들은 질병관리본부 같은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해달라. 무엇보다 과학적 판단과 근거에 의해 행동하는 모습이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배 단장과의 인터뷰 전문

Q. 수고 많으시다. 요즘 하루가 전쟁 같을 것 같다. 하루 일정이 어떤가?

A. 매일이 예측할 수 없이 긴장된 나날이다. 긴장의 연속이라 잠을 설친다. 그래서 지원단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가져다 놨다. 지난 1월 27일 코로나19 대책 본부가 만들어졌는데, 20일부터 제주도와 협의하며 준비해왔다. 설 연휴가 지나면서 중국에서 들리는 소식이 심상치 않아 연휴 끝나기 전 날인 27일 이중환 제주도 도민안전실장과 모여서 상황을 공유했다. 원희룡 도지사에게도 알리면서, 그때부터 우리는 상황을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수준으로 봤다.

양성 반응이 나오면 그때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3번 환자도 자정에 양성 소식이 들렸고 4번 환자도 새벽 시간이었다. 부랴부랴 새벽 시간에 내려와 환자와 심층 면접을 가지고 타인 전파가 안되도록 동선과 공간을 찾아냈다. 3번 경우도 새벽부터 환자가 들린 노래방을 영업 중지 시키고 동시에 CCTV를 보면서 일행이 들어오고 나간 시간을 파악해 그때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까지 누군지도 알아내서 격리자 명단을 만든다. 방역과 격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초동조치가 끝나면 다시 차분하게 확진자와 면담을 가진다. 확진 소식을 처음 들으면 당황할 수 있기에 빠진 일정은 없는지 찬찬히 물어본다. 지역사회에 최대한 전파되지 않도록 즉각 대응한다.

Q. 배 단장께선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제주도 역학조사 민간자문단장을 맡아 제주도에 조언하고 언론 앞에서도 섰었다. 5년 시간이 흘러 다시 코로나19 감염병이 등장했다. 정부 대응, 시민 반응, 방역 체계, 정보 전파 등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겠다.

A. 그때는 지원단 자체가 없었다. 메르스 141번 감염자가 제주에 왔다 가면서 제주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당시, 제주도에는 역학을 전공한 의사가 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문단장을 맡았고, 해외 유입성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 2016년 국고 지원으로 생기면서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2015년 경험 통해서 뼈아프게 깨달은 것은 바로 선별진료소의 중요성이다. 당시에는 선별진료소의 개념이 없어서 환자가 응급실로 바로 향했다. 결국 병원 통째로 폐쇄되는 일을 겪었다. 현재 선별진료소는 당시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생긴 대책이다. 덕분에 코로나 환자로 병원이 폐쇄되는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 두 번째 깨달음이라면 역학조사관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역학조사관 교육도 꾸준히 이어갔고 지원단도 만들어지면서 대응 능력이 좋아졌다. 2015년만 해도 제주에서 역학조사 인력을 찾기가 어려웠다.

지난 2015년 6월 18일 메르스 사태 당시 도청 브리핑에 참여한 배 단장(오른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015년 6월 18일 메르스 사태 당시 도청 브리핑에 참여한 배 단장(오른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20년 2월 27일 코로나19 도청 브리핑에 참여한 배 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제주의소리
2020년 2월 27일 코로나19 도청 브리핑에 참여한 배 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제주의소리

Q. 본인도 역학조사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발적 자가격리한 적도 있다던데.

A. 어떻게 알았나. (웃음) 이번 코로나 때는 저도 민간 역학조사관으로 현장을 뛰곤 하는데, 2번 확진자를 심층조사하고 난 뒤 3일 정도 지났을 때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 상태가 안 좋았다. 평상시라면 괜찮겠지 하고 넘어갈 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덜컥 걱정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일하는 지원단 장소가 도청 안에 있다.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지원단과 도청이 감염되면 절대 안되니 스스로 ‘격리 같은 격리’ 조치를 했다. 결론은 다행히 과로였다. 그 뒤로는 비타민도 챙겨 먹는다. (웃음) 역학조사관이 상당히 위험하다. 확진자를 만나서 방호복을 챙겨 입고 단순한 의견 청취가 아닌 심층 역학조사를 하는 게 쉽지 않다.  

Q. 갓 임관한 간호장교들이 곧바로 대구로 투입됐다.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고군분투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제주 지역의 방역 인력 상황은 어떤가.

: 대구·경북 사례는 다른 지역의 타산지석이다. 이 정도 문제가 생긴다면 제주 역시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한다는 판단이 선다. 그래서 병상수급 부분도 미리 환자를 소개해서 준비했고, 역학조사관 부족 우려도 공중보건의사 일부를 역학조사관으로 미리 임명했다. 이들은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시 역할을 맡는다. 겉으로 보기에 제주가 아직 대구처럼 위기로 보이진 않아도, 최악을 생각해서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어떻게 동원하고 분배할지는 계획은 나름 세워뒀다.

Q. 시민들이 가장 크게 피부로 느끼는 불편을 꼽자면 마스크가 있겠다. 마스크 사용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A. 원칙과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면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만큼 기능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하지 못한 경우라면 면 마스크라도 쓰는 게 맨 얼굴보다 낫다. 다만, 면 마스크의 습기를 그대로 두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세척해서 말려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Q. 코로나와 관련해 바로잡고 싶은 오해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까?

A. 코로나19가 세상에 알려진지 고작 2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환자가 나올 때부터 임상증상이나 기타 정보가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다보니 혼선이 있었다.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초 사람과 사람 간의 전파에 의문을 가졌지만 지금은 확실히 전파 사실을 인지한다. 침방울뿐만 아니라 공기 상으로 먼지가 돼서 전파가 된다는 의견, 대변·소변이 에어로졸로 전파한다는 의견까지 굉장히 분분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처음 등장한 바이러스라서 벌어지는 혼선이라고 본다. 일단은 코로나는 메르스, 사스와 같은 형태로 보이는데 전파 기전 같은 점은 추가 연구 대상이다. 도민들은 질병관리본부 같은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게 좋겠다. 

Q. 총선을 앞두고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감염병 전문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등의 감염병 관련 공약도 나오고 있다. 제주 여건에 맞는 감염병 대비책은 무엇일까?

A. 지난 메르스와 비교해보면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이 있어 방역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도청 안에서 나온다. 이런 조직은 상시적으로 있어야 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도청 소속이 아닌 일종의 위탁 같은 개념인데 이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감염병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고 그 영향이 많은 사람, 동시에 사회 전역에 미친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렇기에 조직 강화, 인력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행정직은 안된다. 전문직으로 채워야 한다. 전문직으로서 경험을 쌓아서 유지할 때 다른 감염병에도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다. 감염병 대응 전담 조직을 지키고 유지하는 게 감염병 위기에서 제주를 지키는 첫 번째 정책이다. 

한 마디만 덧붙이면 감염병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아느냐. 바로 불신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불신이다. 내 친척, 내 동료, 내 가족, 내 이웃이 나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회 불신. 한 사회가 안정되려면 상호 신뢰와 함께 상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단단해지면서 발전한다. 허나 감염이라는 위기가 오면 그것이 근본부터 흔들린다. 불신을 해소하려면 과학에 근거한 효과적인 예방 수칙을 제기하고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 기능이 중요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정기 브리핑이나 수시로 코로나 정보를 도민들에게 공개하는 건 불필요한 걱정을 없애는 노력이다. 힘든 상황을 지나고 있지만 시간을 우리 편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 대책을 마련하는 게 감염을 일선에서 막아내는 우리 역할이다.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 배종면 단장이 4일 인터뷰를 통해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 배종면 단장이 4일 인터뷰를 통해 "과학에 근거한 효과적인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감염병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Q. 코로나 사태에 각자 지켜야 할 원칙으로 위생 수칙은 말할 나위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잠시 멈춤 같은 운동도 제기한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감염병 포함 각종 위기 상황을 헤치는 가장 검증된 방법은 기존에 알려진 경험과 지식을 근거로 극복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위기 앞에 일부 사람들은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곤 한다. 그런 분위기가 퍼지면 사회는 빠르게 흔들린다. 위기 상황에서 개개인이 불안감이 커지면 주변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필요한 공포심이나 위기감은 크게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 4일까지 제주 안에서 진행한 코로나 총 검사 건수는 1062명이다. 이중 음성이 991명이다. 확진자가 4명도 중요하지만 음성 숫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코로나 사태 역시 과학적 근거에 따라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모습이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 그래야 외부로부터 또 다른 위기가 오더라도 자신감 있게 나아갈 수 있다. 우리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의 역할은 제주 사회에 감염 위기가 왔을 때 과학적 근거로 판단·분석·행동하는 기준을 만들어 알려주는 역할이다. 이런 역할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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