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림종합경기장 마련된 선별진료소 검사행렬 줄이어... 인적 끊긴 한림읍 주민들 "너무 불안"

"조용한 마을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제주가 가장 안전한 곳이었는데 딸이 자기가 있는 서울로 올라오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도 아프고 열도 나는 것 같다. 너무 불안하다."

17일 한림읍에서 만난 주민들의 목소리다. 

서울 광진구 70대 확진자 A씨와 접촉한 제주시 한림읍 주민 4명이 추가로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도민사회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제주에 머물렀다. 그는 한림읍 가족 자택에 머물며 해빈사우나와 정다운사랑방을 거의 매일 방문하고 한림읍 소재 식당 흑돈본가도 하루 방문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한 제주 한림읍에 워크스루 선별진료소가 17일 긴급 마련됐다.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한림읍 종합경기장 모습. 
 
한림읍 주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한림읍 종합경기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아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17일 오전 9시 기준, A씨와 접촉자한 인원은 총 60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A씨 가족 2명과 해빈사우나 직원 1명, 정다운사랑방 직원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역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
 
[제주의소리]가 현장을 찾은 17일 한림읍은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 휑한 느낌마저 들었다.
 
한림읍 주민들이 자주 찾는 2개의 대형마트도 문을 닫았다. 확진자가 직접 방문하진 않았지만, 2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추가 확진자가 있을 수 있어 선제적으로 임시 휴업해 방역에 들어갔다.
 
주민들이 한림읍 종합경기장에 설치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한림읍 종합경기장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한림 종합경기장에는 워크스루 선별진료소가 설치됐다. 그곳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지난 밤 사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제주시 서부보건소에 몰리자, 보건당국은 대기 인원 간의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선별진료소를 긴급 설치했다. 

종합경기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는 이날도 100명을 훌쩍 넘는 주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고, 기자가 현장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발길이 이어졌다. 확진자 A씨와 접촉한 적이 있거나 A씨가 방문한 사우나와 다방, 식당을 다녀온 사람들로 추정된다. 추가 확진자들과 동선이 겹치는 사람들도 대거 몰렸다. 
 
제주도는 9일부터 14일까지 한림읍 정다운사랑방을 방문했거나, 10일부터 14일까지 한림읍 해빈사우나를 이용했거나, 13일 오후 6시부터 한림읍 흑돈본가를 이용했다면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적극 알리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던 한 중년 여성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목이 아프고 열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병원에 갔는데, 한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선별진료소를 찾으라 해 검사를 받으러 왔다. 너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주민 김모씨는 "어제 집안에 상가집이 있어 장례식장을 들렀는데 온통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따른 추가 감염을 걱정하더라. 조용한 마을에 단 한번도 이런 일로 불안에 떨어본 일이 없는데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부 인원은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렸다. A씨와 접촉하거나 A시와 연관된 장소를 방문한 적이 없음에도 혹시나 하는 걱정에 검사를 받으려 한 사람들이다.
 
박모(73)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왔지만, 접촉자 등을 우선 검사한다고 해 집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좁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니 너무 불안하다. 서울에 사는 딸이 전화 와서 당분간 서울에서 같이 살자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 A씨가 9일부터 14일까지 매일 방문했던 정다운사랑방.
코로나 확진자 A씨가 방문했던 해빈사우나가 일시 폐쇄됐다.
코로나 확진자 A씨가 방문했던 해빈사우나.

A씨가 9일부터 14일까지 매일 들린 다방 앞에는 ‘감염병 유행에 대한 방역 조치로 해제 명력까지 일시적 폐쇄’를 알리는 알림이 붙어 있었다. 해빈사우나와 흑돈본가 역시 문도 굳게 닫혀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A씨가 방문한 정다운사랑방은 한림항 인근에 위치했으며, 정다운사랑방 바로 뒷 골목에 해빈사우나가 위치했다.
 
두 장소는 한림매일시장 인근에 위치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인근에서 발생한 때문인지, 이날 오전 한림매일시장 상가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도 보기 힘들었다. 
 
한림매일시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B씨(37)씨는 사우나를 방문한 사람들 중 2차 감염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가 13일 하루 방문한 흑돈본가도 문을 굳게 닫았다. 식당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A씨가 방문한 사우나와 다방 인근에는 한림매일시장이 위치했다. 평소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것과 달리, 17일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B씨는 “한림에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사우나는 총 3곳이다. 이중 2곳이 여름휴가 등으로 잠시 문을 닫으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해빈사우나만 문을 열었다. A씨가 해빈사우나를 매일 방문한 시기에 해빈사우나 이용객이 몰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림읍에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밝힌 김모(31)씨는 “오늘(17일) 30명 단체 손님이 예약됐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한림에서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예약이 곧바로 취소됐다. 오늘 모든 예약이 취소됐다.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여파로 한림 일대 유치원 5곳과 초등학교 5곳, 중·고등학교 4곳은 등교 대신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한림초등학교 교문에 코로나19에 따라 외부인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17일 한림 한 중학교에서 보건당국이 학교 곳곳을 다니며 방역을 하고 있었다.

출입구와 창문 등이 굳게 닫힌 한림초등학교 교문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외부인 및 반려동물의 동반 출입을 금지합니다’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방역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전통시장부터 학교까지 한림읍 전체가 사실상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편, 제주에서 코로나19의 2차 감염은 지난 4월3일 남미에서 들어온 제주 9번 확진자의 가족 한 명이 감염되면서 도내 11번 확진자가 발생한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가족만 감염됐던 첫 번째와 달리 이번에는 주변인까지 2차 감염됐다.
 
제주도는 A씨와 접촉에 확진 판정을 받은 4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중이며, 이날 오후쯤 1차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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