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건축가 그리고 제주 우도
‘공존’의 건축가 그리고 제주 우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리시선] 해중전망대 논란에 떠오르는 단어는?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대표 관광지인 '섬 속의 섬' 우도가 잇단 개발사업으로 시름하더니 이번에는 해중전망대 사업이 논란을 낳고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스트리아 화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가 ‘건축 치료사’로 불린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건축가이도 한 그는 도시의 메마른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기로 유명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건축에 녹여냈다. 이른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다. 

튤립나무 아래 잠듦으로써 죽음마저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 한 ‘환경운동가’ 훈데르트바서가 굉음이 요란한 2020년 제주 우도의 모습을 봤다면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까. 감탄을 할지, 통탄을 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둔다.  

사후 20년 된 벽안의 건축가를 머나먼 이국 땅에서 소환하는 것은 그의 ‘신념’을 내세운 대규모 토목공사가 섬 속의 섬 우도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름하여 우도 각시물 관광휴양지. 사업자의 속내는 알 수 없으나, 우도 자연의 중요성을 훈데르트바서를 통해 알릴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훈데르트바서와 우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다. 

각시물 사업의 주요 내용은 휴양콘도미니엄과 소매점, 미술관. 아마도 미술관을 훈데르트바서와 연결지으려 한게 아닌가 싶다. 

국적을 떠나 선각자를 본받고자 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나, 섬 안팎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상찮다. 

중장비 소음도 소음이지만,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인근 기암절벽 ‘톨칸이’의 운명이 위태롭다는 걱정이다. 응회암으로서 그러지않아도 충격에 취약한데, 테마파크 공사로 인해 낙석이 부쩍 잦아졌다는게 주민들의 얘기다. 여물통을 뜻하는 제주어 톨칸이는 ‘소의 섬’ 우도의 대표적 해안 절경 중 하나다. 

‘색채의 마술사’로도 불린 훈데르트바서. 모르긴 몰라도 그가 섬 자체가 절경인 우도만 봤다면 분명 감탄사를 연발했을 것이다. 

훈데르트바서를 떠올리는 이유는 또 있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우도에서 관광객들에게 바다 비경을 구경하게 한답시고 인공 구조물을 세우는 해중전망대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몰이 황홀한 오봉리 전흘동항에서 바다 쪽으로 길이 130m의 다리를 놓고 만조 기준 해수면에서 높이 9m, 지름 20m의 원형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투자 규모는 자그마치 150억원에 달한다.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사업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됐다. 

반대 쪽은 난개발, 흉물화를 우려한다.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편다. 지난해 세 차례의 경관심의가 보류된 것은 우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가 컸다. 평소 관광객이 넘쳐나는데 굳이 바다까지 헤집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도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우도 관광객은 연간 200만명이 넘었었다. 

사업자가 얻고자 하는 것은 수익일 게다. 일부 주민과 해녀들도 사업 주체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 있다. 새 소득원 창출은 미래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 누구도 지역민들에게 ‘풀’만 먹으라고 할 권리는 없다. 

근데 명분이 군색하다. 환경보전을 위해서라도 해중전망대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견강부회다. 부지 주변에 괭생이모자반이 쌓여 골치가 아픈데 사업자 측이 꾸준히 청소하기로 약속했다는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쉽게 철거할 수 있는 구조물로 계획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주창한 훈데르트바서를 다시 떠올린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넘쳐나는 관광객과 차량들로 몸살을 앓은게 엊그제다. 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도항선 경쟁’도 펼쳐진 바 있다. 렌터카를 제한했더니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제주연구원의 분석은 시사점이 크다. 

문득 바다 건너편에 시선이 닿는다. 섭지코지다. 우도와 마찬가지로 경관이 빼어난 곳이자 개발지상주의의 민낯이 드러난 곳이다. 

대기업이 국공유지를 싼값에 사들인 후 중국계 자본에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그곳, 제주도(서귀포시)가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수억원을 투자했으나 한푼도 건지지 못한 올인하우스가 있는 그곳. 

지금 우도는 말없이 섭지코지를 응시하고 있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
사랑 2020-07-30 09:00:04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인간
자연

미래
........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긴 호흡으로 미래를 보자!
2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