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89) 터널 건설은 파천황의 대역사(大役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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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사진)가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 고속철도를 놓는 해저터널 건설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해저터널 건설’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는 필자가 이미 8년 전에 주장했던 것이다. (제주의소리, 2014.5.27. 해저터널은 제2의 세월호 막는 안전장치 참조)

제주와 육지를 잇는 해저터널 건설은 제주도라는 섬이 생긴 이후(탐라국 개국 이후) 최초요, 최대의 토목공사로서 천지개벽, 파천황의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대사이다.

‘제2공항 건설’ 사례에서 보아왔듯이 이런 대역사를 추진하는 데는 항상 찬성·반대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찬성파는 장점만, 반대파는 단점만 부각하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민의 수렴을 위해 전문가와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해야 한다. 위원회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중심이 돼서 구성하되, 그 운영은 중립적·객관적·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위원회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가부를 묻는 도민투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해저터널 건설이 성사되면 제2공항은 불필요하게 되므로, 가부가 결정될 때까지 제2공항은 논의 자체가 중단돼야 한다.

셋째, 수십 조에 달하는 소요 예산은 제2공항 건설 예산을 이관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민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도민주 공모’ 등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즉, 국가재정+도민주로 충당하거나, 국가재정+민간자본+도민주 등 다각적인 검토가 요망된다.

넷째, 기존에 해저터널이 건설된 지역과 섬과 육지를 다리로 연결한 지역의 생태계를 면밀히 분석하여 객관적 판단자료로 활용하고 도민들에게도 공개돼야 한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필자가 이전 ‘제주의소리’ 칼럼에서 주장했던 요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① 해저터널 건설로 제주도가 유라시아 실크로드(SRX)의 출발점이 된다면, 세계 최고의 자연식품 생산지가 되고, 전천후 관광객 3천만명 시대 개막으로 세계 최대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② 이 사업 수행을 위해 공기업을 새로 만들어서 민·관 합작으로 추진함으로써 도민들에게 과실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③ 반대 논리는 크게 2가지인데, 해양환경 파괴와 육지부 종속이다. 환경 파괴는 신공법 도입으로 최소화할 수 있고, 육지부 종속은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④ 제주도가 잃은 것과 얻는 것, 손익 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서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

⑤ 지금 우리가 건설하지 않아도 언젠가 후손들이 하고야 말 일인데, 우리가 그들의 짐을 덜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해저터널 건설은 당대 제주인 뿐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삶과도 직결된 문제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설문대 할망 프로젝트’(필자의 명명이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빈틈없이 철저하게 추진돼야 할 동시대인의 중요 과제이다.

비상한 일에는 비상한 계획과 신속한 결단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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