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승부에 더욱 기승…당사자들 “너무 비도덕적인 선거운동” 황당 반응
선관위 “선거법 위반 소지 없어” 사실상 면죄부…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관건

ⓒ제주의소리
[그래픽 이미지=제주의소리 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가 공무원, 기자, 심지어 다른 당 지지자들에게까지 당사자 동의 없는 ‘특보 임명장’을 무차별적으로 전송, 당사자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동의 없는 임명장 남발은 연초부터 문제가 돼 중앙당 차원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면서 제주에서도 사전 동의없는 ‘윤석열 임명장’ 전송이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임명장을 받은 일부는 “너무 비도덕적인 선거운동”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수사를 의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인 L씨는 24일 하루에만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윤석열 직인이 찍힌 ‘조직본부 조직통합위원회 제주조직 특보’, ‘직능총괄본부 기독인지원본부 제주조직특보’ 등 2개의 임명장이 휴대전화로 수신됐다.

같은 날 L씨 아내도 똑같은 임명장 2개가 수신됐다. 부부가 하루에 4개의 윤석열 캠프 특보 직책을 부여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L씨는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엉터리 임명장을 전송해놓고는 ‘연락처 오기재 등 오류로 인해 문자가 잘못 전송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추가로 보냈더라. 너무나 비열하고, 비도덕적인 선거운동 방식”이라고 일갈했다.

L씨는 “선관위에 신고하려 해도 계속 통화 중이서 직접 방문해서 신고할 생각이다. 또 국민의힘 쪽에서 어떻게 내 개인정보를 확보해 문자를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생각”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도내 기자들에게도 임명장 발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P기자는 2월18일 ‘직능총괄본부 기독교연합특별위위원회 미래세대 정책위원’ 임명장을 받은데 이어 2월24일에는 ‘조직본부 조직통합위원회 제주조직 특보’와 ‘직능총괄본부 기독인지원본부 제주조직특보’ 2개의 임명장을 받았다.

뒤어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와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메시지가 추가됐지만 P기자는 “국힘의 이런 태도는 선거보도에 임하는 언론인에 대한 비상식적 행태다. 함께 해주기로 한 적이 전혀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B기자에게도 2월23일 ‘조직본부 국민승리특위 제주 직능특보’에 임명한다는 임명장이 날아들었다. 역시 동의 없이 발급된 임명장 남발이다. 

이 같은 ‘윤석열 임명장 남발’과 관련한 포스팅은 SNS에 차고 넘친다. 심지어 다른 당, 특히 여당 당원들에게도 임명장이 발급되는 일도 비일비재다. 현직 민주당 제주도의원들에게도 윤석열 임명장이 날아드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K씨는 자신이 받은 임명장을 SNS에 첨부한 뒤 “이 황당함은 무엇인가. 물론 나는 동의한 적도, 수락한 적도 없다.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라고 적었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같은 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임명장 무작위 전송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선관위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제주선관위로도 몇 건의 신고가 있긴 했지만, 임명장과 함께 알림 메시지만으로는 선거법 위반 소지를 발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안내해드리고 있다”며 “개인 연락처를 어떻게 알고 임명장을 발송했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보호법 저촉 여부다. 선관위 관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NS에는 “이게 선거법 위반이 아니면 뭐가 위반인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임명장을 줄 태세다” 등의 비판에서부터 “다들 받는데, 나도 하나 주라” “임금이 하사하니, 백성은 무조건 받으라는거냐” “국민을 섬기겠다더니 국민을 종으로 아나”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캠프의 행태를 비꼬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제주정가 관계자는 “임명장이라고 하는 것은 당원이나 지지자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선거운동을 독려하는 수단이다”라며 “그러나 당원도 아니고 후보와 어떠한 인연도 없는 일반인들의 명의를 무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태다. 이같은 행태는 결국 다음 지방선거 공천에서 주요 평가 요인으로 꼽히는 ‘대선 기여도’ 때문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회 강성의·송창권 의원은 25일 오후 1시30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의 막가파식 임명장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두 의원도 ‘윤석열 임명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