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제주] ③ 文정부 완수 못한 지방분권, 도민결정권-재정권 확보 과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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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특별자치도'. 2006년 첫발을 내딛은지 올해로 16주년을 맞게 된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을 단적으로 꼬집은 표현이다. 특별자치도 제주는 번번이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논리에 치이며 단 한걸음을 내딛는데도 숱한 고초를 겪어왔다.

실효성 있는 도민결정권과 재정권 확보는 도민사회의 해묵은 과제다.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약속하며 큰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정부도 임기 말까지 결국 제주특별자치도의 분권모델을 완성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제주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에도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한 바가 없다. 자신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10대 공약'에도 지역발전에 대한 내용은 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분치 못했다.

물론 각 지역별 특화된 공약은 충실히 꾸려졌지만, 대부분 도시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다. 특히 광역교통망을 확충한다는데 윤 당선인과 보수정당의 지역 경제발전에 대한 철학이 녹아들었다.

영·호남 가릴 것 없이 윤 당선인은 고속도로·철도 건설 광역교통망·항만인프라 확충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제주지역 공약의 뼈대가 제2공항-신항만 건설로 세워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행정적인 체제 개편을 모색하거나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역으로 이양하는 등의 세부과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공약은 강원을 경제특별자치도로 구성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아직 구체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제주로서는 오히려 또 하나의 특별자치도 탄생이 자칫 제주만의 '특별함'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떠안게 됐다.

이른바 '제주지역 8대 공약'에도 자치분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담겨있지 않았다. 제주도가 일찌감치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제도개선'을 주요 전략과제로 채택해 줄 것을 각 정당 대선캠프에 전달했지만, 국민의힘 공식 제주 대선공약에는 수용되지 않았다. 

타 정당 후보들은 제주의 자치분권 강화를 한 목소리로 약속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만, 윤 당선인이 지방분권의 당위성마저 부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는 윤 당선인의 자치분권에 대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윤 당선인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실시한 '공약 비교분석 질의'를 통해 현 정부 100대 과제 중 수정·보완·폐기할 것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 공약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중앙정부의 하향식 계획이 아닌, 권한을 지방정부에 더욱 폭넓게 이양해 지역 자율성을 증대하고,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명시했다.

현 정부의 '제주특별자치도 분권 모델의 완성' 공약은 '수정' 과제로 분류하면서 "신설 관광청 제주도 배치, 제2공항 조속 착공, 초대형 크루즈선 접안 가능한 제주 신항만 건설"을 그 이유로 들었다. 조금은 핀트에 어긋났지만, 책임을 방기하지는 않은 답변이었다.

후보 시절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는 '자치분권 강화방안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이제는 자치분권을 넘어 '성숙한 지방정부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 자치분권 자체가 목표가 되기보다는 상위 목표인 국민행복과 국가경쟁력 강화,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수행함에 있어 중앙권한을 지방정부에 폭넓게 이양하는 등 자치분권을 강화해 스스로 자율과 창의를 통해 발전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정체제 개편은 제주도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제주특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와의 의견 조율은 필수적이다. 아직 민주당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회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다.

갖가지 난관 속에서 새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특별자치도의 완성'은 다시 5년 후를 기약해야 하는 공염불에 그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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