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제주] ①프롤로그, 제주현안 해결 기대반 우려반...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라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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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끝났고, 이제는 모두 힘을 합쳐서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 위에서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10일 새벽,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일성은 ‘통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는 0.73%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이번 대선을 거치며 대한민국이 둘로 갈라졌다는 말까지 나왔을 만큼 국민통합은 윤석열 당선인 앞에 놓인 절체절명의 과제다.

사실 ‘4.3’이라는 아픔을 안고 있는 제주도민들에게 보수정권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툭하면 ‘공산 폭동’이라며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켜 4.3 유족과 제주도민들의 가슴을 후벼파곤 했다. 보수정권과는 이른바 궁합이 맞지 않았던 셈이다. 

이는 이번 대선 결과에도 그대로 묻어났다. 개표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0.73%포인트, 24만7천여 표 차이로 승리했지만, 제주의 표심은 달랐다.

제주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2.59%로, 윤 후보(42.69%)를 10% 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윤석열 당선인이 제주에 더 각별한 애정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사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제주를 대한민국의 보석, 세계의 보석”이라고 추켜세우며 제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곤 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제주 총력유세에서는 “제가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휴가를 길게 갈 수 없었지만 늘 제주를 찾았다. 제주를 대한민국의 보석이라고 하지 않느냐. 정말 보석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제주를 글로벌 관광도시로 발돋움시키겠다며 관광청 신설을 비롯해  제주 제2공항 조속 착공, 제주 신항만 건설, 제주형 미래산업 집중 육성, 쓰레기 처리 걱정 없는 섬 구현 등을 공약했다.

또 가족관계 특례 신설과 합리적 보상 등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 공약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추진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 중에서도 제2공항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공항 인프라 확충은 도민사회 숙원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덜컥 제2공항 입지부터 발표해버리는 바람에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제2공항 조속 착공’은 제주도와 도의회가 합의해 실시한 도민여론 조사 결과(반대 우세)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나갈지,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을 찬찬히 복기하면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2월 5일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 후 방명록을 쓰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월 5일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 후 방명록을 쓰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월 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참배 후 남기고 간 방명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월 5일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 후 남긴 방명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4.3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한나라당 때부터 비교적 최근인 자유한국당 시절 4.3을 대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언제 ‘수구·꼴통 본능’이 되살아날지 모른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10년 내내 제주와 소통하지 않았다. 홀대로 일관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마다 열린 4.3추념식에 두 전직 대통령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보수세력의 4.3폄훼, 왜곡 시도는 극에 달했다. 

‘4.3의 정명(正名)’을 놓고 수구·꼴통 세력들이 다시 준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과거 보수 대통령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윤 당선인에게 진보-보수를 떠나 더디지만 한발 한발 진전해온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성과를 계승하고 완수할 적임자가 되어 주길 희망하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한 ‘특별자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 부활까지 포함한 행정체제 모형을 제주도민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고, 중앙정부가 꽉 틀어쥐고 있는 재정권도 풀어야 한다.

윤 당선인 스스로 “제주가 좋아서 매년 한두 번 꼭 찾는다”고 한 만큼 청정 제주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한계에 달한 환경인프라 확충에 중앙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타 후보들이 수용 의사를 밝힌 ‘환경보전기여금’ 도입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대부분은 대선 과정에서 중앙선대본부 정책본부장으로 중용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청정과 공존’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추진하려던 사업들이었던 만큼 기대가 크다.

제주도민들은 과거 ‘제주홀대’, ‘불통’ 이미지가 각인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임기 5년 동안 제주발전 지원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될 지 제주도민들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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