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오영훈 도정 출범, 과제는?] ①도민통합

20년 만의 민주당계 도정 교체를 이룬 민선 8기 오영훈 새 도정이 7월 1일 출범한다.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불거진 반목과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털어내고, 도민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작업에서부터 새 도정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제주의소리>가 새 도정 출범에 앞서 도민통합, 청정 제주 지속가능성, 도민 삶의 질 제고, 10년 후 먹고 사는 문제 등 4회에 걸쳐 민선 8기 도정이 풀어야 할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48.6% vs 47.8%, 55.1% vs 39.5%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 결과다. 선거가 치열할수록 진영과 지지자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7월 1일 ‘도지사’직 취임과 동시에 최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불거진 도민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 도민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도민통합이다.

6.1 제주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당선인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과 잇따른 고소·고발 등으로 제주공동체에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한두 마디만 섞다 보면 상대방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로, 지연과 학연, 혈연 등으로 얽힌 제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시급히 봉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가 끝난 뒤 양 캠프에서 서로 주고받은 고소·고발 5건에 대해 전격적으로 취하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선거 과정에서 쌓였던 앙금이 눈 녹듯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고, 패자와 그 주변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흘린 ‘강정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 대립은 물론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갈등이 오랫동안 제주 사회를 쪼개놓고 있어 도민사회의 대통합을 이루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이 ‘조속 추진’을 공약한 제주 제2공항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놓고 오영훈 도정의 갈등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제2공항 문제는 2015년 당시 박근헤 정부가 성산읍을 입지로 발표하면서 7년째 찬·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영훈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공항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2공항 찬·반을 묻는 입장에는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제2공항 찬성-반대 양쪽으로부터 협공을 당하면서도 그는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도민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따라서 도정이 출범한 뒤에는 구체적인 갈등해소 프로세스가 제시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오영훈 당선인은 제주의소리 등 언론 4사와 가진 대담에서 “7월 초 원희룡 장관과 만난다. 접근 방법에서 조금은 결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이를 서로 확인하고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 있을 수 있다”며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각종 개발과 보전, 폐기물·하수처리시설 등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따른 지역사회의 반발도 지속되고 있어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와 함께 4.3의 정의로운 해결의 차질 없는 추진, 제주의 미래인 청년 지원 강화, 골고루 잘 사는 지역균형 발전 등도 모두가 하나되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도민통합을 위해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을 잘 골라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의 귀환은 경계해야 한다.

‘조배죽’은 과거 우근민 도정 당시 측근들 모임에서의 건배 구호로 알려져 있다. ‘패거리 문화’의 상징처럼 회자되는 말로, 이번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도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논평(5월12일)을 통해 “오영훈 캠프에 조배죽의 정점인 비서실장 출신 정모·문모씨, 전 개발공사 사장 오모씨, 전 서귀포시장 박모씨, 전 서귀포부시장 부모씨 등 고위직 출신이 앞장서 활동한다”며 이들을 반드시 청산해야 할 헤게모니 집단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끼리끼리 밀어주고 챙겨주는 ‘패거리 문화·정치’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과거 ‘제주판 3김 시대’ 폐해인 공직사회 줄 세우기와 도민사회 갈라치기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 있다.

첫 시험대는 행정시장 공개모집과 산하기관장 인사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도민사회에서는 ‘행정시장에 누가 간다더라’ 식의 카더라 소문이 무성하다.

인사가 곧 만사라 했다. 사람을 잘 고르는 일(선발)과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등용)이 인사의 요체다. 이게 잘못되면 망사(亡事)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외순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 세대·지역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진정한 도민통합 시대를 여는 게 중요하다”며 “과거 도정처럼 자기 사람을 심는 낙하산 인사를 지양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통해 적재적소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등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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