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숨골 보전관리 토론회, 강순석 지질연구소장 “동굴과 연관, 정밀 조사 필요” 주장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 수많은 숨골이 존재함과 동시에 동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제주의소리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 수많은 숨골이 존재함과 동시에 동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살아 숨쉬는 구멍 ‘숨골’이 제2공항 예정지와 인근 부지에 다량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환경단체에 의해 확인된 가운데 동굴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14일 오전 9시 30분, 제주도의회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의 환경자산 숨골 보전관리를 위한 세미나 및 토론회’에서 숨골의 화신지질학적 특징을 주제로 발표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이같이 주장했다.

강 소장은 제2공항 예정지 숨골 조사 관련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숨골이라고 표시한 곳들을 확인해보니 밭 사이 나무가 있는 곳을 그냥 표시해뒀으며, 환경단체가 자세히 조사해보니 100여 곳이 넘는 숨골이 추가로 발견되는 등 부실했다는 것.

또 온평리 땅들은 대체로 메마른 ‘박토’로 이뤄진 데다 주변에 하천이 없어 물이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역할을 ‘숨골’들이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즉, 물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숨골이 8개뿐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강 소장은 물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의 부실 환경영향평가 논란에 직접 예정지 동굴과 숨골을 조사, 지난 2019년과 2020년 ‘제2공항 예정지 동굴·숨골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019년 진행한 1차 조사 당시에는 국토부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시한 8곳의 숨골을 제외하고 61곳의 숨골이 추가로 발견됐다. 2020년 2차 조사 때는 보다 많은 75곳의 숨골이 추가되는 등 총 136곳의 숨골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과정에서 동굴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도 많게는 7곳까지 발견됐으며, 2차 조사 때는 제2공항 사업 예정지로부터 약 2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5m 높이의 동굴 ‘칠낭궤’도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2차 동굴·숨골 조사에서 발견된 제2공항 예정지 내 숨골위치.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2차 동굴·숨골 조사에서 발견된 제2공항 예정지 내 숨골위치.

제주의 ‘숨골’은 화산지형으로 인해 만들어졌고, 천연동굴의 주변은 물론, 곶자왈·농경지·초지·목장 등 곳곳에 존재하며 지하수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는 제주 지하수 탄생의 시발점이다.

특히 지표수가 없는 제주의 특성상 생명수 역할을 하는 지하수가 함양되기 시작하는 중요한 관리대상이다.

강 소장은 “제2공항 예정지를 비롯한 성산읍 온평리, 난산리, 수산리 등 마을에서 국토부가 숨골 조사를 했는데 8곳 밖에 없다고 했다”며 “조사한 것들을 자세히 보니까 밭 사이에 나무가 있는 곳을 그냥 숨골로 해놨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단체가 직접 조사해보니 100여 개가 넘는 숨골이 추가로 발견됐다. 온평리 밭들은 박토로 물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라며 “비가 오고 물이 고이는데 그 물들이 어디로 빠져나갔겠나. 결국 숨골과 동굴이 있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성산읍 난산리 저류지 공사 예정지에서도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피력했다. 저류지로 예정된 농지 한가운데 토양층에 가로 3m, 세로 5m의 숨골이 발견됐다는 것이 근거다. 

그는 “나시리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를 복류해 지하로 침투되는 것으로 봐 동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숨골은 지하의 동굴이나 절리를 통해 지표수가 유입되는 통로로 300여 개로 추정되는 도내 숨골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며 “지하수를 함양하기도 하지만 지표의 오염물질도 동시 유입돼 지하수체가 오염될 수 있는 곳”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숨골에 대한 화산지질학적 조사연구를 통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숨골은 동굴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정확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9시 30분, 제주도의회 제1소회의실에서는 ‘제주의 환경자산 숨골 보전관리를 위한 세미나 및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와 토론회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한라일보가 주최했다. ⓒ제주의소리
14일 오전 9시 30분, 제주도의회 제1소회의실에서는 ‘제주의 환경자산 숨골 보전관리를 위한 세미나 및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와 토론회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한라일보가 주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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