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안전사고 위험성 강조하며 '풍속'만 인용 '적설량' 배제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재개' 보도자료 발췌. 붉은 선 안의 내용은 국토부가 기상데이터를 취사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재개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기상 데이터를 입맛대로 취사 선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지난 5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재개'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제2공항 사업 재개를 천명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앞으로의 추진상황과 더불어 제2공항 건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 제주공항은 2019년에 이미 활주로 용량을 초과해 운영하는 등 포화 상태로, 나쁜 기상여건과 결합해 항공기 안전사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항공기 출·도착 지연과 활주로 및 터미널 혼잡이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기상 악화로 총 229편의 항공편이 결항돼 수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으며, 12월 22일에는 급변풍과 강풍 특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30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한 하이에어 4H1333편이 세 차례 시도 끝에 착륙하였으나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고 사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의 제주와 성산의 일평균 풍속(m/s)을 예시로 들었다. 22일에는 제주시 8.2m/s, 성산 3.5m/s, 23일에는 제주시 9.8m/s, 성산 4.9m/s, 24일에는 제주시 6.6m/s, 성산 3.6m/s의 풍속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즉, 제주시에 위치한 기존 제주공항만으로는 항공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며 서귀포시 성산읍 입지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항공기가 무더기로 결항된 것은 초속 8~9m의 강한 바람이 불었던 영향도 작용했지만, 그보다 제주 전역에 내린 폭설로 인해 활주로가 얼어붙은 탓이 컸다. 실제 제주국제공항의 경우 풍속 8~9m/s의 바람이 분다는 이유로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일은 드물다. 대개 10~15m/s가 넘나드는 강풍이 불었을 때나 결항사태가 빚어지곤 했다.

제주시가 성산에 비해 높게 측정된 '풍속 데이터'만 가져다 썼을 뿐 정작 결항의 원인이었던 '적설량 데이터'는 인용하지 않았다. 기상 데이터를 취사 선택했다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3일 자정 기준 제주시 건입동에 0.2cm의 눈이 쌓였을 당시 성산읍 수산리에는 11.5cm가 쌓였다. 제주시의 적설량이 가장 많았던 23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삼아도 제주시의 적설량은 2cm인데 반해 성산은 10.2cm였다.

국토부가 '항공기 안전사고 위험성'의 예시로 든 하이에어 항공기의 활주로 이탈 과정에서도 단순 풍속만이 아닌 빙판이 된 활주로가 악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풍속 데이터만 인용한다고 성산의 입지가 무조건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기상청 지역별 상세관측자료에 따르면 당장 1년 전인 2021년 12월 22일의 경우 제주시의 풍속은 2.4m/s였던 반면 성산은 4.2m/s였다.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제2공항 필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데이터를 취사 선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수 없게 됐다. 제주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원희룡 장관 체제하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큰 오해의 여지를 남기게 됐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기상 데이터를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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