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비공개-오지사 면담 거부, 국토부 '제주 홀대론' 꾸준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발주해 이미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에 하루라도 빨리 지역주민과 제주도민에게 직접 설명하라는 입장을 수 차례 전달했다. 국토부가 제주에 와서 상세하고 충실한 설명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중략) 국토부에서 도민에게 충분한 설명이 있고 나서 제주도의 입장을 도민들에게 명확히 밝히도록 하겠다."- 2019년 1월 31일 제주도청 기자단 간담회

"(제2공항 검토위원회 관련) 하루라도 빨리, 가급적 연내에 국토부에서 저희에게 공문을 보내야 한다. 검토위 활동에 대해 공문을 보내든지, 사람이 와서 설명을 하든지, 제주에 못오겠으면 기자회견을 해서 언론을 통해 공개하든지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빨리 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다. 저희로서도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하기 떄문에 국토부에서 정확하게 확인이 돼야 한다. - 2019년 인터넷신문기자협회 신년대담

"제2공항 추진은 제주와 제주도민을 위한 것입니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 주민에게는 주택, 토지 등 삶의 터전을 제공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최대한의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안 마련을 정부에만 의지하지 않겠습니다. 제주도 차원의 자체적인 연구를 통하여 정부에 요구할 건 요구하고, 제주도가 시행할 것은 시행하겠습니다." -2019년 2월20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에 즈음한 제주도민 담화문

2019년 2월 20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에 즈음해 제주도민에게 드리는 말씀'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br>
2019년 2월 20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에 즈음해 제주도민에게 드리는 말씀'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선 6기·7기 도정까지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과거 누구보다 앞장서 제주도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이름을 가려놓는다면 누구의 발언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제주도의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해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과 관련 지사 시절 원 장관은 정부와의 협상에서 도민주권과 알 권리를 적극 대변했다. 원 장관이 제주도지사 직을 중도에 벗어던지고 중앙정치권으로 뛰어들었을 때도, 도민사회에서는 제주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는 원 장관의 역할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남아있었다.

사실 제주 핵심 공약으로 제2공항 건설을 첫 손에 꼽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초대 내각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인선되면서 제2공항 강행은 어느정도 예견돼 왔다. 원 장관 역시 제주지사 재임 시절 제2공항 유치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고,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왔던 도민공론조사 결과를 뒤엎은 이력을 지니고 있었던 터다.

그러나, 최근 국토부가 제2공항 재개를 천명하는 과정에서의 '제주도 패싱'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전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5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2021년 7월 환경부가 반려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재보완한 결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도민사회에 아무런 기별도 없이 암막 속에서 전개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지난 6월말께 제출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의 결과를 갖가지 핑계로 공개하지 않았다. '내부 검토'를 이유로 결과 공개를 차일피일 미룬 것이 벌써 반년째다.

해를 지나서야 도민사회가 받아든 소식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제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이미 내부적으로는 제2공항 재추진 방침을 세워놓고, 본안을 새롭게 작성해 온 것이다. 

그 사이 제주도는 숱하게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 왔다. 시민사회의 '보완 용역 공개검증' 요구를 떠나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원 장관과의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최근 여권발 '제주 군사공항화' 이슈가 터진 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국토부의 입장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원 장관은 단 한 차례의 면담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원 장관은 제주도의 면담 요구에 대해 "면담을 위한 면담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지사는 "제주지역의 최대 갈등 사안을 두고 이 같이 표현하는 것 자체가 사안의 중대성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019년 2월 14일 국토교통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 등과 면담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br>
2019년 2월 14일 국토교통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 등과 면담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당초 환경부가 국토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이유는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맹꽁이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가치 미제시 등이다.

어느것 하나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사안이고, 또 보완의 어려움이 뒤따르는 내용이었다.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철저한 검증이 곧 도민사회의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관련 용역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직접 부처를 찾아간 제주도 공무원에게 자료 제공은 커녕 앉은 자리에서 '열람'만 가능토록 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국토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보완 용역의 세부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문제다. 국토부는 용역 공개 불가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해당 법률 제9조 제5호에는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보는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결정 과정의 종료 시까지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국토부는 용역이 공개될 시 '공정한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의 사전적 정의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용역이 공개될 시 국토부가 '원활한 업무 수행'에는 차질을 빚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평하고 올바른 수행을 위해서는 오히려 투명한 정보 공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견이 뒤따른다.

현 흐름대로면 전략환경평가 보완 용역의 결과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나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이미 사업 절차가 진행된 이후일 뿐더러, 이마저 용역 결과가 어떻게 적용됐는지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5일자 논평에서 "제주도가 원하면 용역 결과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국정감사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국토부가 이제와서 환경부와의 협의가 끝날 때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철저하게 기만한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원희룡 장관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국토부를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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