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검증기관 중 5개 기관 "검토 부실, 추가 조사 필요" 부정의견 제출

환경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과정에서 이를 검토한 전문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던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검토를 의뢰한 6개 기관 중 5개 기관이 환경적 우려를 표출하면서다. 환경부는 "검토기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부실 검증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실이 환경부를 통해 확보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련 전문기관 검토의견은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연구원 △한국환경공단 등이다.

해당 기관들은 시행령에 따라 검토가 의무화 된 기관이다. 이에 더해 국립수산과학원까지 총 6개 기관에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검토의견서에 따르면 '의견없음'을 회신한 한국환경공단을 제외한 5개 기관들은 제2공항 사업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은 제2공항 부지의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보전 등의 여부를 검토한 결과 사업 대상지 전역에 산재해있는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주계획은 수립됐으나, 중요 서식지에 대해서는 시설물의 배치 수정과 사업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저감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의 핵심적인 이유가 됐던 '조류 서식지'와 관련, 이번에 제출된 평가서에 서식지 훼손에 대한 저감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봤다.

국립생태원은 "조류의 경우 이동성이 강해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가정하고 추가적인 저감방안은 소음 등에 의한 간접적인 영향만을 제시하고 있다"며 "조류는 서식지 소실에 의해 인근 지역의 개체군 밀도는 증가하고 이에 따라 번식성공률 감소 및 경쟁의 증가에 따른 중장기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류 충돌과 관련해서도 "항공기 이착륙 방향으로 항구 등 대규모 조류집단의 서식이 가능한 방향으로 선정되는 경우, 우발적 상황에 따라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제2공항의 입지계획과 규모 조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도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입지의 타당성 측면에서의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멸종위기생물 맹꽁이 정밀조사에서 사업 부지의 맹꽁이 개체군 서식지 소실은 불가피함에 따라 모든 대안에 대해 영향을 예측하고, 계획지구의 보전적 가치와 대체서식지 조성 등을 통한 환경영향의 저감효과 비교·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두점박이사슴벌레, 애기뿔소똥구리와 같은 위기종의 경우 별도 저감방안이 수립되지 않아 포획·이주·모니터링 등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숨골과 관련해서도 기존 문헌과 조사방법, 조사횟수, 정밀도 등에 차이가 있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숨골 훼손으로 인한 지하수 함양량 감소에 대한 저감 방안, 사업지구 내 우수 숨골에 대한 구체적인 지점별 보전 또는 저감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하수 함양률은 현재 기준으로 반영됐지만, 제2공항 공사 완공 시 지하수 함양률이 매우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0년 후의 함양률까지 반영한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이 밝힌 검토의견서에는 제2공항 부지 조류 충돌수가 기존 제주공항에 비해 최소 2.7배에서 최대 8.3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조류 충돌이 가장 빈번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과 비교해봐도 1.6~4.96배 높은 수치다.

KEI는 "조류 충돌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항부지 주변 철새도래지 등 조류 서식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종 다양성을 지키고 조류 충돌을 방지하려는 근본적 문제해결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KEI는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제주도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갈등해소를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이번 평가서에 제시된 주민의견 수렴 관련 내용은 2019년에 국한되고 있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재추진 이전에 주민 수용성 확보 관련 일련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만, 해당 내용이 제시되지 않아 도민 공감대 형성됐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공사 과정과 운영 중 발생하는 오염원, 부유사, 소음 등으로 해양환경 및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항공기 이·착륙으로 인한 바닷새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최소화할 수 있는 저감 대책을 수립하거나 입지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법정보호종과 관련 "계획지구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위치하며, 해양보호생물인 저어새 등을 포함해 다수의 조류와 남방큰돌고래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조류 4종, 10개체의 위치를 추적한 자료만으로 계획지구에 출현하는 조류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데 부족하므로, 조사 종·개체수를 늘리고 1년 이상의 장기 조사 자료를 획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방큰돌고래의 경우 항공기 이착륙에 의한 소음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가 조사와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역시 검토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생물자원관은 "2022년 수행된 현지조사가 계획지구, 3km, 8km, 13km로 구분해 수행됐으며 결과 제시는 범위 내 단순 합산으로 조류의 종수 개체수를 평가했다"며 "이에 따라 조사 면적이 적은 계획지구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결과가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획지구의 조사 면적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 외 지역은 더 넓은 범위를 조사했기 때문이므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계획지구 내의 조류 개체수가 계획지구 외 격자의 개체수와 비교해 평균 이상임을 알 수 있다"며 "계획지구 내에 텃새류 및 번식 조류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공항 건설에 따른 계획지구 내에 서식하는 조류에 대한 영향 평가 및 저감 대책이 제시돼야 하나 평가서에는 계획지구 외의 조류에 대한 부분만 제시되고 있다"고 문제를 짚었다. 

조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돌 가능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종들이 피해정도를 의미하는 '충돌 심각성'에서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각 공항이 있는 지역마다 출현하는 조류 종 및 개체수 크기가 다름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고 문제삼았다. 조류의 크기나 군집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할 평가 기준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방위적인 지적에도 환경부가 최종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이는 "전문 검토기관의 검토를 거친 결과, 상위 및 관련 계획과의 부합성이 인정됐다"고 밝힌 환경부의 입장과 전면 대치되는 결과로, 추후 검증 과정에서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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