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나는 지난 두 번의 기고를 통해 ‘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반대하는가’와 지난 17년간의 특별자치체제로 인해 서귀포시와 제주시 간의 불균형이 과거 4개 시․군체제보다 더 악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였다. 사실 내가 지적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는 공론화 과정을 포함해 거금 15억원의 행정체제개편 용역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도민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해 행정체제개편 용역보고서(2차)의 연구진은 단 한 줄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연구용역에서 특별자치도 성과분석이라는 것을 하면서 많은 지표를 다루고 있다. 그 지표의 분석을 전국 평균이나 전국 지자체와 비교하고 있다. 물론, 이런 비교도 필요한 것이지만 이번 연구용역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전국 시․도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지난 17년 동안의 특별자치체제와 과거 1도 4개 시․군의 일반자치체제를 비교하는 것이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이전에는 특별자치도의 모습이 무엇이고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일반자치체제에서의 각종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특별자치체제와의 비교가 가능하다. 이번 연구용역은 특별자치도 출범을 준비할 때의 연구보다 쉽다고 나는 판단한다. 

과거 일반자치체제와 현행 특별자치체제 간의 비교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이 제시하고 있는 지표들로는 도무지 두 체제 간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가 불가능하다. 많은 사례 중 지면관계상 몇 개 사례만 보자. 인구변화의 경우, 2009년과 2022년의 제주와 전국 평균인구 비교만 있고 도내 인구이동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비교연도도 왜 2009년부터인가? 연구범위를 설정하려면 일반자치가 시작된 1991년부터를 대상으로 특별자치체제 전후의 비교를 해야 하지 않은가? 이런 것들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상식을 가진 도민이라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 주민의 삶의 질을 분석하기 위해 ‘독거노인 비율 변화’ ‘자살률 변화’ ‘유아교육 취원율 변화’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 횟수 변화’ 등을 제주와 전국 평균을 비교하였다. 아니, 특별자치도와 독거노인 비율, 자살률 변화가 무슨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면 독거노인 비율이나 자살률의 비율이 변화되는가? 비교하려면 4개 시군체제와 현행 단일 광역체제를 비교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하겠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한 부엌에서 밥을 먹는 시스템에서 각자의 부엌에서 밥을 먹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각자 따로 살림을 차려 사는 경우 내 수입이 얼마나 될 것이며, 지금의 수입은 또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과연 이렇게 따로 살림을 차리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가 아니면 각자도생(各自圖生)하겠다고 나갔는데 각자도사(各自圖死)하는 것은 아닌가? 각자도사는 지방소멸을 말한다. 우리나라 시군구 2개 중 1개는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같이 살던 사람들이 따로 분가해서 살겠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돈’ 문제다. 가장 중요한 돈 이야기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연구용역에서는 단 한 줄도 이에 대한 분석이 없다. 아예 언급조차 없다. 일단 나누고 나서 그 다음에 이 문제를 강구하자는 것이 연구용역진뿐만 아니라 제주도정의 방향인 것 같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최소한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면 과거 기준으로 1도 4개 시․군의 재정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모습은 보여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오늘은 통합의 특별자치체제에서 분할의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면 재정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재정은 크게 나누면 수입과 지출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예산을 말할 때는 주로 지출분야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 예산은 세입과 세출로 구분된다. 세입이 뒷받침되지 않은 세출은 있을 수 없다. 따로 떨어져 나가서 어떻게 살 것인지 보다는 어디서 돈이 나와 살 수 있을지에 대해 먼저 궁리를 해 봐야 할 것이다.  

제주도를 비롯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은 자체수입인 지방세와 지방세외수입 그리고 국가나 상위정부로부터 받는 의존수입인 지방교부세와 보조금이 있다. 돈이 부족하면 빚을 내는 지방채도 있다. 일단 제주도의 2022년 수입 구조를 살펴보자. 이때도 예산기준과 결산기준이 있는데 가능하면 가장 최근의 결산기준의 금액을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결산은 확정액이고 예산은 예정액이어서 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2022년 예산기준 세입은 6조3922억원이나 결산기준 세입은 8조2855억원이다. 무려 1조8933억원(예산의 29.2%)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면 나는 결산기준 자료를 사용하려고 한다. 

오늘은 세입 중 가장 중요한 지방세 수입을 들여다보자. 우리 도민이 낸 지방세는 특별자치도 출범 바로 전인 2005년 4012억원이었으나 2022년 1조9710억원으로 거의 5배 증가하였다. 이 지방세는 총 11개 세목인데, 도세와 시․군세로 나누어진다. 도세목 6개는 도에서 징수해서 도 수입으로 사용하는 세입인데 취득세, 등록면허세, 레저세, 지방소비세,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이고, 시․군에서 사용하는 시․군세목 5개는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지방소득세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도세과 시․군세를 모두 제주자치도세로 통합하였다. 그래서 다른 도세(6개 세목)와 달리 제주자치도세는 11개다.

11개의 제주자치도세를 특별자치도 출범 전의 세목인 도세와 시․군세로 구분하여 수입을 계산해보자. 도본청 수입 중 도교육청 수입인 1377억원을 제외하면 도세 5개 세목의 수입은 1조2007억원이다. 그리고 4개 시․군세목의 총 수입은 6018억원(전체 세입의 30.5%)이다. 이 시․군 세목을 2005년 특별자치도 출범 전 4개 시․군 총 세입 1580억원에서 각 시․군이 차지하는 비중을 바탕으로 2022년 시․군 세목의 세입을 배분해보자. 그 결과 제주시는 전체 4개 시․군 세입의 58.0%인 3489억원을 차지하는 반면 서귀포시는 918억원(15.3%), 북제주군은 956억원(15.9%), 남제주군은 655억원(10.9%)에 불과한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같이 4개 시군으로 구분되면 도본청과 제주시만 부자가 되고 나머지 3개 시군은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는 자치단체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방세가 도세와 시군세로 통합되어 제주자치도세가 되면서 발생되는 재정효과가 있다. 우선, 교육청이 받는 재정적 혜택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제주자치도세 중 지방소비세와 목적세(지역자원세)를 제외한 전체 수입의 5%를 도세전출금으로 제주도로부터 받고 있다. 2022년 도세전출금은 911억원이다. 원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는 도세 수입의 3.6%였으나 제주특별법 규정을 활용하여 5.0%로 1.4%포인트를 상향해서 제주도가 제주교육청에 2017년부터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면 교육청은 시․군 세목의 세입 6018억원의 5%인 최소 301억원은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그 이유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서 도세 수입만을 전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군이 부활되면 도본청도 5.0%의 도세전출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게 되어 다른 도와 마찬가지로 3.6%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도교육청은 추가로 약 90억원의 세입이 감소될 우려가 있다. 

제주도가 2022년 징수한 1조9710억원 중에서 13.4%에 해당하는 2634억원은 도민이 부담한 세금이 아니고 제주도민이 아닌 사람이나 법인으로부터 징수한 세금이다. 대표적으로 리스렌트차량의 등록지를 제주도에 유치하여 세입 확충을 한 것이다. 승용차는 제주도 밖의 다른 지역에서 운행되고 차량 등록지만 제주도로 하고 있는데, 세금은 제주도에 납부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서류, 무방문 등의 민원혁신도 있지만, 이 제도는 2012년 도입 당시 비영업용 승용자동차의 취득세를 7%에서 5%로 낮추는 대신 매년 부과되는 자동차세를 통해서 취득세 감면으로 감소된 세입보다 더 많은 세입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다. 다른 도의 경우, 취득세는 도본청 세금이고 자동차세는 시․군세이기 때문에 도가 손해를 보고 시․군이 이익을 보는 제도를 도입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모든 세금이 제주자치도세이기 때문에 취득세에서 감소된 세입을 자동차세에서 더 많이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이점을 활용한 것이다. 이제 도세와 시․군세로 분할하면 더 이상 이런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지방세입의 큰 증가에도 불구하고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발생한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가 소득격차와 자산불평등이다. 특히 제주는 2012년 이후 제주의 상위 10%의 평균 순자산과 하위 10%의 평균 순자산 격차는 1455배에 달해, 전국 최악의 극심한 불평등의 사회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부동산 자산 소유의 격차에서 시작된 것이다. 제주로 많은 사람과 돈이 들어오자 실수요와 투기수요가 부동산에 몰리면서 집값, 땅값이 크게 상승하였다. 이러한 부동산 경기과열과 투기로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땅이나 다주택 등을 소유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 이외에 가장 이익을 본 곳은 제주도청이다. 사람들이 땅이나 집을 사고 팔 때마다 취득세가 들어오고 공시지가가 상승하여 재산세도 증가한다. 

부동산 경기 과열로 취득세 등이 크게 증가하자 제주도청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세입 걱정 없이 돈을 원 없이 쓰던 시기였다. 이 기간 중 예산대로 사용하지 못한 이월액, 불용액 등의 금액과 비율을 보면 제주도는 마치 돈 개념 없는 재벌집 아들이 돈 쓰는 것처럼 계획 없이 예산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취득세로 징수한 세금이 4조7052억원이다. 만약,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기 시작한 2012년 2251억원 취득세(2011년 취득세 1504억원)를 기준으로 2012년 대비 취득세 증가액의 50%를 적립할 경우,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조2271억원을 모을 수 있었다. 이것으로 제주공공주택기금을 설치하여 취약계층, 청년계층 등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해 주었다면 특별자치도의 혜택을 많은 도민들이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청년계층이 선호하는 도심에 영유아 보육시설을 갖춘 공동주택을 충분히 공급했을 것이다. 이런 정책적 상상력도 도세와 시․군세를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제주도에서는 다른 시도에서 시행하지 않은 신혼부부·출산가정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집행한 금액이 124억원이다. 

이제는 세금이 밀려들어오던 그 좋았던 시기도 지났다. 올해는 약 2500억원(국가 지원금 2200억원, 지방세 300억원) 정도의 수입이 당초 예산보다 적게 들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른 수건을 짜내야 하는 시기이다. 마른 수건도 규모가 커야 조금이라도 물이 나올 것인데, 마른 수건을 도와 시․군으로 나누겠다는 것이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다.  

민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민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방재정전공학자이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용역을 보면서 제주도의 지방세뿐만 아니라 2005년과 2022년의 지방세외수입, 지방교부세, 보조금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 보았다. 내 결론은 현재의 특별자치체제를 유지하지 않으면 규모의 이익이 사라지고, 모두가 푼돈으로 살림해야 하는 17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면 각 자가 살집을 다시 마련하고 그곳에서 일할 시장․군수, 시․군의회의원, 해당 시․군 공무원의 인건비와 물건비 등을 상상해보라. 사실 이런 비용은 용역진이 계산해서 도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단 한 줄도 이런 내용이 없다. 

나는 내가 선호하는 행정시장 직선과 행정시 기능강화안이 선택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하면서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가 있으니 제주도도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할 수 있다는 논리의 허구성에 대해서 앞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곳간이 차야 도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통합으로 발생하는 제주 발전의 동력을 해체하고 각자도생하겠다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제주의 미래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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