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개정된 강원특별법을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이 참담해진다. 과연 이런 법의 내용으로 강원도를 특별자치도라고 할 수 있을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전부개정된 강원특별법을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이 참담해진다. 과연 이런 법의 내용으로 강원도를 특별자치도라고 할 수 있을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나는 지난 세 번의 기고를 통해서 이번 행정체제 개편 연구용역이 매우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론화 과정을 포함해 거금 15억 원이 투입된 용역의 가장 중요한 분야는 대안을 선택하는 학술연구 분야이다. 17년 전의 1도 4개 시.군 체제가 가진 비효율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현행 특별자치체제가 도입되었는데, 이를 변경하여 다시 17년 전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현행 행정체제의 문제는 무엇이며, 그때 문제라고 했던 ‘비효율적인 4개 시․군’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는 지에 대한 도민들의 의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용역은 설명해 주어야 한다. 

2006년 7월 1일 출범한 특별자치체제를 설계하기 위한 연구용역 ‘제주형 지방자치모형 개발 등 행정개혁에 관한 연구’(2003.7.) 보고서를 잠시 들여다보자. 참고로 2003년 연구보고서의 핵심부분을 담당한 연구기관이 2023년 현재 진행된 행정체제 개편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연구자가 속한 기관이고, 현재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연구자 또한 2003년 연구의 공동연구자로 참여하였다. 

제주도민 20세 이상 700명을 대상으로 한 2003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도와 4개 시․군이 분리되어 각각 제공하는 행정서비스 제공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6.0%이었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2%). 개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도민은 행정서비스가 4개 시군에 의해 분리 제공되고 비효율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행정체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응답자의 47.9%는 ‘제주광역시’(제주도를 제주광역시로 하고, 시․군대신 구를 설치하는 방안), 31.8%는 ‘제주도 체제’(시․군을 폐지하고 현재의 읍과 면의 규모 확대)를 선택하여 전체의 79.7%가 단일광역행정체제를 선호하였다. 이렇게 개편했을 때의 이점으로 49.5%는 ‘저비용․고효율적 행정업무수행 용이’, 34.4%는 ‘광역사업 정책집행의 원활’, 15.6%는 ‘선거횟수 감소로 인한 사회비용 절감’ 등을 들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개편된 현행 단일광역행정체제를 다시 17년 전으로 돌이키겠다면 행정의 비효율성 문제는 해결되었는지에 대해 우선 밝혀야 하는데 이런 모든 것을 무시하고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용역보고서는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 제시배경에는 오영훈 지사의 선거공약과 관련이 있다. 오영훈 지사는 국회의원 재직시 “강원특별자치도가 내년 6월 도입되는데, 거기엔 시군 폐지 내용이 없다”(제주의소리, 2022.12.20.)며, 제주특별자치도도 시․군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차례 밝혔다. 

이렇게 강원특별자치도의 사례가 언급될 때마다 나는 오영훈 지사가  2022년 6월 10일 제정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이하, ‘강원특별법’)을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강원특별자치도를 제주특별자치도와 비교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강원특별자치도는 왜 특별자치도 아닌 그야말로 ‘특별자치도’라는 이름만 빌려 쓰고 있는 짝퉁에 불과한지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먼저 강원특별법 제정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내역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정부와 제주도가 2년여 기간 준비해서 제정한 제주특별법과 달리, 강원특별법은 강원도 출신 의원 두 명이 따로 따로 발의한 강원특별자치도 관련 제정 법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두 법안이 병합되었고, 이후 이 법안(‘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으로 국회를 통과(22.5.29.)하였다. 

제정당시 363개 조문으로 구성되었던 제주특별법에 비해 강원특별법은 고작 23개 조문에 불과하였다. 중앙정부의 권한이양이나 분권이라고 할 수 있는 조문이나 산업관련 조문 하나 변변히 갖추지 못해 “간판 뿐인 깡통법”, “363 vs 23… ‘깡통’법?”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서울신문, 22.5.30.)라고 조롱거리가 되었다. 심지어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빈깡통' 강원특별자치도는 필요없다"며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별자치도의 이름만 빌려쓴 강원도가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한 채 특별자치도가 되었다고 제주도가 강원도를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이후 강원도는 빈 깡통의 강원특별법을 채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의원입법으로 당초의 법명까지 바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전부개정하였다. 전부개정된 강원특별법은 총 84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전부개정된 강원특별법은 특별자치도로서 갖추어야 할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 보자. 

내년 6월 8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전부개정된 강원특별법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이름 만을 빌린 ‘짝퉁’ 특별자치도에 불과하다고 나는 주장한다. 

첫째, 강원특별법 84개 조문에서 나타난 ‘강원자치도’는 강원도 1도 18개 시․군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강원도 본청’만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통상 강원도라고 했을 때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강원도 전체를 말하는 것으로 강원도 본청과 18개 시․군을 포함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18개 시․군을 제외하고 강원도 본청만을 말하는 것이다. 그야말도 강원의 반쪽만 실질적으로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일반자치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미래산업글로벌도시 개발에 관한 종합계획’에 강원도내 시․군은 모두 빠지고 도본청 계획만 들어있다(제19조).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종합계획 심의회에 18개 시․군 관계자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규정조차도 없다. 강원도 본청은 특별자치를 하고, 나머지 18개 시․군의 모든 권한 및 행․재정관계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과 동일한 일반자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강원특별법 84개 조문에 규정된 중앙정부와 강원도 간의 권한이양 및 특례 규정형식을 보면 강원특별자치도가 제주특별자치도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보다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나는 특별자치도의 권한이양 관계를 크게 다음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제①유형은 ‘〇〇〇부 장관의 권한을 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장관이 가진 행정집행권을 도지사에게 이양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러한 권한이 전체 6010건 중 1855건(30.9%)인 반면, 강원도는 전체 75건 중 8건(10.7%)에 불과하다. 제주도와 강원도의 집행권 이양에는 이 건수의 차이보다 내용에 있어서 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제주도는 도와 시․군이 가진 권한 모두를 중앙정부로부터 도지사가 이양 받지만, 강원도는 도 본청의 권한만을 강원도지사가 이양 받은 것이다. 18개 시․군은 일반법에 의해서 강원특별자치도와 관계없이 중앙정부와의 권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제②유형은 ‘중앙행정기관의 법규명령(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으로 정한 사항은 특별자치도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행정기관이 일률적으로 정한 시행령을 제주도나 강원도가 지역 실정을 반영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시행령의 조례이양이라고 하는데 제주도는 2706건(45.0%)인 반면에 강원도는 고작 4건(5.3%)에 불과하다. 시행령의 조례이양도 강원도는 도 본청만 받은 것이다. 

제③유형은 ‘일반법(〇〇〇법)에 불구하고 도지사가 ☆☆사항을 도 조례로 정한다’는 규정이다. 이것은 조례가 일반법을 배제하고 특정한 사항에 대해서 별도의 입법을 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자치입법권이다. 이 같은 입법권은 일반자치단체는 가질 수 없다. 제주도는 117건(1.9%)인 반면 강원도는 2건(2.7%)에 불과하다. 제주도의 117건은 자치분야뿐만 아니라 산업분야에도 이러한 규정방식이 적용된 반면, 강원도는 주민투표청구권자의 수 완화, 국가와 강원도 간의 인사교류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법률의 조례이양도 강원도는 도 본청만 받은 것이다. 

④유형은 ‘일반법에서 정한 사항을 특별법에서 그 내용을 달리 정하는 규정방식’이다. 일반법과 다른 특례를 제주도나 강원도에 국가가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행정권한을 특별자치도로 이양하는 것이 아니고 특별법에 내용을 달리 규정하는 것이다. ④유형의 장점은 다른 시도와 달리 특정한 내용을 규정할 수 있으나, 한계는 입법형성권이 도의회에 있는 ③유형과 달리 국회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④유형은 특례이지 자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제주도는 322건(5.4%)인 반면 강원도는 14건(18.7%)이다. 

⑤유형은 ‘다른 법에 없는 사항을 특별법에 규정하여, 특례를 부여하는 규정방식’이다. 예를 들면, 제주특별법(제251조)에 휴양펜션업이라는 숙박업이 있다. 전국 모든 곳에 펜션이라는 숙박업이 있지만 사실 제주특별법에만 규정된 숙박업 종류이다. 이 펜션업은 2002년 제정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규정된 이후 제주특별법에도 그대도 남아 있다. 제주도는 1010건(16.8%)인 반면 강원도는 41건(62.7%)이다.  

이상과 같은 권한이양과 특례 형식을 보면서 제주도와 강원도 간의 건수뿐만 아니라 유형에서 나타난 특징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제주도는 ①유형과 ②유형의 비중이 월등이 높고 강원도는 건수는 적지만 ④유형과 ⑤유형의 비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을 제주도로 이양하는 분권과 함께 제주도가 이양받은 권한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도 동시에 이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도의 경우는 정부가 강원도를 특별자치도로 만들 계획이 없었는데 갑자기 의원입법에 의해 강원특별자치도가 설치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분권과 자치보다는 국회의원들이 강원도에 특례를 주는 형식으로 강원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강원특별법에서 나타나고 있는 ④유형과 ⑤유형의 특례중심 입법방식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이전인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서의 입법방식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법은 특례법이다 보니 제주도에 입법형성권과 같은 자기결정권이 거의 부여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행정권한을 제주도로 대폭 이양하는 ①유형, ②유형, ③유형 형식이 포함된 제주특별법이 2006년 제정된 것이다. 제주특별법은 481개 조문(1,600여개의 항)과 제주특별법 안에 220개의 각종 법률이 포함되어 있어 대한민국의 어떤 법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주특별법은 앞으로 많은 개선을 해야겠지만 제주도의 새로운 발전동력, 도민의 정책 상상력을 담을 수 있는 법적 도구인 것이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면 이제 ①유형에서의 도지사 권한은 ‘도지사’와 ‘시장 또는 군수’로, ②유형에서의 ‘도조례’는 ‘도조례’와 ‘시조례 또는 군조례’로, ③유형의 법률의 조례이양은 ‘도조례’와 ‘시조례 또는 군조례’로 구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통합에서 나온 제주특별자치도의 동력이 해체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제주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마치 새로운 방안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그러한 방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없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 권한이양이라는 방식도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면 거의 물거품이 된다. 제주도정은 부실한 용역을 바탕으로 현행 행정체제의 문제진단과 대안, 새로운 행정체제에서 나타날 문제에 대한 예시도 없이 17년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17년이 지났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아직 30%도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한번도 전속력(full speed)으로 날아보지도 못한 항공기를 다시 내려앉게 하겠다는 것이다. 짝퉁 특별자치도인 강원도를 따라가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강원도는 ‘명품 제주특별자치도’가 부러운 것이다. 그들이 제주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의 제주의 경제발전 성과 때문이다. 특별자치도를 하고자 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나 자치권 강화를 위해서 아니라 “그동안 강원도는 각종 규제들에 묶인 탓에 제대로 된 발전을 하지 못해 소외되고 낙후되었기 때문이다”이라고 강원도의회 의장은 말한다. 

전부개정된 강원특별법을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이 참담해진다. 과연 이런 법의 내용으로 강원도를 특별자치도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2022년 12월 중순부터 지난 2월말까지 강원도 춘천을 10회 정도 방문하여 강원특별법 전부개정 방안에 대해 교육과 자문 등을 했다. 그런 나의 수고에 대해 고맙다고 강원도지사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유공자로 표창을 주겠다며 한 달 전쯤에 강원도청 자치법령과에서 내게 연락이 왔다. 강원특별법을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포상을 주겠다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허울뿐인 특별자치도인데 그걸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상을 준다는 말에 내 마음이 참으로 허탈했다. 상을 받는 것 자체가 학자로서 염치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이 상을 받는 것을 사양하였다.  

민기
민기

나는 네 번에 걸쳐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였다. 특별자치도는 많은 성과도 있지만 동시에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된 문제, 제주사회의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심화, 난개발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 생활계 폐기물 1인당 배출량, 교통사고율, 범죄발생률 등이 전국 최고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나는 이러한 문제를 특별자치체제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이 같은 문제가 기초자치단체 도입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기꺼이 지금까지의 내 주장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특별자치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학자다. 국무조정실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2년여 동안 제주특별법 제2단계와 제3단계 제도개선을 준비하면서 법령을 직접 만들고 입법을 추진했다. 그리고 제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특별법과 특별자치도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현행 특별자치체제가 제주의 미래 발전에 핵심적인 제도적 동력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아직도 논의할 주제가 많지만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글을 더 이상 기고하지 않을 것이다. 내 주장과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이라 할지라도 그동안 부족한 나의 글과 행정체제 개편에 관심을 가져준 독자 분들께 고마움을 표한다. / 민기(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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