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전 7시께 아빠가 사라진 것을 알고 애타게 찾고 있는 아이의 모습. 영상 제공=제주경찰청<br>
지난달 25일 오전 7시께 아빠가 사라진 것을 알고 애타게 찾고 있는 아이의 모습. 영상 제공=제주경찰청

아들을 제주에 버린 30대 중국인 아빠가 구속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아들이 애타게 아빠를 찾는 모습이 CCTV에 담겨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8일 [제주의소리]는 [제주서 9살 아들 유기한 중국인…편지엔 “좋은 곳에서 자라달라”]를 통해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지난 7일 구속 기소된 30대 A씨를 단독보도한 바 있다.

이날 제주경찰청이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지난달 25일 오전 6시께 A씨가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공원 내 화장실 인근을 배회하다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이 지난 오전 7시께 이불을 덮어쓴 B군은 아빠를 애타게 찾는 듯 화장실을 드나들다 이내 하늘을 쳐다본다.

보호자 없이 우는 아이를 발견한 서귀포시청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씨는 아이를 유기한 후 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날(8월26일) 경찰은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14일 B군을 데리고 중국 상하이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에 입도했다. 한국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3박4일 동안 제주시내 한 호텔에서 묵었던 부자는 경비가 떨어지자 도내 공원 등을 떠돌았다. 8월17일부터 8일 동안 노숙하며 하루 한 끼 정도를 먹으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이 유기된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서는 20일부터 25일까지 머무르며 이불을 펴고 노숙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입도 후 도내 아동보호시설들을 찾아 B군의 입소를 문의했으나 외국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거절당해 B군을 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가 아이를 유기하며 남긴 영문 자필 편지. '아이가 한국의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인의 친절함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제공=제주경찰청
A씨가 아이를 유기하며 남긴 영문 자필 편지. '아이가 한국의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인의 친절함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제공=제주경찰청

A씨는 아들을 유기하며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편지에는 ‘한국에서 10일이상 지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에게 사탕과 음식을 대접해 주는 등 한국인의 친절함과 존경심을 느꼈다. 아이가 한국의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된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B군을 좋은 곳에 보내고 싶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B군은 “굶어 죽어도 좋으니 아빠와 살고 싶다”고 평소 A씨에게 말했지만, A씨는 경제적인 여건 등을 이유로 끝내 B군을 유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도내 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진 B군은 나홀로 출국, 중국 현지에서 친인척에게 인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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