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연관성 지닌 공무원-업자 간 비공식적 만남, 진상조사 결과 주목

지난 10월31일 오후 11시19분께 찍힌 제주시 연동의 한 유흥주점 앞 CCTV 장면. ⓒ제주의소리<br>
지난 10월31일 오후 11시19분께 찍힌 제주시 연동의 한 유흥주점 앞 CCTV 장면. ⓒ제주의소리

제주도의원과 공무원, 민간업자가 함께한 술자리에서 충돌이 벌어진 사건에 대해 제주도가 자체 감찰에 착수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도의원과 민간업자 간 폭행 등 물리적 충돌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상은 업무연관성을 지닌 공무원과 민간업자 간 '사적 만남'이 이뤄지는 현장이 드러난 사례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가 최초 보도한 [제주도의원-공무원-민간업자 술자리서 몸싸움…경찰 출동 소동] 기사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 감찰부서는 곧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제주도의회 제421회 임시회가 폐회한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제주시 연동의 한 노래주점에서 A의원이 민간업자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112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주점에는 A의원을 비롯해 도의원 3명과 제주도청·제주시청 공무원 등이 먼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중간에 B씨가 합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B씨의 합석이 부적절하다고 여긴 A의원과 B씨간에 갈등이 빚어졌고, 물리적 충돌까지 비화됐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물론 견제와 감시 대상인 집행부 공무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만으로도 의원들을 향해 부적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누가 술값을 계산했는지 여부도 나중에 뇌관이 될 수 있다.

사건의 성격상 도의원과 업자 간 충돌에 눈길이 쏠렸지만, 그에 앞서 민간업자와 공무원 간의 비공식적인 만남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커진다.

민간업자 B씨는 현재 대규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 추진과 관련해 건설·건축 관련 부서의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을 지닌 당사자로 볼 수 있다.

건설·건축 관련 인허가 업무와 관련해 공무원은 명백한 '갑'의 입장에 있다. 과거 제주사회에서 발생한 비리 사건 역시 관련된 업무에 쏠려있다는 점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건 보도에 화들짝 놀란 제주도는 당시 술자리의 계산은 "공무원이 직접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향응 제공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지만,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는 모를 일이다.

실제 당시 술자리에 민간업자 B씨를 호출한 것은 공무원 C씨로 알려졌다. 어떤 이유로 B씨를 불렀냐는 질문에 C씨는 "친구를 소개하는 차원"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누가 누구를 불렀고, 어떻게 마련된 자리인지 선후를 떠나, '친구라서 사적 만남을 가졌다'는 해명은 이미 이전부터 비공식적 만남을 가져왔다는 합리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제주도청·시청 공무원이 한데 모여있고, 도의원까지 배석한 자리에서 거리낌없이 업자를 불렀다는 것은 전후사정을 의심케 한다.

또 추후 이와 유사한 만남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간한 '청탁금지법 행정기관 및 공직유관단체 매뉴얼' 상에는 수탁자와 청탁자 간의 비공개적인 접촉 자체를 회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청탁은 청탁자와 수탁자의 접촉을 통해 많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사전에 비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청탁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회피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번 사례는 수탁자의 위치에 있는 공무원이 청탁자를 주도적으로 호출한 사례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더 커질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내용상으로만 보고를 받았고, 자세한 사항은 조사 결과에서 나올 것"이라며 "'사적인 관계'라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될 지 모르겠지만, 청렴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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