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제2형사부, 내년 1월10일 1심 선고공판 예정

2022년 6월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4명의 후보가 출마한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55.1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선 8기 시대를 연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정치 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진행된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두면서다.

무죄 등의 판결이 나오면 정치인으로서의 중량감을 한층 더 키울 수 있지만, 당선무효형 판결이 나오면 그 후폭풍은 예상조차 힘들 정도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진재경 부장)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도지사와 정원태 제주도 중앙협력본부장,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사단법인 대표 A씨, 컨설팅업체 대표 B씨에 대한 모든 심리를 지난 22일 종결했다. 

2022년 11월23일 기소 이후 1년만이며, 공판준비기일(2차례)을 제외해도 16차 공판까지 총 8개월이 걸렸다. 1심 선고는 2024년 1월10일이다.

지난 22일 결심공판 직후 취재진 앞에 선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2일 결심공판 직후 취재진 앞에 선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검찰의 주장

검찰이 문제로 삼는 위법한 선거운동은 ▲2022년 4월 잇따른 대학교수, 보육계, 제주청년, 촛불백년, 직능단체 등의 오영훈 당시 당내경선 후보 지지 선언 ▲2022년 5월16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도지사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협약식)’이다. A씨가 대표인 단체 회계법인이 협약식 비용을 대납한(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엮였다. 

검찰은 각종 단체의 지지선언과 협약식 자체가 위법한 것이 아니지만, 오영훈 캠프가 관여해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영훈 캠프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제주 방문 대응 방안으로 비영리법인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협약식)을 진행했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당내경선이 치열했던 시기에 오영훈 캠프가 주도한 지지선언으로 여론이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C씨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고, 선관위가 검찰에 A씨를 고발하면서 이번 사건이 불거졌다. 특수한 지위가 이용돼 협약식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측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A씨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이어가던 검찰은 수사 범위를 확대해 오영훈 지사와 정원태 본부장, 김태형 특보까지 옭죄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단체대화방 기록과 관련 문서 등을 토대로 오영훈 캠프가 위법한 선거운동을 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적인 지지선언과 협약식으로 보기에는 오영훈 캠프가 전략적으로 관여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혐의 모두 피선거권 박탈과 관련돼 분리 선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경합범으로 묶었다. 

구형량은 오영훈 지사 징역 1년6월, 정원태 본부장·김태형 특보 징역 10월, A씨 징역 1년, B씨 벌금 700만원·추징금 548만2456원이다. 

피고인 측의 주장

올해 3월 진행된 첫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 B씨를 제외한 피고인 4명(오영훈·정원태·김태형·A씨)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협약식이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제주 방문에 대한 대응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이준석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고의성부터 모든 부분을 부인했다. 

협약식이 진행된 2022년 5월16일 오후에 TV토론회가 예정돼 있어 오영훈 지사를 비롯한 주요 캠프 관계자들 모두 TV토론회에 집중했다는 주장이다.

협약식에 앞서 오영훈 캠프는 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A씨 등이 간담회 이후 진행해야 할 협약식 장소를 구하지 못하자, 협약식 개최 장소로 오영훈 캠프 사무실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도지사 당내경선이 치열한 시기 각종 단체의 지지선언이 이뤄졌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치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오영훈 지사가 당시 후보 적합도 등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기록 등을 참고자료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27일 민주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권리당원 투표 50%, 도민 여론조사 50%로 치러진 민주당 제주도지사 당내경선에서 문대림 전 제주자유국제도시개발센터 이사장(46.87%)을 6.26%p 차이로 따돌린 오영훈 국회의원(53.13%)을 후보로 확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당연히 부인하고 있다. 협약식이 선거운동이 아니기에 오영훈 캠프가 선거비용을 지출해야 했다는 검찰의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취지다. 

지난해 치러진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직후 오영훈 제주도지사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치러진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직후 오영훈 제주도지사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향방은?

구형은 검찰이 재판부에 요구하는 피고인에 대한 형량일 뿐, 결국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공직선거법 등은 법률을 해석·판단할 때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죄가 인정될 때 가장 주요하게 판단되는 부분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선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느냐다. 

그 행위가 선거의 결과를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당선인일 경우 재선거를 치러야 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된다.

오영훈 지사의 변호인단이 전면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설령 유죄라 할지라도 수많은 도민들의 선택을 받은 오영훈 지사의 직위를 박탈할 정도인지 숙고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다만, 오영훈 지사가 2016년 20대 총선 경선 당시 ‘역선택’을 유도한 혐의(공직선거법)로 벌금형(80만원)을 받은 전력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968년생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에서 태어난 오영훈 지사는 흥산초등학교와 남원중학교, 서귀포고등학교, 제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1993년)을 지내며 4.3진상규명 운동 등에 매진했다. 

故 김근태 통일시대국민회의 의장 특별보좌관과 강창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오영훈 지사는 2002년, 당시 33세의 나이로 제주도의원 선거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에 당선돼 2010년 재선에 성공한 뒤 2012년 제주시 을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절치부심한 오영훈 지사는 4년 뒤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2020년 재선에 성공하며 정치인으로서 몸집을 키웠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중량감을 더 키운 오영훈 지사는 2022년 7월부터 민선 8기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오영훈 지사는 20년이 넘는 정치 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검찰이 예상보다 높은 징역 1년6월을 구형하면서 정치권과 공직사회는 물론 도민사회까지 술렁이고 있다.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자연스레 정치인으로서의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일정기간(형량에 따라 5년 또는 10년) 선거에 출마할 자격 자체를 잃는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야당 소속 현역 도지사에게 무죄 등의 판결이 나오면 검찰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내년 1월10일 이번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을 가질 예정이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에 따라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은 다른 재판보다 우선해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1심 선고는 기소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각각 전심 판결 이후 3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1심 결과가 확정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주요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술렁이는 정치권·공직사회을 비롯한 도민사회가 잠잠해질지, 아니면 더욱 요동칠 지는 내년 초 재판부의 판단에 달렸다.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확정 판결은 2024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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