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서 희망을 보다] (3)여성들의 기댈 언덕이 된 하효살롱협동조합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를 위해 공동체를 꾸린 사회적경제의 힘이 제주 곳곳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영리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면서 시장과 정부의 실패를 보완하는 제3의 영역으로 기능한다. 제주의소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이 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다섯차례에 나눠 싣는다. / 편집자

하효살롱협동조합의 과즐. 손 반죽으로 시작해 겹겹의 과자층을 만들고 감귤 과즙은 쌀 튀밥, 보리 과즐은 보리 튀밥을 입히게 된다. 100% 우리 밀, 제주산 감귤즙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제주의소리
하효살롱협동조합의 과즐. 손 반죽으로 시작해 겹겹의 과자층을 만들고 감귤 과즙은 쌀 튀밥, 보리 과즐은 보리 튀밥을 입히게 된다. 100% 우리 밀, 제주산 감귤즙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제주의소리

마을 부녀회에서 시작한 ‘하효맘’ 과즐이 이렇게 성장한 브랜드가 될 줄 알았을까? 작년 매출이 18억원이 넘었고 이제는 전국적으로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성장했다. 제주 서귀포시의 아늑하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탄생한 하효살롱 협동조합의 이야기다. 

2017년 하효마을은 비상품 감귤 처리난을 심하게 겪었다. 피땀 흘려 키워낸 감귤을 그냥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머리를 맞대 고민을 시작했다. 겉이 못생겼어도 맛있고 영양가도 많은 감귤들을 비상품이라는 이름으로 버리는 것은 농민들에게 서글픈 일이었다. 

이때 하효의 부녀회원 25명이 모여 하효살롱협동조합을 시작했다. 감귤 고부가가치화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지역 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댈 언덕’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든 공동체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김미형 하효살롱협동조합 대표는 “평생 흘릴 눈물을 첫 2년에 다 흘렸다”고  말한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들, 3년이면 망할거라는 비판, 동시에 엄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법칙을 마주했다.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초기 과정에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수익은 마땅찮았다. 낮과 밤, 주말을 서로 교대해가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됐다. 밤늦게까지 고민해야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조금씩 힘을 모으던 무렵 코로나19 팬데믹이 몰아쳤다. 자영업자들에게, 신규사업자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그런데 이 시기는 하효살롱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됐다. 국내산 밀과 하효의 감귤, 조청 등 건강한 먹거리를 사용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담은 과즐이 유기농 매장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점점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매출이 18억원을 넘어섰다. 작은 마을에서 모인 부녀회원들이 만든 놀라운 성과다. 

함께 운영하는 과즐, 오메기떡, 귤청, 타르트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은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마을관광 모델을 만들어냈다. 

하효살롱협동조합은 감귤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마을의 특산물을 활용한 관광상품이다. ⓒ제주의소리
하효살롱협동조합은 감귤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마을의 특산물을 활용한 관광상품이다. ⓒ제주의소리

“‘하효맘’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자식에게 주는 마음으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자, 제주보리를 이용해 제주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보자 이런 생각들을 했는데 그게 적중했어요. 조금씩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제가 흔들리면 조합원 모두가 흔들릴거라고 생각해서 저의 24시간을 이 곳에 1순위로 투입하기로 했어요. 돌아가서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높아진 매출보다 기쁜 것은 그로 인해 생긴 건강한 변화들이다. 

이들은 취약계층 밑반찬 나눔, 독거노인 체험프로그램 지원, 4.3관련 단체에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마을의 각종 행사와 경조사, 노인당에도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이익을 개인이 독점하지 않고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운영 방향을 결정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효살롱이 잘 될 수록 마을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하효살롱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한다.

필리핀에서 온 직원 지소리아 제실린(33)씨는 “친구가 추천해서 다니게 됐는데 너무 좋고 즐겁다”며 “동사무소 갈 때도, 고향가는 비행기표에도 도움을 준다. 여기에 들어오니 마음이 편안하고 향수병이 없다”고 말했다. 이주여성들에게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는 사업장들이 있는 상황에서 주 5일 8시간 근무, 안정적인 급여, 퇴직연금 등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제도를 만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에게 하효살롱은 아이들을 잠시 돌봐주는 곳이 되기도 하고 함께 여행을 다니는 모임이 되기도 한다. 지역사회 적응을 돕고 직업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는 장이 됐다.

하효살롱협동조합의 김미형 대표(왼쪽)와 직원 지소리아 세실린씨가 함께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하효살롱협동조합의 김미형 대표(왼쪽)와 직원 지소리아 세실린씨가 함께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 하효살롱의 꿈은 마을과 함께 호흡하며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다.

“저희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우리의 이익을 찾아서 제품을 헛으로 만들거나 작게 만들거나 그러지는 않게 하려고요. 반죽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에 정성이 들어가는 건 변함없을 겁니다. 
저희의 목표는 많이 파는 것도 좋지만, 지역주민 3000명 모두가 우리를 응원해주면서 3000명이 우리의 홍보대사로 나서주는 게 큰 꿈이에요. 우리와 함께, 우리가 있음으로 인해 ‘행복한 마을이구나’하고 주민들이 느낄 수 있다면 정말 큰 기쁨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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