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서 희망을 보다] ④일자리로 사회적가치 실현,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를 위해 공동체를 꾸린 사회적경제의 힘이 제주 곳곳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영리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면서 시장과 정부의 실패를 보완하는 제3의 영역으로 기능한다. 제주의소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이 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다섯차례에 나눠 싣는다. / 편집자

김철호 씨가 자전거 수리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종합경기장 내에 위치한 자전거수리센터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제주의소리
김철호 씨가 자전거 수리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종합경기장 내에 위치한 자전거수리센터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오라동 제주종합경기장 1층에 위치한 자전거수리센터에는 ‘자전거 할아버지’가 있다. 20년째 이 곳에서 사람들의 자전거를 손보고 있는 김철호(72)씨다. 

서쪽 한림, 동쪽 성산포, 남쪽 안덕면에서도 이 곳을 찾는다. 1년에 약 3000대 가량이 그와 동료의 손을 거친다. 어린이용 자전거부터 수천만원의 고급 자전거까지, 어린이들부터 마니아까지 고객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 수리센터는 어딘가 좀 특이하다. 안전점검, 브레이크 유격조정, 펑크수리등 부품 사용이 되지 않는 수리범위 한도에서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품 교체가 필요한 경우 별도의 공임비없이 부품 실비만 지급하면 된다. 

주기적으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무료 점검과 수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동수리를 위해 읍면지역과 추자도, 우도 등을 찾아간다. 자전거 전문 수리점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이 곳의 존재는 소중하다.

김씨에게도 자전거수리센터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04년 자활사업단에 들어와 자전거 기술을 배우고, 일을 하면서 탈수급을 했으니 보람이 있어요. 특히 시민들을 위해서 일한다는 사명감도 생겼어요. 이 수리센터에 사람들이 드나들다 보니 사랑방처럼 되기도 했어요. 서로 소통하면서 즐거움도 느낍니다.”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의 자전거수리센터는 매년 3000대 가량의 자전거를 저렴하게 수리하고 있다. 수리를 책임지고 있는 자전거 맥가이버 김철호(72, 사진 왼쪽)씨와 동료 고영호(60)씨. ⓒ제주의소리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의 자전거수리센터는 매년 3000대 가량의 자전거를 저렴하게 수리하고 있다. 수리를 책임지고 있는 자전거 맥가이버 김철호(72, 사진 왼쪽)씨와 동료 고영호(60)씨. ⓒ제주의소리

이 수리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사회적기업인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 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 자활사업단으로 시작해 2017년 자활기업 사회인사회적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자활기업은 자활사업을 통해 수급자나 저소득층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창업해 빈곤을 탈출하고, 더 나아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나누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은 계속 성장해 지금 4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김씨가 자전거 정비사 자격 취득 과정을 거쳐 전문기술자가 되며 새로운 기회를 맞은 것도 수눌음-제주인과 함께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자활기업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은 무인 빨래방, 사무기기 납품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장기요양기관인 제주인복지센터도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폐기물 수집 운반 사업을 통해 고품질의 무색 PET 업사이클링을 이어가고 있고, 인공지능 자동수거보상기 운영, 업사이클링-환경체험 교육 등 환경에 대해서도 진심이다.

자원순환에 대한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의 철학은 ‘요디가게’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직 쓸모가 많지만 집에 방치된 물건을 가져오면 정성껏 손질하고 리폼해서 저렴하게 판매한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원순환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요디가게의 얼굴 선금순(68)씨는 섬세한 바느질 솜씨로 헌 옷에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은 리사이클 제품을 만들고, 단골들의 의류를 수선해주고 있다.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요디가게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금손' 선금순 씨. ⓒ제주의소리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요디가게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는 '금손' 선금순 씨. ⓒ제주의소리

“가장이다 보니 생계를 위해 처음 왔죠. 그런데 우리 차용석 대표님(현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차별없이 사람들을 대하면서 좋은 일을 너무 많이 하더라고요. 거기에 감동해서 저도 제 몫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버려질 수 있었던 것을 저희가 다시 상품화시키면 환경에도, 소비자들 주머니 사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저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2002년 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 시절부터 20년 넘게 이어진 인연은 그의 삶을 바꿨다.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쁘지만, 요디가게가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자연스레 동네 사랑방이 됐기 때문이다.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은 직원들과 함께,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서서히 일상을 바꿔가고 있다.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금순씨의 목소리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요디가게는 제 삶의 즐거움이에요. 아침에 눈을 떠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오손도손 일할 수 있고, 마음이 예쁜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어서 저는 요디가게를 정말 좋아해요. 앞으로 알뜰매장하면 요디가게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모두가 행복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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