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 법원 재심개시결정 1주일만에 즉시항고장 제출

동일체(同一體)를 원칙으로 삼는 검찰의 일관성이 제주4.3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 제주에 이어 광주 검찰마저 아직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4.3피해자 고(故) 한상용에 대한 재심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7일 광주지방법원의 한상용 재심개시결정에 반발한 광주지방검찰청이 1주일만인 14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고는 법원 결정 등에 불복할 때 이뤄지는데, 즉시항고장 제출은 곧 검찰이 한상용에 대한 재심을 반대한다는 의미다.

1년 전 제주를 떠올리면 기시감이 든다. 

4.3 당시 성산읍 수산리에 살던 한상용은 신원불상의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을 뒤집어써 1950년 2월28일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형을 받은 4.3 피해자다.

만기출소해 고향 제주로 돌아온 한상용은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2017년 생을 마감했다. 한상용은 평생 억울함을 토로하며 살았다. 

평소에는 말없이 지내다가 술을 마셔 취기가 오르면 가족을 포함해 믿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만 4.3 때 고문으로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해 겁에 질렸던 자신의 모습, 살고 싶어서 군경이 묻는 말에 ‘네’, ‘네’라고만 대답하던 기억 등을 힘들게 떠올렸다. 

한상용의 자녀들은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4.3희생자 관련 내용조차 모르고 살다가 재심 과정에서 인지했다. 

2022년 10월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개시 결정에 앞선 2023년 1월 4.3희생자로 결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심문기일에서 한상용의 유족들이 직접 출석해 재심의 정당성을 밝혔고, 2023년 1월 제주지법은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제주지검은 즉시항고장을 제출해 한상용에 대한 재심을 반대했다. 

당시 제주지검은 광주에서 재판을 받은 한상용 재심 관할 법원은 제주가 아니라는 점 등을 주장했다. 또 한상용이 아직 4.3희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4.3희생자 결정 과정에 준하는 객관적인 사실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검찰의 불복으로 광주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거치면서 한상용 재심 사건은 광주지법으로 재배당됐다. 고법과 대법은 한상용 재심 자격에 대한 언급 없이 관할법원은 제주가 아니라 광주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사건이 재배당되면서 지난해 11월 한상용 재심에 대한 심문기일을 가진 광주지법은 올해 2월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4.3희생자 결정에 준하는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주장에 따라 광주지법은 한상용과 관련된 4.3실무위원회의 사실조사 결과까지 확인했지만, 또 검찰이 발목 잡았다. 

검사 동일체를 원칙으로 삼는 검찰 문화에 따라 광주지검도 제주지검과 마찬가지로 한상용이 4.3희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주요한 항고 이유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동일체 원칙은 검찰총장 지휘 아래 전국의 모든 검사가 피라미드식 조직 체계를 구축, 속된 말로 “까라면 까라”는 말처럼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볼 수 있다. 

한상용의 유족들은 이미 광주고법과 대법원을 거친 마당에 검찰의 두 번째 즉시항고로 또 광주고법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하염없는 기다림의 세월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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