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환자들도 파김치 된 의료진 걱정…병원은 경영난 가중 ‘끙끙’

14일 오후 찾은 제주대학교병원 접수처 전광판에 접수마감 안내가 표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14일 오후 찾은 제주대학교병원 접수처 전광판에 접수마감 안내가 표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하는 모습이다.

14일 오후 찾은 제주대학교병원. 1층 접수창구에서 만난 현모씨(65)는 환자이면서도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현 씨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지난 3일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의사가 부족하다며 4월17일로 50일가량 미뤄졌다”며 “3개월 전에 예약해놓은 제주대병원 진료도 늦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병원을 찾았는데, 다행히 진료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오늘 진료를 받은 제주대병원 교수가 전공의들이 빠지면서 점심도 먹지 못하고 환자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해 마음이 좋지 않다”며 “의사들이 확실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남아있는 사람만 죽어 나가는 것 같아 환자로서 씁쓸하다”고 전했다.

실제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정원 108명 중 7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존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진료와 당직을 남아있는 전문의와 간호인력이 대체하는 실정이다.

제주대병원은 한시적으로 간호사 10명으로 구성된 비상진료지원팀을 운영해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분담하게 했다.

신동훈 의료연대본부 제주대학교병원분회장은 “전공의가 빠지다 보니 전문의들은 아침에 회진을 돌고, 진료 보고, 수술하고, 야간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자 수가 줄었다고 해도 한달 가까이 전공의들의 공백을 채우다 보니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14일 오후 찾은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제주의소리
14일 오후 찾은 제주대학교병원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이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반면 전공의 이탈로 진료와 수술에 제약이 생기면서 환자 수와 병상 가동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제주대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전공의 이탈 전 70%대에서 이탈 후 30%대까지 급감한 상태다.

이미 경영난이 심각한 제주대병원은 병상을 폐쇄, 축소하는 한편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기로 했다.

제주대병원은 내과 중환자실 병상수를 20개에서 12개로, 수술실을 12개에서 8개로 축소 운영하고 있으며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은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했다.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정형외과 재활병동도 통폐합을 고려 중이다.

또 최근 간호사, 간호조무사, 정신병동보호사 등 간호부 소속 800여 명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수요조사를 실시, 지난 8일까지 23명을 신청받아 오는 18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집단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제주대를 포함한 전국 19개 의대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오는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 논의를 마치기로 했다.

제주대 의대 교수들은 15일 낮 12시30분 제주대 의전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의대생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14일 기준 제주대 의대 재학생 248명 중 75%에 해당하는 186명이 단체행동에 동참하며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대 의대는 학생들의 불이익을 우려해 개강일을 지난달 19일에서 오는 18일로 한 달 미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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