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56편에 소개된 호자나무 이야기편에서 오늘 소개해 드릴 수정목을 잠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얼핏 보면 마치 호자나무처럼 보이지만 가시를 보면 호자나무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수정목이 이 겨울에 빨간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수정목(壽庭木)에서 ‘수(壽)’는 목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정목(庭木)’은 정원에 심는 나무라는 뜻입니다.정원수로 잘 자란다는 의미로 한자를 차용해 호자나무와 구별하는 壽庭木(수정목)이란 이름을 얻었습니다.비슷한 나무인 호자나무가 자라는 숲속에서 같이 자생하는 이 수정목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한권의 인문학 서적을 읽는 재미와 닮았다. 역시 걷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 속도가 느리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니 삶의 속도를 늦추는 걷기야 말로 우리를 치유하고 성찰하게 한다. 유년시절 불가의 출가자로, 환속해 문화재 전문 공직자로,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으로, 공직 퇴임 후에는 다시 명상 간경하는 불가의 시자로 돌아가 끊임없는 자기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윤봉택 시인이 제주올레 1~26코스를 따라 그 길과 마을에 깃든 흥미로운 제주(탐라) 이야기를 격주로 집필한다. 탐라에서 제주에 이르는 설화
‘그차진’의 ‘그치다’는 ‘끊다’[斷] 또는 ‘베다’[割], ‘잇으다’는 ‘잇다’[繼]의 제주어이다. ‘그차진 목을 잇으다’는 ‘끊긴 목을 잇다’라는 말이다. 정치를 담당하는 권력자들의 세계에서는 망나니를 두어 생사람의 목을 치는 수도 있었지만, 제주도 백성들의 세계에서는 산짐승, 미역, ‘코지’까지도 끊긴 목을 잇는 일이 전승되었다. ‘코지’는 바다 가운데로 뾰족하게 나간 육지이거나 갯바위이다.다만 제주도 백성들의 세계에서도 사회생활에 필요한 식자재 확보 수단으로 ‘피쟁이’를 두고 마소 따위의 목을 치고 도살하는 수가 있었을 뿐이
눈 오면 인가로 가랴, 그리우면 물가로 가랴 겨울 다도해다도해 겨울뱃길엔 쓸쓸한 것만 남아 있다낯익은 피붙이들이 낮게 깃든 그 해역엔섬진강 하혈이 번져 하늘 끝도 붉었더라.섬 비탈 늙은 해송 지쳐 늘어진 가지 위엔장모님 낙심 같이 한밤 내 눈이 쌓이고가난은 남도 처갓집 불빛으로 뜨고나.영산강 낙동강물이 가슴 풀고 울었던 밤떠돌다 지친 섬들이 불을 켠 채 잠이 들고바람 잘 새벽녘에야 윗목에 드는 바다./ 1988년 고정국 詩 # 시작 노트1987년 12월 24일 정오 무렵이었습니다. 귤 따기에 여념이 없을 때, 인부들 점심 준비하던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웨좀수기 : 외돌고래, 남방큰돌고래*큰궤기 : 큰고기, 상어를 일컫는 말어릴 적에 웨좀수기를 ‘고메기’라고 했었다. 해안가에서 바라보아도 바닷물을
함박눈도 겨울철새와 다르지 않습니다 스며들기 맨발로 눈이 온다, 너와 나의 경계를 넘어살갗이 살갗을 허물며 봄을 잉태하는 겨울나무도 잎을 내리고 내 곁에 와 섰구나까마득 까마득한 허공에서 맴돌다가그대 위해 목숨을 버리고 눈으로 화한 혼백사람의 온기를 찾아 여기 내려왔으니아, 정녕 용서의 뿌리는 하늘 쪽에 있었던 것사뿐히 예를 갖춘 손바닥에 눈 한 송이사르르 마지막 눈물이 사람처럼 따뜻해아픈 자여, 그 곁에서 아프게 했던 자여이제 다 맨발로 내려와 저 눈밭에 함께 서자우리의 국경선에도 눈이 오고 있으니./ 2012년 고정국 詩 # 시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울르는 : 호들감떠는, 요란한* 영장 : 장례(葬禮)겉과 속이 달라, 요란하게 소문이 난 장례에 갔더니 사람만 많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할 뿐, 찾아
계묘년 한 해가 밝았습니다. 2023년 올해는 계묘년(癸卯年)으로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합니다.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는 오행상 흑색의 기운이니 검은 토끼의 해라 부르고 있습니다. 토끼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어릴 적 초가집 귀퉁이에 토끼장을 마련해 놓고, 학교가 끝나면 토끼풀을 뜯어다 주곤 했던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흔하게 보이는 토끼풀을 소개해 봅니다.토끼풀은 유럽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13세기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18세기가 돼서야 비로소 전 세계로 퍼진 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1년 에
남풍은 남쪽, 또는 남동쪽에서 기원하여 북쪽, 또는 북서쪽으로 부는 바람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남풍 또는 남동풍을 ‘마보름’이라고도 일렀다. 이하 ‘마보름’을 남풍이라고 일관한다. 남풍은 따스하고 물기가 많은 축축한 바람이다. 그리고 북풍은 북쪽, 또는 북서쪽에서 기원하여 남쪽, 또는 남동쪽으로 부는 바람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북풍, 또는 북서풍을 ‘하늬보름’이라고 일렀다. 이하 ‘하늬보름’을 북풍이라고 일관한다. 북풍은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다. 제주도에서 남풍 계절은 청명(4월 5일경)부터 추분(9월 23일경)까지, 그리고 북풍
서귀포가 있어서 제주가 아름답구나 내 사랑 서귀포바다 유자차 한 잔에도 정이 드는 서귀포 바다부르면 와 닿을 듯 유채 밭 만 한 해역에서동박새 붉은 울음만 뱃길 위에 떨구는 섬지금도 밤만 되면 그 젊은 별로 떠서안개 속 성채 같은 바다 속에 잠겼다가때로는 섬 끝에 올라 주린 눈길로 오는 불빛끝끝내 회귀의 꿈은 섬 벽에 부서지고선잠 깬 새끼 섬이 바람 끝에 외롭던 날칠십리 퇴적된 설움을 물안개로 포갠다. / 1987년 고정국 詩 # 시작 노트한반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제주도가 있어서 그렇고, 제주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서귀포가 있어서 그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우 : 위, 윗사람, 윗분* 골로로 : 골고루* 알 : 아래, 아랫사람* 족족 : 조금씩‘골로로 족족’은 골고루 조금씩이라는 뜻이다. 빠짐없이 고
‘제주의 동물은 행복했을까?’라는 물음보다 ‘아직 살아있지?’라는 말이 더 맞는지 모른다. 2022년 전국적으로 이목이 쏠린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제주도는 동물지옥이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시민에 알려진 동물학대 사건만이 아니다. 방류 실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족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 방류(?), 매각 기준과 후속 관리 체계 없는 제주마 공개 매각, 퇴역 경주마 불법도축 등 제주도 동물의 삶은 더욱 황폐해지고 있으나 제주도의 대책은 아득하기만 하다. 1. 팔다리 묶이고, 생매장 당하고, 화살이 관
제주에는 23일부터 산간과 중산간에 대설경보, 나머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설국의 나라가 된 듯, 한라산을 중심으로 온통 하얀 옷을 입은 모양입니다.눈이 많이 와서 근처의 숲을 찾았더니 빨간 열매가 달린 작은 나무가 저를 반겨 줍니다. 독자분들도 많이 알고 있는 ‘자금우’라는 아주 작은 관목입니다.자금우는 우리나라의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서식합니다. 겨울철이 되면 이렇게 붉은 구슬 형태의 열매가 달리는 작은 나무입니다.불교에서는 자금(紫金)이란 부처님 조각상에서 나오는 신비한 빛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예펜 : 여자* 싓만 : 셋만, 세 사람만* 사기 젭시에 : 사기 접시에* 고망 : 구멍* 똘른다 : 뚫는다쓸데없이 말수가 많은 사람들이 있다.
김현순 어르신은 스물두 살 혼인 이후에야 시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농사를 배우기 시작한다. 보통 어르신 세대의 아이들이라면 농사짓는 것을 보며 자라는 것이 일상인 경우가 많지만, 어르신께 농사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필 뱃속에 첫 아이도 임신하고 있었던 때였다. 입덧도 심했던 터라 내 몸이 내 몸 같지도 않았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울렁거림 속에서 난생처음 마주한 농사는 낯설었다.“시집오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딸을 임신했는데 시어머니가 과수원이랑 보리농사를 엄청나게 크게 하셨던 거라. 애들 아빠가 교사라서 남원초 발령받았
고씨 어르신에게 가르침 받은 제주도 토종 감1996년 어느 날, 나는 제주시 건입동에 사시는 고○○(1931년, 남) 어르신에게 제주도에서 전승되는 재래종 감을 가르침 받았다. 지금은 돌아가신 고씨 어르신은 살아생전에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으셨지만 나에게 큰 가르침을 한없이 주셨다. 고씨 어르신에게 나는 제주도 토종 감도 가르침 받았다. 제주도 토종 감은 ‘고레감’, ‘쉐불감’, ‘폿감’, ‘조밤감’ 네 가지가 전승된다는 것이다. 나의 필드 노트에 적어 놓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고레감’은 ‘고레’처럼 납작한 감이지.(제주도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열 애기 나도 : 열 아기 낳고도* 호날 : 하나를이것 참 비참한 이야기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 나와 너 우리 이웃의 일이었다.옛날엔 사
“왜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겠는데 우리집 어른들은 나를 ‘행아’라고 불렀어. 고모부가 내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들었는데 우리집을 행아네 집이라고 하셨지.”남원읍 의귀리에 살고 계신 김현순 어르신(1949년생)의 집을 방문한 날, 알려준 주소를 따라 올레길 안으로 들어가니 끝자락에 동화 속에 나올법한 집이 펼쳐졌다. 동백낭(나무)으로 둘러싸인 넓은 마당에 목조로 지은 집이 두 채 있었고 너른 마당 한 켠에는 장독대들이 나란히 모여 있었다. 보통 이제껏 내가 만난 어르신들의 장독은 한 개 혹은 많아봤자 세 개 정도인데 어르신댁의 장독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