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제주사회에 던지는 5가지 질문]② 중국자본의 공습

2014년은 역사 속으로 저물었다. 지난해 제주사회는 이른바 ‘제주판 3김 시대’를 끝내고 목 말라했던 변화와 개혁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나. 아직 더디다. 2015년에는 지난 9년간 도민사회와 강정마을에 비수가 된 해군기지 갈등, 광풍처럼 불어 닥친 차이나 자본의 공습, 위기의 중산간 난개발, 대규모 카지노 자본들의 진출 가시화 등 녹록치 않은 현안이 쌓여있다. 제주사회를 향해 도민들이 도민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추려봤다. 청양의 해, 순한 양의 지혜로 제주사회 현안과 그 진정한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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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7월5일 제주도는 제주시 연동 로데오거리를 중국 다단계 회사인 '바이젠'의 이름을 따 '바오젠거리'로 명명하기로 하고 그해 9월15일 성대하게 바오젠거리 제막식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지난해 중국의 공습은 거셌습니다. 관광객과 자본이 밀려들었고 도민들의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도와 정책도 바뀌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주사회에 묻습니다. 차이나머니의 공습, 우리의 대처는 무엇일까요?"

2011년 9월5일 제주시 연동 옛 제주 로데오거리에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참여하는 ‘바오젠거리’ 제막식이 열렸다. 도심지 한복판에 중국 건강식품 다단계 업체 이름이 내걸린 순간이다.

이후 중국자본의 제주 공습은 거셌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유명 명소는 물론 상권 곳곳이 중국인들로 채워졌다. 업체들은 관광객을 잡기위해 중국어 안내판을 설치하기에 바빴다.

2011년 57만명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이듬해 108만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13년에는 181만명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286만명까지 치솟으며 전년대비 57.9%나 증가했다.

관광객 증가는 일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하상가와 바오젠거리 등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자영업자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면세점과 카지노, 여행사, 숙박업, 전세버스는 호황을 맞았다.

반면 제주시내 유명 호텔과 식당은 중국인에 넘어갔고 중국자본 여행사가 모객시장을 장악했다. 일부 상권은 임대료가 크게 올라 영세한 자영업자는 길이 내쫓기는 처지에 놓였다.

땅 값도 들썩였다. 2009년 1만9702㎡이던 중국인 토지규모는 2014년 6월말 현재 592만2327㎡로 300배 가량 증가했다. 1%에 머물던 외국인 중 중국인 토지비율도 43%로 치솟았다.

중국인들이 토지매입이 늘면서 일부지역은 비정상적인 가격대가 형성됐다. 토지주는 반색이지만 정작 땅을 필요해 매입하려던 일반 도민들은 급증한 토지가격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신제주 제원아파트 일대와 구제주 지하상가 일대 가게에는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입간판이 걸려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김봉현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는 “중국자본의 부동산 투자로 토지매매가 활발해졌지만 땅값이 2~3배 뛰면서 일반 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토지주는 당장 비싼 가격에 땅을 팔아서 좋겠지만 미래 시점에 땅이 필요해 매입을 한다면 막대한 돈을 써야할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것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자본의 공습이 부동산에 쏠리자 이를 막기 위한 제도보완도 이뤄지고 있다. 강창일 국회의원은 외국인의 토지에 권리 변동을 허가는 ‘토지거래허가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0년 도입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는 자본까지 끌어들였다. 제주는 외국인이 휴양콘도 등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비자(F-2)를 주고, 5년이 지나면 영주권(F-5)을 허용했다.

제도 도입이후 2014년 12월말 현재까지 거주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1007명이다. 이중 99%인 992명이 중국인이다. 올해는 최초로 부동산이민제 영주권을 취득하는 외국인도 탄생한다. 

제도를 앞세워 중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휴양형 콘도가 무차별적으로 들어섰다. 중국 자본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 개발은 제주의 허리인 중산간을 위협했고 자연스런 경관을 해쳤다.

최근에는 중국인을 겨냥한 대규모 복합리조트도 추진되고 있다. 놀이와 문화시설 등 부대시설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카지노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숙박시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직접 투자로 임대료가 치솟아 영세 상인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중국인 증가는 면허 정책도 바뀌게 했다.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단기 체류 외국인 관광객에게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개정안은 11월1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거리에서 렌터카를 운전하는 중국인들을 볼 수 있다. 도민들은 벌써부터 교통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도민들은 중국의 건전한 자본유치를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이른바 ‘낙수효과’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인과 자본의 유입이 지역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의 분배를 기대한다.

김봉현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는 “대형과 달리 소규모 업체는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며 “소득을 중국업체가 잠식하지 않도록 분배가 이뤄지도록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범석 한라대 중국경제무역학과 교수는 “중국 덕에 제주관광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다만 화교네트워크로 관광산업 수익기반은 오히려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낙수효과를 위해서는 관광상품 개선을 통한 수익기반 확충이 우선”이라며 “중국 자본 편중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응책과 실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제주는 중국자본 공습은 계속된다. 2016년에는 바오젠거리의 새로운 거리 명칭을 중국의 또 다른 업체가 채울지 모른다.

관광객 증가를 발판삼아 관광산업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 자본의 옥석을 가려 관광의 인프라 확충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공습을 학습했으니 이젠 대비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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