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제주 어젠다] ② 평화의섬과 공군기지...각 당 대선공약 채택 절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장미대선’이 현실화됐다. ‘장미대선’은 대한민국을 바로세우고 제주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 때 맞춰 제주도가 주요 현안과 중장기 정책사업 등을 대선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관건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요도와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소수정예 공약’을 선별·반영하지 못한다면 뜬구름 잡는 꼴이 될 뿐이다. <제주의소리>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제주 어젠다를 추려, 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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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월27일 청와대에서 세계평화의섬 제주 지정에 서명하는 노무현 대통령.
"제주도는 삼무의 평화정신을 가꿔온 역사가 있고, 4.3항쟁이라는 역사적인 큰 아픔을 딛고 과거사 정리의 보편적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진실과 화해의 과정을 거쳐 극복해 나가고 있는 모범을 실현하고 있다. 제주도민들이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고, 아픈 역사 때문에라도 반드시 평화를 이뤄내겠다는 간절한 염원이 있어서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기에 가장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제주도가 동북아 평화기지 거점이 되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1월27일 청와대에서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는 서명식에서 밝힌 내용이다. 

일찍이 평화 도시는 일본 히로시마나 독일 오스나브뤽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정된 적은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지정되기는 전 세계에서 제주도가 처음이었다. 

세계평화의섬 지정은 제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일종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세계평화의 섬 지정은 불과 2년만에 빛이 바랬다. 2007년 4월 노무현 정부 말기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하면서부터다.

주민 동의 없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군기지를 밀어붙였고, 그 결과 강정마을 공동체 파괴로 이어졌다. 10년 동안 극심한 갈등을 야기했다.

당시에도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뒤따라 공군기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국방부는 2009년 4월27일 제주도, 국토해양부와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한다는 기본협약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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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월27일 청와대에서 세계평화의섬 제주 지정에 서명하는 노무현 대통령.
해군기지 반발 확산을 우려한 정부와 제주도가 서둘러 MOU를 체결한 것이다. 협약서에는 단순한 해군기지가 아닌,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과 부대시설을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국방장관은 국방부 소유의 서귀포시 대정읍 속칭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제주자치도 지역발전을 위해 법적절차에 따라 제주자치도와 협의를 거쳐 제주자치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또 다른 논란을 잉태한 공군의 남부탐색구조부대에 관한 내용도 있다. '국방장관은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에 전투기 배치 계획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이후 공군은 8년 동안 남부탐색구조부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다가 올해 슬며시 수면위로 올렸다.

지난 2월10일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근 국방부가 제주도에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를 문의했다고 한다. 공군의 성산 제2공항 이용계획이 있느냐"고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따져물었다.

이에 한민구 장관은 "확인이 필요하다.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공군은 국방중기계획(2018~2022년)에 제주에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창설한다는 내용을 담아놓고 있었다.

남부탐색구조부대의 총사업비는 2950억원, 사업기간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으로 계획돼 있다. 공군은 2018년 선행용역 예산 1억5000만원을 편성하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탐부탐색구조부대를 창설한다는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공군은 남부탐색구조부대가 말그대로 조난사고 등 구조업무를 하는 부대로 규모는 수송기 3~4대, 헬기 3~4대, 인력 200~300명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투기 배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9일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딘 헤스 미공군 대령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남부탐색구조부대 제주 설치를 공식화 했다.

특히 공군은 남부탐색구조부대 후보지에 대해 제주 제2공항 부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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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제주해군기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서 체결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정경두 총장은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관련 기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해 가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군당국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는 도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미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긴 바 있기 때문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한다고 해놓고 크루즈부두까지 군사보호시설로 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고,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의 기항과 항공모함 기항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공군 역시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창설한 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언제든지 전투기를 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만들어지면 제주도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어진다.

국방부는 2009년 알뜨르비행장도 제주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MOU를 체결했지만, 단 한번도 그 곳을 내준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들어선다고 하면 반대여론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제주도 역시 제2공항 내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계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방훈 정무부지사에 이어 전성태 행정부지사 역시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제2공항에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은 공군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공군에서 한마디 했다고 해서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국토부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제2공항에 군사시설이 들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제주출신 강창일-오영훈-위성곤 의원 3인방도 공군의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에 대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남부탐색구조부대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만약 이러한 요구를 무시한다면 국회 차원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로 가뜩이나 한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와중에 제주해군기지에 줌월트와 항공모함 배치설이 나돌고, 제2공항에 공군기지까지 들어선다면 자칫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대위 이영웅 사무국장은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해군기지가 남방해역 수호와 해양분쟁 해결을 이유로 들어섰는데, 이제는 미군 줌월트와 항모가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탐부탐색구조부대 역시 구난 업무라고 하지만, 언제든지 공군기지로 변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국장은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이 아니라 자칫 동북아 군비경쟁을 하는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19대 대선에서 반드시 공군기지를 폐기하도록 유력 후보들의 공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제주도민은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 공군의 남부탐색구조부대를 반대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제2공항에는 어떠한 군사시설도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19대 대선에서 각 당 후보들에게 공군기지 건설 반대를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제주사회가 요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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