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제주동물테마파크, 깊어지는 선흘2리 ‘민-민 갈등’, 사업자 "엄정 대응" 경고 논란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부지 전경. 사진=(주)제주동물테마파크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부지 전경. 사진=(주)제주동물테마파크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에 들어서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을 둘러싼 마을주민 간 찬반 갈등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사업자 측이 반대대책위 주민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엄정 대응을 예고했고, 이에 맞서 반대위도 사업자와 마을이장간 맺은 '지역상생방안 실현을 위한 상호협약서'를 밀실협약으로 규정해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과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은 대명그룹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 부지에 사자·호랑이·코끼리 등 20여종 500여 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관람하는 시설과 4층 규모의 호텔 120실(9413㎡), 글램핑장, 사육사 등을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선흘곶자왈, 세계최초의 람사르습지도시로 선정된 제주시 조천읍 선흘 마을 인근에 대규모 동물테마파크 조성이 적정한지 여부를 떠나 사업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되는 주민들과의 협의도 사실상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 동물테마파크 사업으로 '마을 두 동강'

평화롭던 마을은 갑작스런 개발사업 소식에 두 동강이 났다. 동물테마파크로 인한 찬·반 주민 간 불거진 '민-민 갈등'이 확산되면서다.

현재 선흘2리에는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와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선흘2리 찬성대책위원회(이하 찬성위)' 등 2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한 단어만 다를 뿐인 두 단체의 이름이 말해주듯 활동 양상 역시 극명하게 다르다. 

반대위는 세계자연유산인 선흘마을에서의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난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반대위 주민들 뿐만이 아니라, 환경단체와 동물권단체 등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면 찬성위 주민들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지 입구에 '동물테마파크 조성을 힘차게 응원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나름의 유치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양 측은 상대 단체가 마을의 대표성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다. 

반대위는 찬성위가 몇몇 주민들에 의해 결성된 임의조직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줄곧 펴 왔다. 실제 찬성위는 개발위원 등 지역 원로들이 주축이지만, 마을총회 등 주민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단체다.

지난 4월 9일 열린 선흘2리 마을임시총회에서 투표 참석 주민들이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모습.
지난 4월 9일 열린 선흘2리 마을임시총회에서 투표 참석 주민들이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모습.

찬성위도 반대위 구성 과정이 마을 향약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반대위는 지난 4월 9일 열린 마을임시총회를 거쳐 구성됐다. 당시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주민 찬반 표결을 부친 결과 총회참석 주민들 중 반대 107명, 찬성 17명으로 77.8%의 절대 다수 주민들이 사업반대 의사를 밝혔고, 곧바로 반대위가 구성된 바 있다. 그러나 찬성위는 당시 임시총회의 결의가 의결권 자체의 위법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는 선거인의 권리제한을 명시한 향약 제7조를 들어 지역에 만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았거나 리세를 완납하지 않은 주민이 투표에 참여했다면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투표권과 선거권에 대한 해석이 찬반 주민간 서로 달라 불거진 문제다. 

반대위는 '마을회원 자격은 본 리에 주민등록을 필하고 행정구역 내에 거주하는 모든 리민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의 향약 제4조, 제5조 등에 따라 선거권과 투표권은 완전히 별개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실제 반대위는 마을회로부터 활동비를 지원받는 등 공식적인 활동을 벌여 왔다. 

◇ 사업자, 반대 주민들에 법적대응 예고

사업자인 (주)제주동물테마파크는 찬성위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해 반대위를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대위를 겨냥한 '법적 대응' 경고 메시지까지 날리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측은 지난 13일 각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제주동물테마파크와 선흘2리 간의 상호협약서는 선흘2리 이장이 마을 내부의 적법한 협의를 거쳐 마을을 대표해 적법하게 체결했다"며 '밀실협약' 비판을 정면 부인했고, "오히려 반대위는 마을을 대표할 아무런 법적 권한도 없이 대표인 이장의 적법한 업무를 불법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대위가 '밀실협약'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마을 주민들을 호도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건설적인 대화는 외면한 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을 하면서 사업의 정상적 진행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법적조치를 포함한 엄중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한 사업자 측의 이같은 경고(?)가 추후 법적 대응조치로 실제 실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개발광풍이 불었던 제주 곳곳에서는 지역 주민과 사업자 간 갈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국책사업인 제주해군기지와 제2공항는 물론, LNG발전소 건설과 같은 공공사업은 물론, 민간이 추진하는 오라관광단지, 송악산뉴오션타운 등 대규모 개발사업 영역에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 절차 내지 협의 과정은 매번 시끌시끌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측이 우호적 단체를 앞에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사례는 여럿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사업자가 공개적으로 반대 주민들에게 법적대응 예고 등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은 해군기지와 같은 국책사업 외에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 마을주민 갈등 상황에서 이같은 태도는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업자와 마을 이장간 체결한 상생협약의 유·무효는 법정에서 다투게 될 예정이다. 또한 사업자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반대위' 구성원들이 모두 선흘2리 주민이라는 점에서 사업자 입장에선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업자 측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반대위가 결성되기 전에 선흘2리 개발위원회와 마을 이장과의 협의가 있었다. 반대위의 주장은 마을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응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대위에서 제기한 소장(상생협약 무효소송)을 받은 이후 구체적인 대응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선흘주민 170명 '상생협약 무효' 집단소송 제기

반대위는 지난 9일 마을 이장과 사업자 측이 체결한 '지역상생방안 실현을 위한 상호협약서'를 주민총의를 모으지 않은 이장의 독단적 결정에 따른 '밀실협약'으로 규정,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상생협약서에는 7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사업자로부터 받고 마을회가 사업추진에 동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반대위 주민들은 중대한 마을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이장 독단으로 결정했다는 점에 분개하고 있다. 

지난 9일 제주지방법원에 제주동물테마파크 상생협약 무효확인 소장을 접수한 박흥삼 선흘2리 대명동물테마파크 반대위원회 위원장(사진 왼쪽). ⓒ제주의소리
지난 9일 제주지방법원에 제주동물테마파크 상생협약 무효확인 소장을 접수한 박흥삼 선흘2리 대명동물테마파크 반대위원회 위원장(사진 왼쪽). ⓒ제주의소리

마을 이장이 주민총회에서 결의된 바도 없이 임의조직인 찬성위의 의견에 따라 상호협약을 체결하고 마을회의 인장을 날인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더군다나 마을 향약 제15조에는 마을회 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대위는 설령 주민총회에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동의하는 결의를 내렸다 하더라도 지원금의 성격과 규모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언제 받을 것인지,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선 주민의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강조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주민총회 등 공식적인 절차 없이 이장 독단에 의해 체결된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반대위는 논란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 반대위가 아닌 주민 개개인의 이름으로 직접 소송인단을 꾸렸다.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부담과 십시일반 소송비용까지 모아가면서 소송에 참여한 주민은 170명에 이르렀다. 선흘2리 유권자가 약 400명 미만이어서 상당수 주민들이 소송에 참여한 셈이다.

소송인단은 법률대리인과의 협의를 통해 조만간 '이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협약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송 중에는 반대위의 출범 경위와 주민들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의 적법성 역시 필연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소송인단을 대표한 박흥삼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 위원장은 "이번 소송전은 단순히 선흘2리 마을만의 문제가 아닌 제주를 대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의지에 반해서는, 특히 주민들을 상대로 법적대응 운운하는 사업은 결코 성사시킬 수 없다는 사례를 명확하게 남겨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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