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하고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를 표방한 제주형자율학교 '다혼디배움학교'가 출범 4년차를 맞았다.

기존의 업무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 교무실 중심에서 교실 중심으로, 교사 주도 교육에서 학생 중심 교육으로 학교의 문화가 변화했다는 것이 지난 3년을 통해 거둔 핵심적인 성과다. 

제주특별법과 대통령령에 의해 시행된 다혼디배움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 교직원이 협력하는 교육을 모토로 하고 있다. 교원 중심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기존의 공교육에서 탈피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2015년 첫해 6개 학교에서 시작해 해마다 참여 학교가 늘더니 올해는 초등학교 24개교, 중학교 12개교, 고등학교 2개교 등 총 38개 학교가 다혼디배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괄목할만하다.

제주지역 전체 초등학교의 113개교 중 21.2%, 중학교 45개교 중 26.7%, 고등학교 30개교 중 6.7%가 다혼디배움학교다. 지역별로 분류하면 제주시 20개교, 서귀포시 16개교로 고루 분포됐다.

제주도교육청은 2020년 8개교, 2021년 5개교를 추가로 모집하는 등 2022년까지 총 56개의 다혼디배움학교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주도내 전체 30%의 학교에 자율성과 책무성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다혼디배움학교의 추진과제는 크게 △존중과 참여의 학교문화 형성 △배움 중심의 교육 실천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조직 개편 △학부모·지역사회와의 협력적 관계 구축 등 4가지로 꼽힌다.

학생을 교육의 대상이 아닌 교육의 주체로 두는 것이 제주형자율학교의 출발선상에 있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학생들과의 수평적 소통을 만들어 가는데 방점을 뒀다. 학교 비전 및 학교 헌장을 제정함에 있어서도 학생을 비롯한 학교 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다. 각 학교별로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한 규칙을 제정토록 했다.

특히 다혼디배움학교는 학교는 물론 해당 지역의 특성을 살린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지역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 편성 또한 가능하다. 학교조직은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개편됐다. 

불합리하거나 관행적인 업무 개선, 보고 및 결재 과정의 단순화, 전담 인력을 활용한 교원의 업무 경감 등이 다혼디배움학교의 주요 과제다.

이 같은 시스템 하에 교사들은 수업 준비에 매진하게 된다. 참여활동 중심의 수업과 미래핵심 역량을 기르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 교사들의 몫이다. 

다혼디배움학교에서는 공통교육과정의 교과 중 국어, 도덕(초등학교), 사회 과목을 제외하고 교과별 총 수업 시간의 2분의 1 범위 내 자율적인 교과 편성이 가능하다. 

고등학교의 교과는 총 필수 이수 단위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자율 편성할 수 있다. 교과용도서선정심의회를 거치면 국내외에서 출판된 도서를 교과용 도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다혼디배움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공개수업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지역사회의 이해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기조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활동 공개를 정례화하고, 교육정책 이해를 위한 학부모 참여 교육도 마련하고 있다. 

각 학교는 연차별로 과제 수행도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1년차와 3년차는 학교 내 학부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자체평가를 받고, 2년차에는 교육지원청, 4년차에는 도교육청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자체평가의 의견은 이듬해 학교 운영계획에 반영하고, 교육지원청의 평가를 통해 학교운형 방향성을 점검한다. 도교육청의 최종평가를 통해서는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들은 제주도내 다른 학교에 일반화되고 있다. 권역별 네트워크, 일반학교 대상 혁신학교 연수, 다혼디배움학교 한마당, 성장이야기 발간 등의 방법을 통해 모델이 확산되는 추세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다혼디배움학교의 성과는 무엇보다도 학교 문화의 변화에 있다. 학생과 교사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성과"라며 "이를 토대로 마을교육공동체 운영과 학교공간 혁신 등 학교 운영 자율화와 다양화를 가져오게될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