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제주형교육혁신 다혼디] ⑤교육활동 집중 학교문화 긍정 평가 ↑

교육문화 변화를 주도하는 다혼디배움학교 도입으로 학교 현장의 긍정의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교육문화 변화를 주도하는 다혼디배움학교 도입으로 학교 현장의 긍정의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존중하고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를 기치로 내건 다혼디배움학교의 성과는 객관적 지표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제주형자율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는 제주특별법 216조의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추가 예산을 지원받는 수준이 아닌 내부 시스템의 혁신을 가져왔다.

△교육과정과 교과 자율성 △학기와 수업일수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학교규칙 제정 △내부형 교장·교감 임용 △교과용도서선정심의회 △교원 임용·전보 유예 △입학전형 및 전학절차 규칙 제정 반영 등의 시도는 제도적 틀 속에서 도입될 수 있었다.

다혼디배움학교는 해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어 다혼디배움학교의 지위를 갱신토록 하고 있지만, 출범 5년차를 맞은 2020년까지 단 한 곳의 학교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19년까지 38개 학교가 운영된 다혼디배움학교는 2022년까지 제주도내 전체 학교 30% 수준인 총 56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순 제주도내 초·중·고등학교 1231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혁신 관련 교직원 만족도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설문조사는 △교육활동 집중 학교문화 △민주적 학교 운영 여부 △공문서 처리 부담 감소 △일회성 행사 축소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여부 △새학년도 준비의 달 △교육중심학교시스템 만족도 등을 '매우 긍정적', '긍정적', '부정적', '매우 부정적' 등으로 답하도록 구성됐다.

조사 결과 다혼디배움학교 등 교육중심학교의 정책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하는 학교의 교감, 부장교사, 비담임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지원팀'이 교무행정업무를 주로 하며, 담임교사는 수업, 평가, 기록, 학생 상담 등 교육활동에 집중하는 학교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5.4%가 '그렇다', 24.6%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그렇다'는 답변 51.5%, '아니다' 48.5%였던 것을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특히 응답자 중 다혼디배움학교 교원은 92.6% '그렇다', 7.4% '아니다'라고 답한 반면, 일반학교 교원은 42.4%만이 '그렇다'고 답하고, 57.6%는 '아니다'라고 평가해 큰 차이를 보였다. 

교육문화 변화를 주도하는 다혼디배움학교 도입으로 학교 현장의 긍정의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교육문화 변화를 주도하는 다혼디배움학교 도입으로 학교 현장의 긍정의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공문서 처리 부담이 줄어들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혼디배움학교 교원은 72.0%가 '그렇다', 28.0%가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일반학교 교원의 경우 '그렇다'는 답변은 40.2%에 불과했고, '아니다'라는 답변은 59.8%로 집계되는 등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각종 사업 일회성 행사 축소 정도에 대해서도 다혼디배움학교는 81.1% 긍정, 18.9% 부정이라 답했고, 일반학교는 65.1% 긍정, 34.9%는 부정적이라 답변했다. 교원의 수업·교육활동 개선을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혼디 교원은 90.2% 긍정, 9.8% 부정적이었고, 일반학교는 62.7% 긍정, 37.3% 부정적이었다.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교에 대해 교육과정 중심의 업무 재구조화를 모색했지만, 대부분의 사례에서 전반적인 만족도는 다혼디배움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교육수장이 주도하는 새로운 변화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할 수 없다. 다혼디는 옳고 일반학교는 그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학교 내부 구성원 간 결집력, 각 지역별 학교의 특수성 등 요소가 설문에 개입됐을 가능성 역시 감안해야 한다.

다만, 다혼디배움학교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의 변화가 보다 용이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지표로 드러났다. 업무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 교무실 중심에서 교실 중심으로, 학교 문화를 변화시키겠다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정책 철학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일반학교와 교육중심학교 간 간극을 줄이는 것이 우선과제가 됐다.

교육문화 변화를 주도하는 다혼디배움학교 도입으로 학교 현장의 긍정의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교육문화 변화를 주도하는 다혼디배움학교 도입으로 학교 현장의 긍정의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다혼디배움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도 내부적으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교사가 직접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계획해야 하는 다혼디배움학교의 구조상 교육과정 문해력을 신장해야 한다는 자기성찰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과정 문해력이 낮다면 교육과정의 완성도도 낮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학생의 배움의 질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의 확보도 중요 과제다. 새로운 수업을 구성하고, 이를 실현하고, 때에 따라 교사 간 교류가 중요한 다혼디배움학교의 특성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각 학교마다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표한 대목이기도 하다.

김선형 오름중학교 교사는 "교원의 업무가 수업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교사들이 자신의 개인시간을 희생하면서 교육과정을 만들고, 서로의 경험을 나눴지만 시간이 부족해 쫓기듯 진행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단순 개인의 열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구조적인 개선이 이뤄진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고 제언했다.

교육과정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개선점이다. 주제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안내가 체계화되지 못한 학교의 경우 전입 교사들이 애를 먹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읍면지역 등 지역적 특성이 두드러진 학교에서는 교사가 해당 지역 출신이 아닌 이상 이해가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김명선 종달초등학교 교장은 "다혼디배움학교 초기 도입부터 함께해 온 교사들과는 달리 중간에 전입한 교사의 경우 지역사회의 문화 등의 측면에서 이해가 부족하기도 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치부하기보다는 보다 명확한 매뉴얼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순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은 "다혼디배움학교의 성과가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학교와의 차등을 두는 것은 곤란하다. 다혼디배움학교는 도내 모든 일반학교에 교육중심의 학교를 도입하기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며 "다혼디의 긍정적인 모델을 일반학교의 접목시켜 궁극적으로는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것처럼 국제 수준의 교육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기획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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