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롱뇽 관찰일기] (1) 프롤로그: 장수물 도롱뇽의 산란기

‘제주도롱뇽 관찰일기’는 [제주의소리] 시민기자이자 ‘고봉선의 마을책방을 찾아書’ 필자로 독자들과 익숙한 고봉선 작가가 쓰는 생명 이야기입니다. 필자가 10여 년전 제주 항파두성의 장수물에서 우연히 마주친 도롱뇽 알이 매번 훼손되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 매년 꾸준히 이들을 관찰해왔습니다. 제주도롱뇽은 몇 안 되는 한국고유종으로, 도롱뇽이 살고 있다는 건 청정지역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들이 멸종된다는 것은 질병 확산과 지구 기후위기를 알려주는 경고등인 셈입니다. 제주도롱뇽이 이곳에서 맘 놓고 살 수 있도록 보호해달라는 필자의 호소는 결국 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자는 우리 모두의 호소이기도 합니다. 도롱뇽 알의 첫 산란에서 마지막 산란까지 관찰일기 연재가 이어집니다. / 편집자 글 
약간은 싸늘하면서도 촉촉한 공기가 흐리멍덩한 두뇌를 씻겨낼 듯 상쾌하다. 장수발자국 울타리 너머로 지룡바위가 보인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약간은 싸늘하면서도 촉촉한 공기가 흐리멍덩한 두뇌를 씻겨낼 듯 상쾌하다. 장수발자국 울타리 너머로 지룡바위가 보인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관찰일기 쓴 날: 2021년 1월 25일 16시 10분

제주 특산 중 하나인 제주도롱뇽을 아십니까?

2010년 3월 중순, 우연히 들렀던 제주시 애월읍 항파두성의 장수물에서 장수발자국 안에 가득한 도롱뇽알을 보았습니다. 주변엔 몇 개의 알이 훼손된 채 말라가고 있었지요. 인터넷 검색으로 그게 제주도롱뇽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어느 마을에서 주민들 몇이 도롱뇽알을 술에 타 마시고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 외에도 도로포장, 인공배수로 등등의 이유로 도롱뇽의 수난사는 그치지 않고 있다고 했지요. 제주 특산인 제주도롱뇽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롱뇽알, 맘 놓고 살게 해 주세요’란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이면 도롱뇽알을 보러 갔습니다. 

2010년 3월 중순, 장수발자국을 채운 제주도롱뇽 알집에는 머잖아 부화할 듯 새끼들이 꼼지락거리고 있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2010년 3월 중순, 장수발자국을 채운 제주도롱뇽 알집에는 머잖아 부화할 듯 새끼들이 꼼지락거리고 있다. 제주도롱뇽은 몇 안 되는 한국고유종으로, 도롱뇽이 살고 있다는 건 청정지역이라는 의미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매년 봄, 장수물 도롱뇽을 만났다

작년 2월 24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과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요’란 주제로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살펴볼 때였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과 이들이 사라지게 된 까닭을 이야기 나누는데, 아이들은 소금쟁이조차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때 퍼뜩, 도롱뇽이 알을 낳을 때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장수물로 갔습니다. 소금쟁이며 연가시 등 수생동물 몇 마리가 보이고, 장수발자국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도롱뇽알이 이미 훼손된 것이지요. 아이들과 저는 흩어진 알집을 주워서 장수발자국 안으로 넣어줬습니다. 그리고 3일 뒤에 다시 갔습니다.

장수발자국 안에는 성체 도롱뇽이 와 있었습니다. 왜였을까요? 그때 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잃어버렸던 자식이 돌아왔다고 기뻐하면서도 꺼이꺼이 우는 부모의 모습이 연상되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장수발자국에 흐르는 물도 바닷물처럼 짤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쳤습니다. 알고 봤더니 성채 도롱뇽은 산란을 위해서 그곳에 있었던 것일 뿐, 돌아온 새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넣어준 도롱뇽알 또한 이미 죽은 것이었습니다. 그 증거로 알집 속의 알은 하얗게 변해 있었거든요. 

2021년 2월 27일, 성채 도롱뇽이 와 있다. 3일 전 우리가 물에 넣어준 알은 이미 죽어서 하얗게 변했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2021년 2월 27일, 성채 도롱뇽이 와 있다. 3일 전 우리가 물에 넣어준 알은 이미 죽어서 하얗게 변했다. /사진=고봉선 ⓒ제주의소리

이후 거의 매일 장수물로 갔습니다. 장수발자국 안은 텅 비었다가도 어느 날엔 알집이 두 개, 네 개, 혹은 여섯 개씩 낳아 있다가 이튿날이면 다시 없어졌습니다. 이를 보면서 저는 도롱뇽알을 보호하기 위한 안내 표지판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귀 기울여준 제주도 허창훈 주무관님

어떻게 세워야 하나, 며칠을 궁리한 끝에 공신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환경실천연합회, 환경부 민원실, 제주환경운동연합회 등 여기저기에 문의했습니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제주도청 환경정책과에 이르렀습니다. 담당자인 허창훈 주무관님께서는 제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셨습니다. 비로소 숨통이 트였습니다. 

허창훈 주무관님께서는 생태전문가를 모시고 직접 현장으로 오셨습니다. 그렇게 현장을 둘러본 뒤, 장수물이 제주도롱뇽 최대 서식지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불어 이미 산란기가 끝나가는 시점이므로 다음 해 산란기를 목표로 해서 도롱뇽 보호 안내판을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의 진행 과정을 일일이 알려주시는 허창훈 주무관님께 민원인으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도롱뇽 보호 안내판을 준비하는 동안 약간의 삐거덕거림도 있었습니다. 장수발자국이 유적지이기 때문입니다. 

장수물 도롱뇽 보호 안내판은 원래 이번 주에 세울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복병을 만났습니다. 진행 절차도 있었지만, 안내판 시안 인쇄를 제주도에서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도 산란기 절정 전에는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장수발자국은 좁아도 도롱뇽이 알을 낳기엔 최적의 장소입니다. 그러나 제가 살펴본 바로는 최악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30일에 낳은 마지막 알마저도 훼손되고, 끝끝내 장수발자국 안에서는 단 하나의 알집도 붙어 있지 못했습니다. 

안내판의 효력이 얼마만큼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믿습니다. 도롱뇽알이 훼손되는 이유는 부러가 아닌, 도롱뇽알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선의로 뜯어냈을 거라고 짐작하기 때문입니다. 도롱뇽알을 모르는 사람은 징그럽게, 혹은 혐오스럽게 여겨서 친절을 베푼답시고 뜯어낼 수도 있거든요.

작년 2월 24일 이후 마지막 알을 낳기까지 지켜보면서 다음 해엔 꼭 도롱뇽의 산란과정을 관찰일기로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하여 혹시라도 첫 알 낳을 때를 놓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면서 지난 6일부터 매일 드나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도롱뇽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늘 밤에 몇 마리 정도는 산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도 해봅니다. 

부디 올해는 장수발자국 안에 낳은 알이 모두 부화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빕니다. 그 후 먹이사슬에 의해 죽고 사는 건 자연의 섭리에 맡겨둬야겠지요. 더불어 저의 장수물 제주도롱뇽 산란기 관찰이 제주도롱뇽을 보호하는 데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가셨을 텐데 끝까지 친절로 응대해주신 제주도청 환경정책과 허창훈 주무관님께 감사드립니다. 

주) 장수물은 장수발자국 주변을 모두 이르는 말이고, 제가 중점적으로 관찰하게 될 장수발자국은 삼별초가 무너질 때 김통정 장군이 남겼다는 발자국에서 솟는 샘물입니다.

<사진 1>에서 언급한 지룡바위는 제가 임의로 붙인 이름입니다.

# 고봉선 작가는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식물과 함께 자랐다. 지금은 허름한 고향 시골집에서 꽃과 함께, 독서지도를 하며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운영위원, 애월문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를 통해 격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詩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꽃과 함께 사는 이야기 ‘詩가 사는 기행식물원1, 2, 3, 4’, 동화집 ‘지우개’가 있다. 식물원 시리즈로 전자도서관에 식물원을 꾸미는 게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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