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생겨도 노동자 여전히 죽음에 노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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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4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대 중대재해 사고를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 신축을 위한 철거 공사현장에서 50대 굴착기 기사가 무너진 굴뚝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노동자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10분께 제주대 학생생활관 1호관 철거 공사현장에서는 철거하던 굴뚝이 굴착기를 향해 무너지면서 굴착기 작업 중이던 A씨(58)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4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대 중대재해 사고를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당초 기자회견은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여천NCC 폭발사고 관련 전국 동시 회견으로 준비됐으나, 전날 제주대 기숙사 공사현장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제주대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회견에 앞서 “여전히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지금 죽음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제주대 기숙사 공사는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과 거대 건설기업들이 참여한 곳임에도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시행됐음에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다르지 않다”며 “지금 사고가 발생한 뒤 중대재해처벌 대상이냐 아니냐 말하지만 결국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조치로 인해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법이 제정돼도 산업 현장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본부장은 “올해 78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여천NCC 폭발사고도 숨진 노동자들의 주검을 동료들이 수습했다고 한다”며 “제주대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간섭,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회견문을 통해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삼표산업 채석장, 판교 건설현장에 이어 여수 국가산단에서는 두 달 만에 7명의 노동자가 죽었다”며 “올해 사고사망 77명과 16명의 급성중독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어제는 제주대 기숙사 신축 현장에서 건물 철거 중 붕괴사고로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며 “그러나 보수정당 대선후보들은 이에 대한 근본대책이 아니라 정치공방으로 날을 새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예방대책을 뒷전으로 하고 책임회피와 법망 빠져나가기에 골몰하는 기업들과, 중대재해에 대한 대책 없이 생명과 안전을 운운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23일 오전 10시 10분께 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 BTL 신축 공사현장에서 굴착기로 건물을 철거 중이던 굴착기 기사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23일 오전 10시 10분께 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 BTL 신축 공사현장에서 굴착기로 건물을 철거 중이던 굴착기 기사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올해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 78명이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이거나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85% 이상은 법망을 빠져나갔고, 기업들은 언론용 사과로 불을 끄고 대형 로펌을 선임해 소송을 운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자 죽음의 행진을 외면하고 정치공방에 날을 새는 보수정당 후보들을 규탄하며 제주대 붕괴사고와 여천NCC 폭발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중대재해 대책 수립 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된 건설안전특별법을 즉각 통과시키고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전국이 노동자 시민 죽음의 현장이요 피해자 유족의 장례식장이 되고 있다. 올해 제주의 건설현장에서는 벌써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뒤늦게 도내 건설현장 중대재해를 집중점검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며 “제주대 사고 역시 발주자인 제주대와 시공사에 대한 불법 하도급 여부 등 각 주체의 의무 이행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중하게 적용, 더 이상의 비극적인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제주대 학생생활관 신축 공사 현장 사고는 학생들이 실내 체육공간과 식당, 편의점 등으로 이용한 행정동인 1호관에서 발생했으며, 당시 신호수와 물을 뿌리는 노동자 등 3~4명이 공사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오전 8시 30분경부터 건물 굴뚝 등을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철거하던 굴뚝이 굴착기를 향해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굴착기 운전석에 타고 있던 A씨가 굴뚝 잔해에 깔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즉시 파견, 중대산업재해 조사를 위한 자료를 시공사 측에 요청하는 등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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