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공사 철거현장 사망사고…공사 첫날부터 해체계획서 무시한 ‘인재’ 지적

 

시공사가 착공신고서에 포함시켜 제출한 제주대 기숙사 1호관 철거 계획에는 동측 건물부터 순서대로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나있으나 실제로는 굴뚝부터 작업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시공사가 착공신고서에 포함시켜 제출한 제주대 기숙사 1호관 철거 계획에는 동측 건물부터 순서대로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나있으나 실제로는 굴뚝부터 작업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 신축 공사 철거현장에서 벌어진 사망사고 원인이 철거계획서 상의 작업과정을 무시한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공사 첫날부터 벌어진 사고로 기숙사 1호관 굴뚝 구조물을 철거하던 A씨(58)가 숨진 가운데, 당초 시공사가 제주시에 제출한 구조물 해체계획서에는 굴뚝은 다른 건물을 철거하고 난 후 맨 마지막 순서에 철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의소리] 취재결과 시공사인 제동종합건설이 제주시에 제출한 착공신고서 철거 공사 계획상 순서는 기숙사 1호관 매점이 있던 동측 건물부터 시작해 반시계방향으로 철거하겠다고 신고 돼 있었다. 안전문제 등 복합적으로 판단한 철거 계획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순서대로 철거 공사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굴뚝부터 철거가 이뤄졌고, 굴뚝 상부부터 철거해 점차 하부로 내려와야 하나 굴뚝 가운데 부분인 벽체를 해체하던 중 윗면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를 종합해보면 주변 건축물부터 철거를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혀있는 상태에서 굴뚝 철거공사부터 시작됐다. 이후 굴뚝 가운데 부분을 건드리게 되면서 콘크리트로 이뤄진 기둥 윗부분이 무너졌고 이 과정에서 철거물이 굴착기를 덮쳐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번 사고는 철거 공사 계획을 따르지 않았고, 뿐만아니라 굴뚝 구조물 역시 위쪽부터 순차적으로 해체해야 하지만 구조물 가운데 부분을 먼저 해체하려다가 일어난 인재라는 의견이다. 결국은 철거작업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다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이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높은 곳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장비가 그에 맞게 높이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주변 건물을 깨뜨려 쌓은 뒤 잔재물을 타고 올라가 위에서부터 철거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전했다.

사고 당시 현장감리자는 기숙사 전체 공사현장에는 있었으나 굴뚝을 제거할 당시 철거현장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가 있었던 날 아침 작업에 앞서 작업 지시와 교육을 끝낸 뒤 현장사무실을 오갔다는 전언이다.

23일 오전 10시 10분께 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 BTL 신축 공사현장에서 굴착기로 건물을 철거 중이던 근로자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23일 오전 10시 10분께 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 BTL 신축 공사현장에서 굴착기로 건물을 철거 중이던 근로자가 무너진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관계자는 공사와 관련해 “허가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철거 계획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철거계획은 착공신고서에 첨부된다. 현장 여건에 따라 철거 계획은 제출된 계획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번 사망사고의 경우처럼, 철거계획이 아예 무시된채 공사 첫날부터 임의로 철거계획이 바뀌고 공사감리자의 현장감독도 허술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지난 달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도 이목이 쏠려 있다. 

사고가 발생한 제주대 측은 학생생활관 신축 사업의 경우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건축주인 탐라사랑 주식회사(코오롱글로벌, 제동종합건설, 신동아건설 공동법인)가 대학에 공유재산 무상사용 승낙을 받고 제주시에 건축허가를 제출, 공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주인 탐라사랑 주식회사가 제주대와는 별개로 제주시에 건축허가를 받은 뒤 공사를 시작, 완공한 뒤 제주대 측에 이관하는 방식이다. 공사 감리는 제주시에서 지정하는 감리사를 시공사가 선정하게 된다. 

제주시 관계자는 “경찰과 노동청 조사에 따라 결과가 나온 뒤 문제 소지가 드러난다면 적절하게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관련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현재 조사 중으로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공사 금액과 근로자 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니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산업현장에서의 재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법이 생겨난 것이니 면밀하고 신중하게 조사를 끝낸 뒤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23일 오전 10시 10분께 발생한 제주대 기숙사 철거 사망사고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23일 발생한 제주대 기숙사 철거 사망사고 현장을 경찰 폴리스 라인이 감싸고 있다. ⓒ제주의소리

사고 관련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조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을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혐의에 따른 입건 범위는 사실관계를 기초로 검토 중이다”라고 답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23일 오전 10시 10분께 제주대 학생생활관 1호관 건물 굴뚝이 무너져 굴착기 작업 중이던 A씨(58)가 목숨을 잃은 사고다. 

사고는 학생들이 실내 체육공간과 식당, 편의점 등으로 이용한 행정동인 1호관에서 발생했으며, 당시 신호수와 물을 뿌리는 노동자 등 3~4명이 공사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오전 8시 30분경부터 건물 굴뚝 등을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철거하던 굴뚝이 굴착기를 향해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제주대는 1983년 학생생활관 창립 당시 지어진 건물 등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을 통한 기숙사 신축 공사를 추진해오고 있다. 

사고가 난 1호관은 건축주인 탐라사랑에 공동출자한 제동종합건설이 숨진 A씨가 대표로 있는 철거업체에 약 4억 원의 철거 공사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진행 중이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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