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주는 26일 오전 11시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민주노총 제주는 26일 오전 11시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제정,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1년을 앞두고 제주지역 노동계가 엄정하고 신속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제주는 26일 오전 11시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즉각 중단하고, 엄정하고 신속한 법 집행으로 책임자를 강력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제주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1년여간 전국 229곳이 법 적용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고, 이중 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한 건수는 30건에 불과하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등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됐다.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제주지역 산업 현장에서는 8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6건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건설현장 3건, 어선 사고 2건, 개인 사업장 1건 등이다. 

하지만 조사가 오래 걸리면서 정작 검찰에 넘겨진 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 해당 사고는 지난해 2월 23일 제주대학교 생활관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발생 약 7개월 만에 검찰 송치됐다. 검찰이 기소한 건 이보다 3개월 뒤인 지난달 30일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원청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원청 현장소장 등 원청 직원 3명, 책임감리자 1명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원청 법인은 양벌규정을 적용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 재판에 넘겼다. 

이 밖에도 지난해 5월 제주시 외도동의 한 관광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이동식 방음벽에 깔려 숨진 사고, 지난해 6월 제주시 노형동의 한 숙박시설 공사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 등은 아직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지검은 지난달 30일 제주대 기숙사 철거 사망사고에 대해 원청 법인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지검은 지난달 30일 제주대 기숙사 철거 사망사고에 대해 원청 법인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주노총 제주는 조사가 늦어지는 사이 정부와 대기업이 중대재해법 개악을 시도하는 등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제주는 “지난달,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기업처벌 조항을 줄이고 노동자 처벌 조항을 확대하는 경영계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 대기업과 경총 등 재계는 중대재해 예방에 힘쓰기보다 경영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국회 통과부터 지금까지 법 개악만 요구하고 있다”며 “건설사와 대기업이 사주로 있는 보수, 경제지 등 언론은 친기업 여론형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부도 노사단체가 추천하는 TF를 구성하겠다고 하더니 전문가로만 구성한 TF를 일방적으로 발족했다”며 “검찰은 노동부가 송치한 30여 개 사건 중 12월 말에 처리한 5건을 포함해 10건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사안은 대규모 검찰력을 투입해 전광석화로 수사하고, 노동자가 죽어나간 민생 현안은 장기간 방치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노총 제주는 “중소기업 사업주 대다수는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원청 책임을 강조, 실질적 예방 주체를 밝힌 중대재해법을 찬성한다”며 “노동자 시민의 과반도 법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개악 시도를 중단, 실질적 지원대책을 세우고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한 경영책임자를 엄정처벌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대재해법 무력화 같은 생명안전 정책 후퇴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최소한의 상식을 저버리는 만행을 거듭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주 역시 지난달 말에야 기소가 이뤄졌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안전한 도민의 일터를 위해 지자체의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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