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름값 7년만에 전국 평균 밑돌아...석유법 개정-행안부 제도개선 등 과제

전국 최고 수준의 마진을 남기던 제주지역 기름값이 관련 보도 후 일제히 뚝 떨어졌다. 제주의 휘발유가가 전국 평균보다 떨어진 것은 월간 동향 기준 근 7년만의 일이다. 폭리 의혹에 부담을 느낀 주유소가 일제히 가격을 인하한 일종의 '담합' 의혹에 더욱 불을 지피게 됐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제주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569.03원에 형성됐다. 이는 전국 평균인 리터당 1580.74원에 비해 11.71원 낮게 책정된 가격대다. 지난달까지만해도 서울에 이어 전국 두번째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던 기름값은 한 주만에 뚝 떨어졌다.

국제 유가의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유가 하락 역시 예견됐지만, 제주의 인하폭은 전국 평균보다 더욱 가팔랐다.

이날 제주의 기름값은 서울(1672원), 강원(1609원), 전남(1606원), 충남(1605원), 경기(1580원), 세종(1577원), 전북(1574원)에 이어 8번째다. 뒤이어 경남, 경북, 대전, 광주, 부산, 울산, 인천, 대구 등 8개 도시가 나열된 것을 보면 제주의 유가는 공교롭게도 딱 중간이 됐다.

그간 제주의 유가는 꾸준히 전국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매겨져 왔다. 전국 평균보다 낮게 책정된 때를 찾으려면 2015년 1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5년 1월 당시 제주지역 휘발유가는 리터당 1469원으로, 전국 평균 1505원에 미치지 못했음은 물론, 전국 17개 지자체 중 가장 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만인 2015년 2월에는 전국 평균 1439원을 크게 웃도는 1487원으로 책정되며 전국에서 두번째로 비싼 가격대를 형성했다. 이후 제주의 기름값은 꾸준히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제주의 기름값이 전국 평균치 이하로 떨어진 것은 제주도가 최근 발표한 제주지역 기름값 마진 조사 결과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과 함께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에 걸쳐 '제주지역 경유 및 휘발유 가격 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8일 시장분석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중 도내 주유소는 휘발유 리터당 163.27원의 마진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평균 마진 132.88원보다 30.39원 높게 나타난 결과다. 전국에서 마진이 가장 낮은 대구(80.33원)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82.94원까지 벌어진다.

도내 주유소의 경유 마진은 리터당 175.53원으로 전국 평균 마진 81.91원보다 무려 93.62원이 높게 매겨졌다. 이 역시 전국에서 마진율이 가장 적게 매겨진 대구(49.90원)와 비교할 시 125.63원까지 벌어졌다. 육지부 타 지역에 비해 리터당 평균 100원 이상의 마진을 더 챙긴 결과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온 직후 제주의 기름값은 전국 평균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제주에서는 최근들어 도내 정유 업체간 담합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전국 평균보다 제주의 유류세 인상 인하·인하 반영 비율이 유독 컸기 때문이다. E컨슈머는 대리점의 과점 구조와 주유소와의 수직계열화로 인한 지역의 특수성에 의해 가격 상승 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폐업하는 주유소가 줄을 짓고 있음에도 최근 몇 년간 제주도내 폐업한 주유소가 없었고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 역시 이를 반증한 결과로 봤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의혹'만 가진채 후속조치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 상황만을 놓고 담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판다이다. 아직은 추정만 되는 상황이기에 이 정황만 갖고 수사 의뢰나 공정위원회 조사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다 명확한 근거가 있으려면 정유업체가 공급하는 가격 정도는 확보돼야 한다.

지난 9월에 입법에고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의 통과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해당 시행령은 정제업자가 지역별로 판매하는 공급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주유소에 공급되는 가격대와 해당 주유소가 판매하는 가격을 비교하면 보다 선명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라는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또 지자체에 조사 권한을 위임하는 제도개선 역시 시일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는 행정안전부에 부당한 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강화해달라는 제도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이미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타당성이 인정돼 최종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년 1월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전략회의에서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경우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자체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마진이나 기름값 등을 공개하는 것으로 일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제도개선 등을 통해 보다 세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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