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최고위원, 4일 라디오 출연해 “4.3 추념일 격 낮다” 또 설화
“서해수호의날, 프로야구 시구는 격이 높아서 갔나?” 당내서도 비판

“4.3은 삼일절과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

또 한 번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입에서 ‘4.3 망언’이 나왔다. 최근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 등 연이은 설화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재원 최고위원의 일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의 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불참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나라 국경일에는 삼일절, 제헌절, 개천절, 한글날이 있는데 대통령은 보통 삼일절과 광복절 정도 참석한다”며 “4.3 기념일(추념일)은 이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인데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해대는 자세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4.3 기념일에 대통령이 무조건 참석했던 것이 아닌데 마치 이번에 4.3 유족을 폄훼한 것처럼 야당이 일제히 공격하고 더 나아가서 대통령의 불참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 현대사의 비극인 4.3 기념일을 맞아서 비난의 빌미로 삼는 것 아닌가”라고 야당을 공격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4.3이 삼일절과 광복절보다 격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또다시 4.3 희생자와 유족, 도민들에게 상처를 안기고 있다.

이 같은 김 최고위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제주 4.3은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추모일이라서 대통령이 참석 안해도 된다?. 그러면 ‘서해수호의 날’은 국경일이었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드를 쳐도(옹호해도) 사리에 맞게 쳐라. 제발 좀 언론·방송 출연 정지라도 시켜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실언하는 사람을 특혜를 주어 징계는 못하더라도, 최고위 출석정지, 언론·방송 출연 정지라도 시켜라. 그것도 안 하면 당 지도부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라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당내 비주류로 꼽히는 김웅 국회의원도 페이스북에 “추모에도 격이 있느냐? 그럼, 프로야구 시구 행사는 격이 높아서 가신 것이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실 것인가? 서해수호의 날은 격이 높아서 가신 것이냐고 물어보면 또 뭐라 답하실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못 가신만큼 4.3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더 살피실 것이다’라고 답변하실 수는 없었느냐?”라며 “최고위원에 걸맞은 격을 갖추시기를 바란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 인사들의 4.3 망언 행태는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태영호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제주를 찾아 “4.3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일성 개입설을 주장했다.

4.3단체와 유족, 제주도민들은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태 최고위원은 끝까지 거부해 왔다.

태 최고위원은 75주년 4.3추념식 당일인 지난 3일에도 제주도민의 사과 요구에 대해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특정인들에 대해 조롱이나 폄훼를 한 일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과를 해야 한다면 뭘 사과해야 하는지 규명돼야 한다”며 “4.3사건이 일어난 전후 맥락을 보면, 소련 공산당이 ‘5월10일 대한민국의 단독 선거를 무조건 파탄시키라’는 지시를 했고 이걸 받아서 김일성이 평양에 있던 남로당 박헌영에게 전달했고, 정말 5.10 단독선거를 파탄시키기 위한 남로당의 활동이 있었다. 여기에 따라 제주도(남로)당도 그러한 결정을 내린 거고, 이런 역사의 진실을 부인하면 안 된다”고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태 최고위원은 “유족이나 피해자 단체가 내 발언의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사과를 요구한 4.3유족들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유례없는 추념식 불참과 함께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4.3 왜곡·폄훼 언행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 여당의 역사의식 부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거행된 4.3추념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대거 불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했지만, 추념사 내용도 지난해 당선인 신분일 때 메시지를 재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추념식에 총출동해 이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선거에 도움 될 때만 잠깐 이용하고 마는 윤 대통령과 정권의 행태가 5.18 민주화운동부터 제주 4.3까지 한결같이 이어지고 있는 것”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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