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12일 4.3유족회 등 청구 소송 첫 변론

4.3이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망언으로 제주도민사회를 분노케한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강남구 갑)이 자신의 발언은 허위사실은 물론 명예훼손조차 아니라고 주장했다. 

12일 제주지방법원 민사3단독(유성욱 부장)은 군사재판 피해 생존수형인 오영종 할아버지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창범 회장, 양성홍 제주4.3행불인협회장 등이 태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첫 변론기일을 가졌다. 

4.3유족회는 태 의원의 망언과 관련해 3000만원 정도의 배상을 요구하면서 올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 합동연설회를 올해 2월 제주에서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최고위원에 도전한 태 의원은 “4.3은 김씨 일가(김일성)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4.3 유족들은 태 의원이 김일성 지시에 의해 4.3이 촉발됐다는 허위사실을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퍼트려 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반발했다. 

이날 재판에서 모두발언 기회를 얻은 양성주 4.3유족회 부회장은 태 의원의 망발이 유족들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됐는지를 호소했다. 

양 부회장은 “4.3유족에게 ‘빨갱이’라는 용어는 곧 죽음의 단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음을 당해도 빨갱이라는 호칭이 더해지면 항의는커녕 가족마저 멀리해야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공산폭동, 북한연계, 김일성지시설 등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울먹였다. 

이어 “왜곡된 표현의 자유는 4.3희생자와 유족에게 또 다른 폭력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4.3평화공원을 폭도공원이라고 화형식을 진행하고, 4.3유족을 빨갱이라 해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 부회장은 “어렵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연로한 희생자와 유족들이 폭력적 언행을 왜 다시 감내해야 하는가”라며 태 의원의 발언에 대한 명예훼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피고 측 법률대리인은 태 의원의 발언은 허위사실이 아니며, 명예훼손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도 특정할 수 없다며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고 4.3유족들은 태 의원의 발언이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된다는 점을, 피고 태 의원 측은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점을 각각 정리해 문서로 제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추가 변론기일을 갖기로 했다. 

태 의원의 망언은 70년이 넘는 세월 제주를 괴롭힌 대표적인 ‘색깔론’ 중 하나다.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등에서 김일성의 4.3 개입론은 허구로 정리됐다.   

제주4.3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21일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이 도내 경찰지서를 습격한 사실만 부각해 4.3을 김일성 지시에 따른 공산폭동이라고 말하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태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에 당선됐지만, 4.3 망발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국민의힘 중앙당도 올해 5월 태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하지만 정작 태 의원은 이번 소송에서 자신의 발언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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